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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독자투고>영선이의 꿈을 빼앗아간 이 땅의 철거문화


금호1-6지구 재개발 지역 철거민 박균백(33)씨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고 16m 아래로 몸을 내던진지 20여일이 지났다. 중환자실에 입원치료중인 박씨는 화상과 투신당시 부상으로 척추가 골절되고 눈은 실명된 상태이다. 그는 이제 막 재롱을 부릴 귀여운 두딸을 가진 가장으로 지금은 생명의 사선에서 힘겨운 삶의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박씨의 투신당시 철거깡패를 동원, 살인철거를 자행한 용역회사와 성동경찰서, 재개발 건설회사인 한진건설측은 박씨의 치료비를 거절하고 있다. 또한 한양대 병원에서는 밀린 치료비를 내지 않으면 치료를 중단하겠다고 30일 밝혔다.

하늘같이 믿고 의지하던 한 가장을 잃어버린 두 딸과 부인은 강제철거 속에서 그들의 행복한 보금자리를 잃었고 지금은 중한자 보호대기실에서 살아가고 있다. 4살난 막내딸 영선이는 지금도 남자어른만 보면 경기를 일으키며 운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지난 6일 철거반원의 잔인하고 야만적인 행위를 겪고 난 후부터라고 한다. 7살난 진영이는 조금은 커서 사랑하는 아빠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있는 듯하며 말도 없고 밥도 잘 먹지 않는다.

그 아이들의 눈빛을 읽으며 우리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잔인한 어른들과 사랑하는 아빠가 무슨 이유인지 불을 붙이고 떨어졌던 그 날의 일들을 그 아이들에게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참으로 아이들의 눈빛을 보며 부끄러움과 죄스럼움으로 고개를 들 수 없다. 맛난 음식과 따뜻한 방안에서 인형을 가지고 다투는 평범한 아이들의 생활을 진영이와 영선이는 누리지 못하고 있다.

대신 어른만 보면 경기를 일으키는 진영이와 눈물을 지으며 한숨쉬는 엄마를 보며 말이 없어진 진영이가 있을 뿐이다.

병원 한 구석에 만들어진 콘테이너 박스의 보호자 대기실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두 아이를 보며 지금 우리가 무슨 희망을 줄 수 있겠는가!

이 세상에 두려워해야 하는 어른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과 함께 다시금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아이들로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박균백 씨의 가족에게 따뜻한 정성을 모아 줍시다.
은행구좌: 조흥은행 368-04-340513 예금주 박균백
연락처: 한양대 병원 1527호 (전화 291-3111)


고상만(전국연합 인권위원회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