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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체제전환운동, 이제 닻을 올리다

지난 11월 22일 ‘체제전환운동 정치대회 조직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를 통해 조직위원회의 출범을 알리고, 이후 계획으로 ‘체제전환운동 포럼’과 ‘체제전환운동 정치대회’를 주요 사업으로 논의하고 함께 결의했다. ‘체제전환운동 정치대회 조직위원회’는 기후정의동맹,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 빈곤사회연대(빈사연), 길내는모임, 한국성폭력상담소, 인권운동사랑방 등의 사회운동단체 활동가들의 제안에 호응한 전국 곳곳의 100여 명의 활동가들이 함께하며 출발했다. 기후정의운동이 한국사회에 던진 ‘체제전환’의 절박함과 필요성이 이제 우리가 겪는 복합적인 삶의 위기 속에서 ‘체제전환운동’이라는 급진적인 사회운동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2024년 총선이 쏘아올린 공, 사회운동의 길찾기

2024년 4월에 있을 22대 총선을 앞두고, 사회운동은 어떤 활동을 벌일 수 있을 것인지로부터 시작된 각각의 여러 논의는 ‘체제전환운동의 세력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로 이어졌다. 9월 1일 기후정의동맹, 길내는모임, 차제연, 전장연 등이 공동주최한 토론회에서 2024년 총선은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해야 하는 정세임을 이야기하며 ‘체제전환운동 세력화’를 공식 제안했다. 토론회 이후, 수차례의 준비모임을 거쳐 ‘체제전환운동 정치대회’를 개최해 한국 사회에 절실한 체제전환운동의 전망과 과제를 제시하고 이를 실천할 사회운동 질서를 만들어나가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한 ‘조직위원회’를 제안하고 정치대회에 앞서 공동의 정치적 전망과 과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써 ‘체제전환운동 포럼’ 개최하기로 하였다. 

사실 각각의 의제와 영역에서 활동해오던 다양한 사회운동단체들이, 공동의 정치적 전망을 밝혀보자는 포부를 밝히고 이를 실행할 ‘조직적 질서’까지 염두에 두는 활동에 나서게 된 과정은 간단치 않았다. 조직위원회가 출범한 지금도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비판적/급진적 사회운동들은 각자의 영역과 의제들에 갇혀서는 운동의 진전도 사회의 변화도 어렵다는 근본적 한계와 절박함 속에서 ‘체제전환운동’에 나서게 되었다. 각 운동의 현장에서 대응해야 할 사안들은 쏟아지지만, 임시방편조차 되기 어려운 상황들 속에서 서로 복잡하게 맞물린 문제들에 맞서는 ‘정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했던 것이다. 이 국면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사회운동의 현장은 기존 체제가 양산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체계의 수행자를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수양당에 장악당한 ‘정치’는 차치하고서라도, ‘진보정당’들조차 지금의 시대를 넘어설 ‘정치’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위기는 선명해지는데 정치는 사라지고 있다. 진보정당들의 선거연합정당 논의 속에는 다른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에 맞서 누구와 함께 싸울 것인지를 제시하는 ‘정치’는 사라지고 오직 생존을 위한 ‘이합집산'의 몸부림 외에는 보이지 않는다. 2024년 총선은 사회운동에게 ‘정치’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졌고, 이에 대한 진지한 응답이 바로 ‘체제전환운동 정치대회’다. 

 

체제전환운동 포럼, 체제전환운동 정치대회로 한 걸음씩 

조직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서 결의한 주요 사업인 ‘체제전환운동 포럼’은 공동의 정치적 전망과 과제를 도출하기 위한 다양한 쟁점을 토론하고 어떤 실천을 도모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위한 자리이다. 이는 추상적인 체제비판, 자본주의 비판이 아니라, 강고한 기존 질서의 작동원리에 균열을 내고 다른 질서의 가능성과 주체를 조직하는 ‘운동’을 만들고자 함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의제를 나열하고 문제를 나열하고 연결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 서로의 운동을 구조적으로 연결하는 통합적이고 입체적인 운동을 만들어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당일 조직위원회 회의에서도, 흔히 ‘품앗이 연대’라고 불리기도 하는 연대/연결과는 다른 ‘사회운동의 연대’, ‘체제전환운동’의 실천이 무엇일지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가 된다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2024년 2월 1일~3일에 열릴 ’체제전환운동 포럼’에서 공동실천에 대한 당장의 해답을 찾지 못할지라도, 체제전환운동의 필요성과 공동의 정치적 전망을 감각하고 과제를 확인할 수 있다면, ‘정치대회’로 한 걸음 더 내디딜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엊그제 포럼에서 준비 중인 각 세션의 기획을 나누는 첫번째 모임을 진행했다. 사회운동 활동가들의 ‘비판’이 ‘넋두리’로 바뀌는 건 순식간이다. 기존 체제와 운동의 한계에 대한 문제의식이 다른 실천과 관계를 조직하기 위한 작업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여전히 쉽지 않았지만, 8개 포럼 세션 기획을 논의하는 과정은 ‘넋두리’가 아니었다. 부족할지언정, 지금 우리가 비판하고 넘어서야 하는 지점이 무엇인지, 함께 나누고 이야기하고 싶은 제안이 무엇인지를 함께 머리 맞대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정치대회까지, 체제전환운동을 제대로 등장시키기 위한 4개월여의 과정도 어렵지만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