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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다시 만나, 다행이야

열여덟번째 인권활동가대회를 다녀오고

7월 1~2일 인권활동가대회를 다녀왔다. 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 3월에 열리고 어느덧 2년이 훌쩍 지났다. 작년에 준비팀이 꾸려졌지만 상황이 나아질 언젠가를 기약해왔던 대회였다. 도봉산 인근인 활동가대회 장소로 가는 길, 걱정했던 비는 오지 않고 화창한 하늘 아래 선명한 산봉우리가 먼저 맞아주었다. 해마다 열리는 인권활동가대회를 당연하게 생각하며 꼬박꼬박 참석해왔는데, 오랜만에 열리는 자리라 그런지 새삼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강당으로 들어가니 먼저 온 이들이 둥그렇게 둘러 앉아있다. 반가움과 더불어 뒤섞여있던 어색함의 기류는 몸을 움직이며 함께 모인 서로를 알아가는 앞풀이 시간으로 금세 흩어진 듯했다. 이어진 주제마당, 올해의 키워드는 인권운동에 새로운 과제로 등장한 ‘기후정의’였다. 사랑방의 정록을 비롯해 멸종반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함께 기후정의동맹 활동을 일구어가는 이들이 어떻게 기후정의운동을 만나고 함께 되었는지를 들었다. 2019년 여름, 파란 하늘의 날 제정을 제안하며 “우리 모두가 미세먼지의 피해자이자 동시에 가해자”라는 반기문 당시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의 발언에 빡이 쳐 이를 비판하는 ‘인권으로 읽는 세상’을 쓴 게 그해 결성된 기후위기비상행동에 함께 하고 올해 기후정의동맹을 만든 여정으로 이어진 정록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난 3년 사이 어떤 시간을 쌓아 왔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저마다 다른 시공간의 궤적에서 한데 모인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우연과 인연이 신기하면서도 기후정의가 우리에게 어느날 갑자기 당도한 과제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주노초파보로 나누어진 모둠별 시간이 이어졌다. 낯설기도 익숙하기도, 어렵기도 중요하기도 한 기후위기를 어떻게 접했는지, 각자의 자리에서 펼치고 있는 운동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 생각과 고민을 나누었다. 최근 장애인노동권 활동을 해온 이를 만날 일이 있었는데, ‘정의로운 전환’이 주요하게 자동차, 발전소 같은 탄소산업의 전환과 일자리의 문제로 다루어지는데, 탈시설 운동으로 연결해 고민하는 것을 들었던 게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정의도, 전환도 확장해가면서 지금의 체제를 겨냥하며 바꾸어갈 기후정의운동을 그리면서 어렵지만 한편으론 설레는 상상을 해보는 시간이었다.

비건식으로 준비된 저녁식사를 맛있게 먹고 토크쇼가 시작됐다. 코로나19 시기를 인권활동가들은 어떻게 보내왔는지 이야기가 더해졌다. 대면이 어려운 조건에서 온라인 영화제를 시도한 서울인권영화제, 감시와 통제의 이름이기도 했던 K-방역에 대응하며 변화를 이끌었던 진보네트워크센터, 불평등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 코로나19 상황에서 ‘곁’을 지키는 인권활동/가의 ‘곁’이 되고자 했던 인권재단사람 활동가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참여한 이들의 고민과 경험이 더해졌다. 코로나19를 겪어온 시간은 예상치 못한 변화로 위축을 겪기도 했지만, 달라진 조건 속에서 인권활동을 고민하고 펼쳐가며 서로의 경험을 참조점으로 삼고 함께 용기를 만들고 키워간 시간이기도 했다. 이후에는 인권활동가대회의 하이라이트, 뒷풀이로 삼삼오오 모여 교류와 친목을 다지는 시간을 늦도록 이어가며 첫째날의 밤이 저물었다.

둘째날 인권활동가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주제들로 준비된 소모임방 시간을 가졌다. 인권정책 대응, 반차별 교육의 고민, 서울학생인권조례 10년과 청소년인권운동의 고민, 혼자 고민하지 않고 싶은 비건 실천 이렇게 4가지 주제의 소모임이 열렸다. 활동하는 영역을 가로질러 모인 다양한 활동가들이 함께 소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를 공유하는 시간, 저마다 어떻게 인권운동의 자리를 만들고 지키며 확장해왔는가를 그려보게 되었다.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24시간을 꽉꽉 채운 1박2일의 일정을 마치며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길, ‘다시 만나, 다행이야’ 이번 활동가대회의 제목이기도 했던 그 말이 맴돌았다. 2019년 ‘지속가능한 인권운동을 위한 활동가조사’에서 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조건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는 동료관계’가 꼽혔던 게 떠올랐다. 인권활동가들이 서로를 참조점 삼으면서 기대고 배우는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음을 새삼스레 알게 된 시간으로, 함께 하고 있어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열여덟번째 인권활동가대회를 기억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