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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N개의기후정의학교>를 마치며

 

지난해 가을부터 기후정의동맹이 기후정의선언운동의 일환으로 기획한 N개의기후정의학교가 마무리되었다. 기후정의동맹과 11개의 다양한 사회운동단체들이 공동주최한 N개의기후정의학교는 9월부터 두달여 진행되었다.

N개의기후정의학교는 시작하기 전 두가지 큰 목표를 세웠다. 하나는 사회운동들이 더 구체적으로 ‘기후정의’에 관한 자기 이야기를 만드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 두번째는 기후위기에 관심있는 대중들의 기후정의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고 세력화의 토대를 만들어가는 것이었다.

기후정의를 자기 과제로 삼는 다양한 운동들은 올해 414기후정의파업과 923기후정의행진을 거치며 과거보다 훨씬 자신 있게 자신의 언어와 운동 속에서 ‘기후정의’와 ‘체제전환’을 외치며 투쟁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 빠르게 나빠지는 기후위기와 기후불평등한 현실은 깊은 절망이기도 했다. N개의기후정의학교가 기획된 구체적인 계기가 이 지점에 있었다. ‘체제전환’과 ‘기후정의’의 내용을 더 적극적으로 재구성해나가야 한다! 기후위기라는 체제의 문제에 맞서는 건 다양한 사회운동이 ‘기후정의’의 이름으로 더 큰 세력으로 등장할 때에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체제전환 요구와 투쟁을 더 전면화하고 대중화해야 하고 N개의기후정의학교는 이를 위한 디딤돌이고 싶었다.

총 9강으로 구성된 학교는 (실제 참석 인원과 별개로) 일찍감치 정원을 마감할 정도로 대중의 관심이 높았다. 막상 앞선 두가지 목표를 실현한다는 건 간단치 않았다. 예컨대 기후위기 때문에 재생산도 더 위기고 장애여성의 삶도 더 위기라고 설명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았지만 또 다른 한편 새로운 언어를 발견해야 할 것만 같은 강박에 사로잡혀 공동의 전망을 밝혀가는 과정이 아득하게만 느껴지기도 했다. 또한 기후정의동맹 스스로 왜 다양한 사회운동의 요구가 기후정의의 요구인지를 설득해내야 하는 과제임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이는 곧 생태/기후위기의 해결은 단일한 하나의 운동에 의한 것이 아닌, 무수히 많은 운동의 변혁적 요구와 힘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무엇보다 반차별, 공공교통, 에너지공공성, 노동자건강권, 탈시설과 돌봄, 보건의료와 건강정의,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 반빈곤과 주거권, 성평등이라는 의제가 ‘기후정의’라는 의제와 엮여 각 운동이 처한 어려움과 고민을 나누고 연결하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기후운동과 대중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학교를 공동주최한 한 활동가는 올해 초 기후정의동맹이 주최한 기후정의캠프에 다녀올 때만해도 자기 운동의 의제와 기후정의를 연결한다는 것에 대한 막연함이 컸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올해 내내 이어진 동맹의 기후정의선도운동을 함께 만든 덕분에 이제는 조금 더 자신있게 ‘기후정의’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그의 평가에 전적으로 기대어 이번 기후정의학교라는 전환의 작은 디딤돌에 한줄평을 남긴다면 N개의기후정의학교 덕분에 기후위기 시대의 체제전환의 전망과 대안을 벼리는 주체의 외연은 또 조금 넓어졌다.

앞으로 다가올 12월 16일 N개의기후정의선언대회가 열린다. 그동안 다양한 사회운동이 기후정의운동의 다양한 활동 속에서 만들어온 ‘체제전환의 전망과 대안’을 구체적으로 연결하는 장이 될 예정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알고 있을 ‘모든 운동은 연결되어 있다’ 는 감각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각 운동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를 기후정의운동의 경험을 통해 체제의 문제로 명확히 하고 우리가 그동안 제기해온 ‘요구와 대안’이 기후위기 시대 가장 현실적인 대안임을 선포하려고 한다. 그러니 체제전환운동으로 새롭게 조직될 우리를 상상하며 12월 16일 체제전환을 위한 공동의전망을 함께 밝히기 위해 모이고 체제전환을 위한 모두의 기후정의를 선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