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단체탐방 3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방배역에서 내려 두어번 골목을 돌아서니 눈에 띄는 깔끔한 건물, '제5기 장애우 대학'을 알리는 포스터가 계단에서부터 맞아준다. 담금질(MT)로 시작하여 장애발생의 원인과 문제점을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다양한 접근방식으로 고민하는 내용이 포스터에 빽빽히 차있다.

그리고 한눈에 들어오는말! 장애우? 장애우라 장애인보다는 친근하게 느껴지는 말인데 더 깊은 속뜻이 있을 것 같다.

마감을 앞둔 편집국처럼 여러 사람의 열기가 후끈거리고 있고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걸어온 길을 보여주듯 {함께걸음}의 합본호들이 벽을 둘러 묵직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함께걸음}은 장애우문제를 다루는 전문지로서 매월 나오고 있는 장애우들의 대변지이다.

'장애우'란 단어에 무슨 뜻이 있는지부터 알아본다. 보통 장애인이나 장애자로 부르는데 정상인과 구분되는것 자체가 없는 말은 없을까 하는 고민 속에서 장애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함께 일컫는 말로서 장애우라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관련정책을 연구하고 실천하고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만든 말이다.

연구소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현 '연구소'의 소장으로서 본인이 장애인인 이성재변호사를 중심으로 장애문제를 고민하는 모임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소모임 속에서는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고 작은 일들을 할 수 있었지만 지속적인 일을 하고 역량을 집중하기는 힘들다는 판단 아래 장애문제의 해결을 위해 고민하는 기관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지난 87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만들어지게 된다. 이사진과 연구위원, 편집위원은 여러 분야의 전문인들이 맡고 있으며, 실무는 김정열 실장과 여러 명의 간사와 편집부의 직원들이 담당하고 있다. 그간 6번의 이사를 하면서 오늘까지 왔다고 지난 기간의 어려움을 짧게 말하는 김 실장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자랑으로 내내 얼굴에 미소를 띤다. 실장 자신이 87년부터 계속 이곳에 몸담고 있고, 다른 직원들도 장수(?)를 자랑하고 있다. 이들이 해온 일은 참으로 많다.

장애우와 관련된 법과 제도의 제 개정을 위해서 88-89년의 장애인 복지법 개정안 및 장애인 고용 촉진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 마련 및 입법화, 90년 정신보건법 제정에 따른 법안 제시, 92년 장애인 교육에 관한 기본법 제정안 마련 등을 해왔고, 우리쌀지키기운동이나 공선협 활동, 성폭력특별법 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 등 중요사안에도 빠짐 없는 참여를 해왔다.

교육사업으로서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개최해왔고, 이것이 발전하여 장애우대학이 되었다. 총 12강좌, 3개월 과정으로 현재 5기 장애우대학을 진행하고 있으며, 각 기마다 장애우와 관련학과 학생들, 동아리가 상당수 참여하였다.

홍보사업으로는 앞에서 언급했던 월간 {함께걸음}뿐 아니라 {장애인의 권리}(단행본), 장애우교육에 관한 자료집 등을 발간했고, 출판기획사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그간 여러 사안을 가지고 일을 해오면서 느낀 가장 큰 어려움은 근본적으로 장애우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우고 노력했지만 어떤 한계에 봉착할 때의 안타까움이었다. 한편으론 그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푯대를 가지고 연구소가 해야할 일을 하는데 주저함이 없었고, 그만큼의 역할을 담당했다고 하는 자부심도 크다. 그리고 일을 해오는 가운데 큰 축을 담당했던 청년조직의 무게중심이 각종 사고와 환경 등의 이유로 발생하는 후천적장애로 인해 장애문제나 그에 따른 조직이 장년화 하면서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여전히 이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

'장애인복지를 위한 공대책위원회'의 사무국도 겸하고 있어 행정처리 등 많은 힘을 쏟으면서 [공대위 소식]을 일주일에 3차례 발행하고 있다. [소식지]를 통해 현재 가장 큰 현안으로 떠오른 장애인 의무교육권 확보 문제 등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김 실장은 장애우들의 현안인 의무교육권 확보를 위해 정부가 상정한 '특수교육진흥법 개정안'에 교육법 98조 "장애인 의무교육을 면제 또는 유예할 수 있다"는 조항을 폐지시키고, "장애인은 만3세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의무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을 꼭 신설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물론 이 조항이 신설된다고 해도 연구소에서는 이후에 장애인 교육을 위한 시설과 교육내용, 교사확보 문제 등 연구할 일은 너무 많다고 한다.

돌아오는 길, 방배역에선 청년들의 목소리가 크게 울린다. "사지 않아도 좋습니다. 우리 장애인 친구들이 만든 솜씨 좀 구경하세요." 때이른 카드장사들이 벌려놓은 판에는 장애고아들이 그렸다는 카드속에서 널을 뛰고 연을 날리는 그림이 활짝 웃고 있다. 함께 어우러진 모습이란 참 고운 것, 색동저고리 끝이 스칠듯이 널을 뛰며 웃는 그림 속에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만든 장애우란 말의 의미를 다시 한번 확인한다.

<인권운동사랑방 류은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