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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인 인터뷰

회의 맛집에서 활동하시는

묘랑 님을 만났어요

최근에 민주적 조직문화에 관심을 두고 조직 안에서 의사소통과 합의는 어떻게 해야 잘하는 것일까를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사랑방 회의실에 있다 보면 같은 건물 이웃 단체인 인권교육센터 들의 하하호호 소리가 창문을 타고 넘어옵니다. 어떻게 그렇게 들은 회의 분위기가 좋을 수 있는지 직접 들의 활동가이자 사랑방의 후원인인 묘랑 님께 여쭤보았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사랑방 옆 단체인 ‘인권교육센터 들’에서 활동하고 있는 묘랑 입니다. 제가 인터뷰 요청을 받고 돌이켜보니 활동을 하면서 인터뷰를 꽤 많이 했거든요. 근데 정작 제가 인터뷰 요청을 받은 게 처음이더라고요. 인터뷰 요청이 왔을 때는 교육 중이어서 그런가 보다 하면서 수락했는데, 막상 질문지 받으니까 긴장되더라고요. 대용의 인터뷰 요청으로 사람들이 제 인터뷰 요청을 받으면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와, 첫 인터뷰 요청이었다니 영광입니다. 긴장을 풀 수 있도록 가벼운 질문을 먼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들과 사랑방이 원래 같이 밥 먹는 공동체였는데 코로나 이후로 안부도 잘 못 나눈 거 같아요. 요즘 들은 어떤 시간을 보내셨나요?

2021년에는 저희 활동가가 7명이었거든요. 그래서 작년에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는데요. 저희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프로젝트를 위한 프로젝트 말고 들의 활동에 필요한 프로젝트를 하자’는 원칙이 있어서 역량을 상당히 투여하거든요. 그런데 올해는 작년보다 인원이 많이 줄었어요. 그래서 교육활동에 집중을 해보자고 하고 있습니다. 특히 들에는 이제 3년 차가 된 활동가들이 둘이나 있거든요. 이게 무슨 이야기냐면 2020년에 코로나19에 사회적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교육활동이 많이 줄어들었거든요. 그러다 2020년 말부터 온라인 교육 방식으로 다시 회복하기 시작했지만 신입활동가들이 다양한 교육경험을 할 수 있는 조건은 아니었고, 또 들에서 프로젝트를 여러 개 진행하면서 그만큼 교육활동의 기회가 많지 못하기도 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올해는 적은 인원으로 무리하기보다는 교육활동에 집중해보자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그래도 이미 올해 프로젝트를 하고 있기는 하네요.

프로젝트를 위한 프로젝트가 아니라고 하시니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는지 궁금해지는데요.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작년에는 3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올해는 하나의 프로젝트만 진행하고 있는데요. 작년에 진행한 프로젝트부터 소개하면 먼저, <코로나19 시대, 청소년 인권을 다시 묻다>를 진행했어요. 이 프로젝트는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부터 인문계 학교, 직업 교육학교 등 각기 다른 환경 속에서 청소년이 경험을 기록하는 작업이었어요. 그리고 청소년 인권을 위해 무엇을 더 물어야 하는지를 정리한 프로젝트이기도 하고요.

두 번째는 <온라인 세계를 탐험하는 인권교육가를 위한 안내서>인데요. 들은 주로 참여형 교육을 진행하다 보니 온라인 교육에 대해서 회의적인 마음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코로나19 발생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더는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온라인 교육을 어떻게 잘할지 고민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온라인 교육 안내서를 작성하기 위해 상임활동가부터 들의 활동 회원까지 함께 모여서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그 결과를 가지고 실제로 교육 활동가 대상 교육도 진행하고요.

세 번째는 <평등을 멈춰세우는 함정들>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요. 들이 반차별 교육을 진행한 지도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요. 이건 다르게 말하면 참여자들도 반차별 교육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는 뜻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교육을 마치고 나면 공허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참여자들의 반응도 ‘그래서 구조가 문제라는 거죠?’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달까요. 실제로 구조는 문제지만 현실에서 구조만 바라볼 수 없잖아요. 그래서 평등을 말할 때 빠지기 쉬운 함정이 무엇일지 찾아보고 우리의 교육도 리뉴얼해보자고 해서 시작한 프로젝트에요. 예를 들면 ‘차이를 인정하면 차별이 사라진다’는 말이 과연 맞을까요? 현재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인정하게 만드는 것은 차별 상황에서 너무 중요하지만, 또 다른 소수자인 장애인에게도 존재를 인정하라는 요구만으로 장애인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 있잖아요. 이런 질문을 나누면서 정체성을 다면적, 복합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고민한 프로젝트에요. 총 8가지 질문을 뽑아서 답을 찾아가고자 했어요.

올해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초등학교 저학년 또래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인권교육 진행하면서 마주하게 된 고민과 만나 진행하게 된 작업인데요. 어린이들과 인권교육을 하다 보면 때로는 교육의 과정이 서로에게 잘 나누어지고 있나 이런 고민이 생기곤 하거든요. 그래서 ‘인권이란 말 없이 인권을 교육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들의 활동가들과 나눠오기도 했는데요. 마침 국가인권위에서 <놀이로 배우는 인권>이라는 캐나다 책을 번역했다는 소식에 그 책을 가지고 실제로 초등학교 저학년 담당 선생님들과 책에 나오는 놀이-교육을 진행해보고, 한국 현실에 맞게 변형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뜻깊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들이 회의를 진행할 때 창문 너머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뿜어져 나왔던 것이군요. 들의 회의 분위기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신기하고 또 부럽기도 했는데요. 실제 들의 활동가인 묘랑이 느끼는 들의 회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다른 단체의 시선에서 보니까 그런 것 아닐까요? (웃음) 그런데 정말로 저는 다른 단체 사람들을 만나면 들을 회의 맛집이라고 소개하기도 해요. 외부회의에 가면 언제 말해야 하나 눈치도 살피고, 맥락을 잘 맞춰서 이야기해야 하니 힘든 게 있어요. 그에 비해 당연히 제가 속한 단체니까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들에서 회의는 긴장이나 부담이 확연히 없거든요.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들은 교육활동을 주로 하다 보니 평소에 상임활동가가 모두 모일 일이 많지 않거든요. 그래서 회의 시간은 안건을 다루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활동가의 안부를 나누는 시간이기도 해요. 가령 인권의 가치에 반하는 발언을 한다거나 반감을 드러내는 태도를 노골적으로 보이는 참여자가 많은 교육은 활동가들에게도 어려운 순간이거든요. 그럴 때 들의 회의 시간은 그 어려움에 대해 고민을 털어놓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어주는 시간이기도 한 거죠. 그러다 보니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회의에 임하게 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그래도 회의라는 과정이 조직의 의사를 결정하는 과정이기도 하니까 각 활동가의 연차나 경험 등이 고려되지 않을 수 없잖아요. 앞서 말씀처럼 들도 최근에 들어오신 분들과 오랜 기간 활동해오신 분들의 분포도 있다 보니 어려움도 있을 거 같은데요. 그럴 때 진행은 원활하신가요?

저는 들 회의에서 ‘정말 몰라서 그러는데...’라는 말을 종종 하거든요. 들 회의는 정말 모르지만 말해도 괜찮고, 면박을 주지 않는 분위기가 있거든요. 진짜 엉뚱한 소리를 하면 웃고, 놀리기도 하지만 말한 사람이 무안하게만 두지 않도록 애쓰고 있달까요. 또 회의할 때 논의의 흐름을 조정하는 역할을 모두가 자처하는 분위기도 한몫하는 것 같아요. 회의 중에 누군가의 맥락을 다르게 생각하고 이야기를 이어갈 때 그 사람이 오래 활동한 사람이면 쉽게 끊어내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얼마 활동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에는 긴장이 걸리는 것 같아요. 그럴 땐 모두 같이 이야기를 끊지 않고 끝까지 듣고, 맥락과 의도를 확인하는 시간을 갖거든요. 그럼 다시 누군가 맥락을 연결하는 질문을 보태주면서 함께 이야기 나누는 분위기로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들은 교육단체니까 교육 요청을 분배하는 과정은 침묵이 길어지는 순간이기도 해요. 그럴 때면 침묵하는 저 사람들 무슨 생각 하나 궁금하기도 한데요. 일단 침묵을 견디는 일은 모두가 함께 감당하고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기다리기부터 시작하는 것 같아요. 그러고 나면 보통 두 가지 방법을 시도해요. 하나는, 침묵의 이유를 말하려고 해요. 해당 교육을 받을지 말지 자체보다 먼저 왜 각자 말을 아끼게 되었는지 그 이유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면 실타래가 풀리기도 하거든요. 그것도 잘 안되면, 아예 논의를 미룰 때도 있어요. 교육분배가 막히는 경우는 보통 들이 진행했으면 좋겠는 내용인데, 선뜻 하겠다고 나서는 게 주저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럼 시간을 들여서 각자 품을 내려고 하는 것 같아요. 교육 준비 논의를 같이하겠다고 하기도 하면서 공동체 내에서 일을 정할 때 한 사람에게만 부담이 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답니다.

들 회의실의 웃음소리는 부단한 노력의 결과라는 생각이 드네요. 조금 소재를 바꾸어서 요새 관심 두는 이슈나 고민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으실까요?

민주적 조직문화 관련하여 요즘 계속 고민이 있어요. 요즘 운동단체 활동가의 구성을 살펴보면 어떤 형태로든 운동을 하다가 활동을 하는 사람과 그런 경험 없이 관심과 지지의 마음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경우 조직 내의 적응의 과정이나 결합의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분위기도 과거와 다른 것 같거든요. 민주적 조직문화 관련 교육을 하다 보면 운동단체의 활동가가 집회나 농성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 다른 형태의 보상, 이를테면 이튿날 쉰다거나 늦게 나오는 등의 어떤 고려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식의 이야기도 꽤 많이 듣기도 하고요. 오래 해왔던 사람들의 방식을 강요할 수는 없는데 또 운동으로 만드는 과정을 다 노동과 그에 따른 보상의 시스템으로만 작동할 순 없다고 생각하니까 부딪히는 것일 텐데요. 꼭 신입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런 갈등의 과정은 어떻게 다루어지면 좋을지 고민하는데 답이 잘 안 보이더라고요. 이런 장면을 손쉽게 세대갈등이라 말하기도 하지만 그 진단으로는 다음 장면이 만들어지지 않는 거 같고요. 쉽게 퉁치지 않고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고민이 드는 요즘입니다. 결국, 조직 안에서 사람들의 관계가 중요한 것 같은데, 이런 관계에 대해서 누가 알려주면 가서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그 고민 너무 공감합니다. 묘랑 님이 배우시면 저에게도 나누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사랑방의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전해주신다면요?

사랑방의 활동 응원하고 있습니다만 너무 활동에만 전념해서 다들 사생활을 갖고 계실지, 본인의 건강과 안녕을 돌보고 계실지 걱정이 될 때가 있네요. 지금은 단식을 오랜 시간 했던 미류의 건강도 걱정스럽고요. 사랑방 활동가들에게 안부를 물으며, 활동은 잘하고 있으니 각자의 건강과 삶도 잘 돌보면서 즐겁게 활동하시면 좋겠다는 말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