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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현장 스케치> 80일 맞은 5월단체 명동성당 농성장

특별법 제정 때까지 무기한 농성!


가을 바람 부는 명동성당의 오후는 ‘5.18 학살자 처벌, 특별법 제정’등의 구호를 쓴 플래카드가 입구에서부터 죽 늘어서 방문자들을 맞아준다. 광주의 5.18 관련단체들이 농성을 시작한지 80일이 되는 6일, 명동성당 입구 언덕배기에는 두동의 대형텐트가 자리잡고 있다.

김순곤(49, 5.18민중항쟁부상자동지회 총무부장)씨는 그는 이번 농성을 시작하기 전 평소 5월단체에서 일한다고 눈총을 주는 직장에다 사표까지 던지고 올라왔다.

‘이번에 특별법 제정을 못하면 5.18은 영원히 묻힐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에서다. 그는 80년 전남도청이 계엄군에게 함락되던 5월27일 새벽, 지원동에서 체포되었다. 그후 상무대 영창에서 3개월여를 고문당했다. 왼쪽어깨가 부러지고, 오른쪽 새끼 손가락이 짓이겨졌다. 왼쪽 다리마저 반은 불구다. 그가 3개월만에 폭도의 이름을 달고 상무대를 나섰을 때 5.18 당시 출생 2달도 안되었던 막내는 젖도 제대로 먹지 못해 마치 소말리아 난민촌의 어린아이 같았다. 그러더니 결국 막내는 발육부진, 언어장애를 일으키는 장애인이 되어 고등학교를 특수학교에 보내고 있다.

“5.18이 우리 아이들한테까지 상흔을 남겼지요. 하지만, 5.18이 광주시민에게만 상처를 남겼나요. 전국민이 피해잡니다.”

그래서 전국민을 피해자로 만든 5.18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로 농성장을 지킨다고 한다. 그 무더운 여름의 땡볕과 태풍을 고스란히 이겨낸 농성장의 5월단체 회원들.

처음 그들은 9월초 정기국회 개원할 때까지만 하려고 했단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5.18 열기는 끓어오르고, 당시 광주의 사진을 서울시민들이 보고 울분을 토하는 모습을 보고, 멀리 경상도에서, 충청도에서, 강원도에서 찾아오는 이름모를 국민들이 ‘이번엔 꼭 관철시키자’며 다잡아 주는 격려에 아직은 농성을 정리할 때가 안 됐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무기한으로 농성을 벌이겠다고 다짐을 했다고 한다. 더욱이 이제는 서울의 사회시민단체들이 농성을 함께 하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

“5.18 특별법이요? 꼭 됩니다. 조금 늦어질 뿐이지 국민들이 눈을 똑바로 뜨고 지켜보고 있는데, 반드시 되고 말 겁니다. 안 그럼 김영삼씨가 스스로 무덤 파는 일이지요.”

요즘 어려운 것은 날씨가 추워지니 밤을 지내기가 힘든 것이란다. 열댓명이 매일밤 난로도 없이 지내야 하니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다.

요즘 명동성당 5월단체의 회원들은 강연요청에 바쁘다. 하루에도 서너건씩은 꼭 초청을 받는다. 대학교에서, 집회장에서, 교회에서 그들을 부르는대로 그들은 5월 당시의 상황을 설명한다. 강연이라고 할 것도 없다. 자신의 체험담을 그저 담담히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광주를 가까이 이해한단다. 그것도 보람이다.

그와 대화를 마치고 거리 가판대에서 산 한 석간신문에는 검찰이 5.18위증수사도 국회가 고발하지 않는 한 공소권이 없다는 이유로 수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하고 있었다.

<명동성당 농성장 전화번호: 319-5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