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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위장'

쌍둥이 자매가 있고 생일이 만우절이라고 하면 다들 만우절에 학교에서 '교실 바꿔치기' 해봤냐고 물어본다. 나도 못해본 건 쫌 아쉽지만... 외모와 목소리가 아무리 비슷한 쌍둥이라도 서로 성격이나 기질이 너무 달라서 바로 티나지 않았을까 싶다. 쌍둥이 바꿔치기를 소재로 한 1998년 영화 <페어런트 트랩> 재밌어요. 보세요. 

 

민선

처음으로 혼자 해외여행 나갔을 때 누가 말 걸면 어떡하나 싶어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이어폰을 내내 챙겨서 끼고 다녔다. 이것도 위장한 거라 할 수 있겠지... ^ ^::

 

정록

서울에 올라온 지 얼마되지 않아, 사투리를 쓰지 않게됐다. 딱히 의도했던 건 아니었지만, 주변에 경상도 출신들은 계속 사투리를 쓰는 걸 보면서 내가 사투리를 '고쳤구나' 싶었다. 어디를 가든지 튀고 싶지 않은 성격도 있겠지만, 전라도 출신이라는 걸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위장'이었지 싶다. 위장이 길어져 전라도 사투리를 이제 쓰지 못하는 지경이 됐다.

 

해미

불온한 사상이라며 공산주의 서적에 ‘금서’ 딱지가 붙고, 숨어서 책을 읽던 사람들은 잡혀가던 시절이 있었다지. 지금이라고 크게 다를까. 여전히 누군가는 자신을 꾸밈없이 드러내면 위험해지는 세상에서 숨도록 강요당하고, 숨지 않아도 존재 자체가 거짓말인 것 마냥 가려진다. 그런 와중 대통령은 본인이 부정하고 금지하고픈 존재들에 ‘위장 세력’ 딱지나 붙이고 앉았다. 참내…

  

미류

'인권운동가로 위장한 공산전체주의 세력'이라는 말에서 놀라웠던 것은, '인권운동가'가 위장 가능한 것이라는 상상력. 그건 윤석열이 아무리 '자유'를 부르짖어도 자유주의자로 위장하는 데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유. 어떤 가치나 이념을 자신의 것으로 삼는 일은 말로 포장하는 것과 전혀 다른 일이다.

 

가원

나름 몸속 장기에 부심을 가지고 살아왔는데, 생전 말썽 없던 위장에 탈이 난 건지, 요즘 자주 속이 쓰리다. 이렇게 또 하나의 부심거리가 사라지는구나…

 

어쓰

'만만해 보이지 않고 싶어서' 옷차림과 말투에 신경을 쓰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단정한 옷을 입고 신경써서 단어를 고른 끝에 '만만치 않은 사람'이 되었냐고 하면, 그렇지는 않았던 듯. 이제는 옷장 안에 셔츠나 면바지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헐렁한 티셔츠와 맨투맨만 입는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