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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회사 망해도 노조는 인정 못한다”

한국합섬노조 고공농성, 상경투쟁 전개


구미 한국합섬(대표이사 박동식)의 노사문제가 계속 대결국면으로 치달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합섬노조(위원장 황영호)는 지난 11일부터 단체협상의 대상으로 노조를 인정할 것과 24억6천만원 손해배상 청구 취하할 것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또한 김진권 부위원장 등 조합원 35명이 22일부터 서울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으며, 현재 조합원 8백명중 5백여명은 철야농성을 진행중이고 분신조 30여명은 30여 미터높이의 사이로(2기)탱크에 상황실을 만들어 ‘최후의 1인까지 결사항전’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한편, 이에 대해 회사측은 노조위원장 등 노조간부 41명의 사퇴를 선행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또한, 96년 임·단협 교섭을 요구하는 노조에게 단체협약 갱신 유효기간을 2년으로 연장할 것과 96년과 97년의 임금협약은 무교섭으로 체결할 것 등을 요구하며 노조와의 대화를 회피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황명진(민주노총 조직2부장)씨는 “그동안 회사가 망하더라도 노조와 대화할 수 없다던 회장이 대화의 장에 나오기 시작했다”며 “한국합섬노조가 내부 힘이 떨어지지 않고 현재와 같이 싸운다면 이번 투쟁은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는 김진권(노조 부위원장)씨는 “계속해서 공권력 투입 협박을 하고 있지만 죽기를 각오하고 사이로탱크에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합섬은 지난 91년 창립한 폴리에스텔 섬유회사로 이화섬유 등 5개 계열사를 가지고 있으며 전체 노동자는 1천여명(2백명은 외국인 노동자)이고, 지난해에는 1백50억원의 흑자를 냈다. 하지만, 회사는 회장 조카를 노조위원장으로 한 유령노조를 만들어 현장을 통제했으나, 노동자들은 94년 10월 철야농성 투쟁으로 민주노조를 쟁취했다. 하지만 회사측은 노조를 계속 인정하지 않고, 95년 노조원 89%의 찬성으로 행한 파업에 대해 24억 6천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또한 96년 3월5일자로 조합원과 대의원을 포함한 노조간부 40명을 징계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