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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5.18 유족의 목소리, 우리 아들을 두 번씩이나 죽여


저는 5.18 광주민중항쟁 당시 전남도처에서 공수부대원들의 총과 칼, 쇠몽둥이에 맞고 찔려 숨진 전남대학교 사대 상업교육학과 2학년 재학 중이던 이정연의 엄마입니다.

지난 15년이 내게 얼마나 끔찍한 나날이었는지 하늘이 알고 땅이 압니다. 최루탄도 제일 먼저 맞았고 질질 끌려 다니며 경찰서 보호실에는 밥먹듯이 가두어 놓고 , 또 닭장차 속에다가 마구 던져버려요. 그러면 질식해서 병원가도 압력 받아서 치료도 빨리 해주지도 않았어요. 그러다가 3일만에 깨어났어요. 그것이 한두번이 아니라 몇 십번이 있었어요. 또 한번은 닭장차 속에 가둔 채 몇 시간이나 내버려둬요. 한번은 닭장차 속에서 엄마들이 맨손으로 닭장차 하나를 다 부쉈어요. 그리고 엄마는 장성경찰서에서 구류를 14일 동안이나 살았어요. 정연이 아버지도 85년 5월 18일에 잡아가 6.29선언할 때까지 잡아두면서 유족들 앞장서지 말라고 안기부에서 압력을 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아버지가 자식 다 잃고 무슨 큰 죄졌습니까?

정말 우리 엄마들은 가슴을 치고 땅을 쳐도 우리의 자식은 돌아오지 않고 그 당시는 계엄해제도 안되어서 말만하면 잡아가서 말 한마디도 못하고 살았습니다. 일년에 본 가을 그 살인마들이 광주에 순시를 오게 되면 3일전부터 집 앞에서 경찰들이 지키고 있으면서 문밖을 나서지 못하게 했습니다.

우리는 이 속에서도 오로지 내 자식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싸우고 또 싸웠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오늘 나는 그 실낱같은 희망이 산산 조각나고 말았습니다. 내 자식을 두 번이나 죽였습니다. 아 이 서러움을, 이 한을…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은커녕 오히려 그들에게 면죄부만 주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남미에 아르헨티나는 문민전부가 들어선 이후 전직 독재 대통령을 두명 기소하여 유죄로 처벌하였다는데 우리는 남미 아르헨티나만도 못합니까?

즉각 김영삼 정권은 퇴진하고 국회는 특별법을 제정하여 진상규명을 이루어내고 학살자를 처벌해야 합니다. 다시는 이땅에 우리 어머니들과 같은, 우리 아들딸들과 같은 한과 고통은 가라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편집자 주〉 이 글은 16일 있은 5.18 불기소 규탄 제3차국민대호에거 주최측이 배포한 유인물에서 전재했습니다. 5.18 희생자 고 이정연 씨의 모친 구선학 씨가 명동성당 농성중에 연설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