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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김영삼 대통령에게 보내는 촉구문


문민정부 출범!

이것은 인간의 기본 인권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긴 독재의 하늘을 살아왔던 국민들에게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선 변화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독재치하에서 너무도 많은 상처와 슬픈 기억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제나 환한 미소로 우리 곁에 있던 사람들이 독재의 칼날에 스러졌으며, 동료의 죽음 앞에 정의의 두 주먹을 움켜쥔 자 감옥으로 끌려갔고, 뒤를 이어 민주와 통일의 깃발 지켜내려는 사람들 수배에 쫓겨 불안과 공포의 나날을 살아야 했습니다. 때문에 과거의 아픈 상처를 치료하고, 부조리를 청산하며 비인간적 독재적 요소의 청산을 주장하는 문민정부의 출범은 국민 모두에게 커다란 기대와 희망을 갖게 했습니다. 더구나 6공시절 독재정권과 맞서 싸우다 수배되어 수년동안 기관의 집요한 추적에 쫓겨 도피생활을 해온 정치수배자들에게 있어서는 이러한 문민정부의 구호가 너무도 절실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4월 20일 6공 정치수배에 관한 정부의 발표는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자수하면 최대한 관용을 베풀겠다'는 요지의 검찰발표는 실날 같은 희망을 찾아 어둠의 세월을 살아온 정치수배자들에겐 가혹하기 이를 데 없는 것입니다. 독재정권 시절에 발생한 아픈 상처를 치료하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자는 정부가 정치수배자들에게 민주와 통일에 대한 활동을 부정하고 반성하는 차원에서 자수하라니 이게 무슨 말입니까? 우리 정치수배자들은 신한국 건설을 주장하는 대통령과 검찰에 촉구합니다.

첫째, 6공 정치수배 문제는 비민주적이고 반통일적인 독재정권과 맞서는 국민 모두의 투쟁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이며 상처입니다. 과거를 청산하고 민주의 회복과 통일을 주장하는 문민시대에 더 이상 이들을 추적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그들과 함께 민주와 통일을 노래해야 합니다.

둘째, 지난 시절 정권안보를 위한 인권유린과 탄압을 극복하고, 파괴된 인권을 회복하며 국민 모두가 자신의 의사를 마음놓고 자유로이 터놓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정치수배자들은 부당한 권력의 수배조치에 의해 수년동안 가족과 친지, 친구들과의 인간적 관계를 단절당한 채 거리를 헤매야 했습니다. 또한 모든 공민권을 박탈당하고, 어느 한 곳에서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었습니다. 문민시대를 이야기하는 지금 더 이상 이러한 인권유린이 계속되어서는 안됩니다.

셋째, 지역분열과 계급계층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범국민적 화합에 기초한 새시대 신한국 건설을 주장하는 현 정부는 이러한 시대정신에 맞게 범국민적 화합의 차원에서 그리고 새시대에 함께 할 기회마저 박탈당한 정치수배의 강요를 철회하고 6공 정치수배 일괄해제의 결단을 하루빨리 내려야 합니다.(후략)

1993년 9월 7일

6공 정치수배 일괄해제를 위한 전국 정치수배자 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