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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경기도 여자기술학원 방화사건의 비극, 절실한 시설 공개화

시설의 폐쇄성, 인권침해 불러


지난 21일 일어난 「경기도여자기술학원 」(이하 기술학원) 기숙사 방화 사건의 원인에 대해 정부의 무관심과 시설장의 욕심이 빚어낸 비극이라는 데 촛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를 계기로 직업교육이나 재활, 요양, 치료 등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복지시설의 폐쇄성 문제가 심각하게 지적된다.


설치와 그 법적 근거

기술학원은 62년 윤락여성의 교육을 위해 세워진 재활학교이다. 66년 여성의 직업교육을 강조하면서 현재의 여자기술학원으로 이름을 바꾸었고, 83년부터 사회복지법인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자선사업재단이 위탁운영 해왔다.

이 시설의 설치는 윤락행위 등 방지법과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른 것이다. 두 법에 따르면 기술학원은 직업보도, 사회복귀에 관한 사업 등 각종 복지 사업과 복지시설의 운영 및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을 행할 목적으로 설치된 시설이다.

그러나, 사회복지사업을 행한다는 목적이 무색하게 이 시설은 자물쇠에 잠기고 화마에 일그러진 흉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여기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겠지만 관련시설이 전체적으로 안고있는 패쇄성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구타 폭행 등 끊임없는 인권침해 온상

먼저, 각종 복지시설에 대한 정부의 감시·감독의 소홀과 시설장과의 유착을 들 수 있다.

국가가 운영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하는 경우 감사가 필수적으로 따른다. 문제는 입소자비례지원방식의 국고보조와 감사의 형식성에 있다. 사회사업 관계자에 따르면, “국가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시설의 경우 경비가 모두 국비로 충당되기 때문에 운영자의 입장에서는 학원생들의 머리수가 곧 운영자금으로 환산된다. 또한 정부의 보조금 역시 ‘입소자비례지원방식’으로 지급되고 있어 시설의 대규모화를 조장하고 있다”고 한다.

기술학원이 무리하게 학생을 모집하고, 가족이 원해도 시설을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은 이유를 여기서 알 수 있다. 즉, 원생이 많아야 지원금을 더 많이 탈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보조금 횡령, 구타, 폭언, 강제노역 등의 인권침해시비가 끊이지 않아도 정부의 지도·감독에 의해 적발되는 경우가 없다. 시설문제에 줄곧 관심을 가져온 민간단체인 「시설문제연구회」의 보고에 따르면 그 이유를 대변해주는 발언이 있다. “시설장들이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해서 1년에 2번정도 형식적인 감사에 나간다.” 한 일선공무원의 증언이다. 한 보육사는 “감사오기 전에 미리 일정을 통보하고, 감사 나와서는 운영진과 몇 마디 나누고만 간다”라고 증언하고 있다. 이러한 관계를 김국도 씨는 ‘법인운영과 사회복지시설 관리’란 논문에서 “시설과 공직자간의 이중적 부조리”라고 밝히고 있다. 책임을 방기하는 정부와 돈벌이에만 급급한 시설장과의 유착관계는 시설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덮어두고 방치하게 만드는 첫째 요인이다.


시설에 대한 거부감마저

둘째, 이런 상황에서 시설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좋을 리가 없다. 전국자원활동단체협의회가 93년에 행한 ‘사회복지시설 주변 주민 의견조사’에 따르면 ‘사회복지시설의 환경은 나쁘다’, ‘다른 나라보다 낮은 수준이다’는 반응이 절반이 넘는다. 또한 ‘시설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우리 동네에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등의 이유로 자녀교육상의 문제와 지역위화감을 들고 있다. 시설에 대한 일반의 거부감은 시설문제를 더욱더 음지로 몰아가는 원인이 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인한 시설의 패쇄성은 언론이나 관련전문가, 민간단체의 접근을 막고 있다. 감추기를 고집하고, 알려하지 않는 환경에서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가 터져 나올 경우에 대응책은 항상 주변을 맴돌 뿐이다.


시설의 공개만이 해결책

그러므로, 시설의 공개성을 적극 추진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하나의 바람직한 현상을 들자면 올해 들어 보건복지부는 정신요양원에서 강제노역 구타 등 잦은 인권침해 시비가 일자 수용환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운영의 정기적 공개 △시설운영에 환자보호자는 물론 지역주민을 참여시키는 “민간감시체제 구축”등을 뼈대로 하는 ‘95년도 정신보건사업지침’을 마련해 각 시도에 전달했다. 또한 보건소장에게 요양시설을 정기적으로 순찰해 정신질환자의 인권상황을 점검하도록 했다.

대규모 시설을 점차 소규모로 전환하면서 이들이 지역사회 일원들과 함께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하고 시설감독을 하는 공무원들의 전문성을 높여 실재적인 지도감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주민을 비롯 전문가, 언론과 시민단체에 시설을 공개하고 투명한 운영을 하도록 감시활동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