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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현장스케치> 명동성당에서 텐트농성 하는 5.18희생자들


"나는 15살 난 아들을 잃었지요. 뼈라도 챙겨불라고 광주 사방을 안 뒤진 곳 없이 뒤졌는디 찾을 수 없었지라. 그때 가불지 않았다면 이제 어엿한 서른이 되었을것인디"

눈꼬리에 어느새 눈물이 맺힌 손금순(60) 할머니의 말에선 애절한 한숨이 새어나온다.

여름장마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서울 한복판 명동성당에선 [5.18학살자 기소관철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소속회원 30여명의 무기한 텐트농성이 젖은 땅을 또한번 적시고 있다. 농성자 대부분이 5.18피해 당사자이며 50과 60을 바라보는 초로의 부인들에겐 장마철의 한기가 춥게까지 느껴진다.

이들은 15년전 광주민중항쟁 당시 남편과 자식을 잃은 이후 15년 동안 광주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살아왔다. 이들의 젖은 눈에는 15년 동안 맺혀온 한이 마를새가 없이 눌러 앉아 있다.

최근 검찰이 내린 5.18관련자 불기소 결정으로 광주분위기는 "머리에 끊는 물을 올려놓은 것만 같다"고 이들은 전한다.

명동성당의 농성을 이끌고 있는 [5.18민주화동지회] 사무국장 김현채(35)씨는 "검찰의 불기소 결정은 학살자와 손잡은 문민정부의 태생적인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일 뿐이다. 우리는 특별검사제 도입이 포함된 '광주특별법' 제정으로 광주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믿는다. 또한 국내의 법절차를 다 거친 후에도 해결되지 않으면 유엔에 제소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이들은 삭발과 단식투쟁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학살자들에게 천벌이란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