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활동가의 편지

지금 고민을 나중에도 기억하면 좋겠어요

첫날 차별금지법제정촉구 기자회견으로 출근했어요. 정말 뭔가가 시작되려나 멍하던 찰나에, 미류와 몽, 그리고 민선이 저를 소개해줄 때 느꼈어요. “인권운동사랑방에서 새로 활동하게 된 다슬입니다.” 전 꽤 오래도록 소속을 찾아서 헤맸어요. 끝이 보이지 않아서, 자괴감에 빠진 적도 많아요. 그때마다 “나란 사람 진짜 마음먹으면 뭐든 할 수 있는데...” 이 말을 되뇌었어요. 드디어 때가 온 거 같네요.

언제까지 무슨 일을 해주세요라고 지시를 받으면, 나름 열과 성을 다해서 해내고는 했어요. 그동안 지시를 받는 일에 익숙해져서, 그럭저럭 책임을 지지 않고 적당히 할 수 있는 일을 해왔어요. 선택했다기보다는, 그동안 할 수 있는 일이 그 정도였어요.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질문을 받는 것이 더 익숙해요. 그래서 그런지 질문에 대한 답이 있는 것도 아닌데, 답을 해야 할 것 같은 강박도 있긴 해요. 이제는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할 순간들이 생긴다고 하니까. 부담감이 차오르네요. 어디서부터 뭘 해야 될지 생각이 참 많아지네요. 아마 이런 고민을 같이 풀어가기 위해서 신입 활동가 교육 기간이 있는 거겠죠?

첫 회의는 듣던 것보다는 정말 굵고 짧게 끝이 났어요. ‘류와 함께’로 시작된 회의. 몽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고 해요. 그날의 주제를 말하면,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거예요. 이날 주제는 ‘첫 회의’였어요. 여기서 다들 너무 솔직하고 신랄하게 첫 회의 때의 느낌을 공유해주어서 놀랐어요. 조직 회의나 활동 관련해서 포장하기보다는, 담백하게 전달하는 것이 사랑방만의 특색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방의 회의는 느낌표보다는 물음표가 많았어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같았어요 인권으로 읽는 세상 기획회의가 특히 그랬어요. 오로지 혼자서 써나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활동가들의 의견이 어느 순간 섞여가는 것이 새로웠어요. 물론 담당활동가가 가장 힘들겠지만, 또 혼자 감당해야한다는 느낌이 아니었거든요.

열심히 관찰하고 보고 듣다 보면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에 더 가까워질 거라고 기대해요. 아직은 알아가야 할 부분도 많고요. 열심히 채워 넣다 보면 좀 더 용기가 생길까요? 앞으로도 무엇이든 흡수하려는 스펀지 같은 마음을 유지했으면 좋겠네요.

신입활동가 교육을 받기 전과 받고 나서의 모습이 얼마나 달라질지. 지식의 습득뿐만 아니라, 생각에도 많은 변화가 생길 텐데. 지금의 이 마음도 기억했으면... 활동가 편지를 쓰면서 고민했던 것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