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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한국-아르헨티나 고통받는 어머니들의 연대집회

9일 민가협·오월광장 어머니 목요집회

공동선언 “인권침해 범죄자 처벌·양심수 석방”

“평화를 위해 싸우는 모든 이들을 위하여 목숨이 다할 때까지 싸워 나가자”는 한국-아르헨티나 어머니들의 공동선언문이 발표되었다. 10일 오후 7시경 명동성당에서 열린 민가협 목요집회에서 두 나라 어머니들은 “지구상에 단 한 명이라도 고문당한 사람이 있다면, 실종당한 사람이 있다면, 거리에서 학살된 사람이 있다면, 억울하게 갇힌 자가 있다면 자유와 민주주의는 없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세계최장기수 김선명의 석방과 국가보안법 철폐, 양심수 석방 그리고 실종된 자식들을 돌려달라고 외쳤다.

임수경씨와 임종석씨의 사회로 진행된 집회에서는 자식을 감옥에 둔 어머니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송했다. 김성만 씨의 어머니 최인화(68)씨는 “너도 벌써 마흔이 되어 가는 구나. 이세상 양심수들이 석방되는 날, 마지막으로 멍석 말아 나오겠다고 했지. 15척 감옥담장을 뛰어넘는 내 기도는 그때까지 계속될 거다”며 울먹였다. 구미간첩단 사건으로 85년 6월 구속, 10년째 복역중인 김씨는 국제엠네스티가 선정한 세계 10대 양심수의 한 명이기도 하다.

또한 86세의 고봉희 할머니는 국가보안법으로 28년째 구금중인 아들 신인영(66)씨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죽기 전에 너를 한번이라도 안아볼 수 있기를” 소망했다. 고희봉 할머니는 장기수 김선명 씨의 삶을 극화한 장면에서 직접 연극인 원창연 씨를 끌어 앉고 “내 아들도 이렇게 있어”하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38번째 민가협 목요집회 ‘한국-아르헨티나 고통받는 어머니들이 함께 부르는 희망의 노래’는 지구의 정반대에 위치한 우리 나라와 아르헨티나에서 매주 목요일이면 열리는 흰색과 보라색 머리수건과의 만남의 자리이기도 했다. 두 나라 어머니들은 ‘고난과 승리’를 상징하는 민가협 어머니들의 보라색수건과 ‘생명과 투쟁’의 상징인 「아르헨티나 5월광장어머니회」의 하얀 머리수건을 교환하며 고통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월광장 어머니회 회원이 쓰던 하얀색 머리수건 중 하나는 현재 대전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김선명 씨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그밖에도 이날 집회에는 출소장기수, 전해투노동자, 시민, 대학생 등 5백여명이 함께 했고, 초대손님으로 노래를 찾는 사람들, 안치환, 김광석, 유열 씨 등이 나와 노래를 불렀다.

오후 9시 30분 경 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전경들과 한동안 실갱이를 벌인 뒤 명동입구까지 촛불행진을 가졌다. 오월광장 어머니 후아나 씨는 “목요집회는 매우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경찰이 행진을 막아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오늘의 이 감동과 경찰의 행위를 아르헨티나에 돌아가서 충실히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오월광장 어머니들은 이날 목요집회에 앞서 초청추진위 주관단체중 하나인 민변과 간담회를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