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우리가 당신의 가족이었다면…”

생사기로에서 내몰리는 결핵환자들


“제발 늙으신 어머니 보다 먼저가지 않게만 해주세요”

결핵 난치성 판정을 받고 국립목포결핵병원에서 1년째 투병중인 김정희(28) 씨는 퇴원을 종용하는 주치의 송민협에게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하지만 김 씨와 잦은 마찰을 빚었던 주치의 송 씨는 김 씨가 외박으로 병원을 잠깐 비운 사이 김 씨의 퇴원수속을 끝마쳤다.


눈물 호소도 외면받고 강제퇴원

김 씨 같은 난치성 환자에게 퇴원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난치성 환자들은 더 이상 좋아질 것이 없다. 한 순간이라도 몸 관리가 소홀해질 경우 영영 일어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김 씨는 함께 퇴원을 종용받은 김동석(37) 씨와 함께 지난 15일 보건복지부를 찾았다. 온몸에 번진 결핵균을 잡기 위한 수술도 여러 번. 보건복지부 질병관리과의 서상권 서기관은 수술 후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김동석 씨의 상태를 살피고는 이들을 다시 국립목포결핵병원으로 돌려보냈다. 얼마간이라고 못박진 않았지만 적어도 올 겨울만은 병원에서 더 생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주치의를 비롯해 병원 의사들은 김 씨 등의 치료를 거부했다. 의사의 지시를 어기고 상부로 쫓아 올라가는 바람에 문책까지 받게 됐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원장이 주치의를 자임하고 나서 치료를 받고 있긴 하지만, 주치의와의 갈등으로 김 씨는 지난 한 달간 살이 무려 5kg이상 빠지는 스트레스를 받았고, 지금은 모든 의사들로부터 무서운 환자라는 별명을 얻으며 기피대상 환자로 꼽히고 있다.


“죽을 때까지 치료해 달라는 게 아닙니다”

“이 병원에는 저와 같은 환자들이 무려 30여 명이나 됩니다. 모두 언젠가는 치료상태와 상관없이 이 병원에서 강제퇴원을 종용받게 될 처지죠. 죽을 때까지 치료를 해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비록 한 달에 1만원을 내고 치료를 받는 환자라 해도 우리 역시 인간입니다. 다른 환자를 위해 때가 되면 정리하고 떠나야한다는 것도 아는데, 자신과 뜻이 잘 맞지 않다고, 2년이 지났다고, 환자상태와는 전혀 무관하게 무조건 강제퇴원을 종용해오는 의사들을 보면 구역질이 납니다.” 김 씨는 계속 기침을 토해냈다. 김 씨는 “나는 되묻고 싶습니다. 우리 중 어느 누구도 결핵에 걸리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고, 만약 우리가 당신의 가족이라면 그렇게 하겠냐고”며 울분을 참지 못했다.

의사들의 횡포와 예산을 줄이겠다며 국립목포결핵병원의 민영화를 외치는 정부의 목소리 뒤론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선 결핵환자들의 진한 눈물이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