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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신입활동가 교육을 '수료'하며..

- 신입활동가의 사랑방 회의문화 비평

신입활동가를 위한 교육기간이 끝났다. 작년 10월부터 12월까지 꼬박 3개월이라는 시간, 사랑방을 알아가는 시간이 주어졌다. 운이 좋았다. 가을의 정취가 깊어지는 시월 활동을 시작한 것 말이다. 안산 지역 공단 노동자를 조직하는 월담 활동을 해 보자 한 것도 잘한 선택이었다. 출근시간을 다소 비켜간 느린 1호선과 4호선 안산행 지하철 안에서 오후의 경계로 내달리는 햇살의 단풍을 만끽하며, 무릇 신입활동가라면 가질 법한 일상의 긴장과 하릴없이 가뿐 호흡을 가다듬었다. 익숙하지 않은 길 위에서 지하철을 반대로 타는 경우가 없지 않았지만, 그 역시 무릇 신입활동가에게 어울리는 어리버리함은 아니었는지, 신이 굽어보며 ‘모든 것이 보기 좋았더라’ 하지는 않았을런지. 허나 ‘모든 것이 완벽했다’고 하기엔 지난 3개월의 신입활동가 교육 기간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적어도 인권운동사랑방에서는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므로.

이 글은 3개월의 신입활동가 교육 기간 동안 들었던 인권운동사랑방의 회의 문화에 대한 고민과, 동료들과 그 고민을 나눈 이후 ‘달라질’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내내 다소 관찰자적인 위치에서 사랑방의 회의문화를 살폈다. 사랑방이 아무리 상호간 신뢰가 높은 집단이라고 해도 회의는 늘 어렵다. 회의는 어느 때고 의견의 충돌이 있고, 그로 인해 감정적 갈등이 동반되거나,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논의가 교착 상태에 이를 수 있다. 특히 연차에 따른 인지도, 경험, 지식 격차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경우에는 회의 안에 일종의 힘의 불균형이 일어나기 쉽다. 다행스럽게도 사랑방의 구성원 그 누구도 그 불균형을 반기고 유지하고자 하지 않는다. 다만 이러한 불균형을 불식(?) 시키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

나 같이 연차가 상대적으로 적은 활동가는 사랑방의 ‘명성’에 걸맞는 활동력과 논의력을 가지려고 부단히 애를 쓰게 된다. 회의는 그런 활동력과 논의력이 발현되는 공간임과 동시에 평가받는 자리가 되기 쉽다. 한편 연차가 상대적으로 높은 활동가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생기는 발화 권력과 힘의 관계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커진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막상 평가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누가, 왜, 어떻게 평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지에 대한 고민을 심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실 어떤 사안에 대한 의견은 늘 평가를 포함한다. 문제는 그 평가에 누군가는 늘 방어적이고 누군가는 늘 공격적이 된다는데 있다. 사랑방이 좀 더 평가를 잘하고, 좀 더 평가를 잘 소화하는 조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일었다.

상대적으로 연차가 낮은 활동가가 가질법한 ‘알아서 잘 해야 할 것’만 같은 조바심을 덜어내고 두루 역량을 키우기 위해 조직은 무엇을 해야 할까? 반대로 어떻게 하면 연차가 높은 활동가들의 소중한 경험과 지혜를 조직이 잘 활용할 수 있을까? 서로가 더 잘 의존하는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한편 회의가 어려운 국면은 구성원들이 안건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거나 논의를 위한 자료 준비가 충분히 되어 않았을 때 일어날 수 있다. 이런 문제가 결국 활동가들의 바쁘고 지친 일상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질 수 있겠다는 감이 생겼다. 조직이 구성원들의 삶을 두루 살피고 역량의 배분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역량을 키우는 방법을 다 함께 고민할 때 비로소 회의 역시 더 잘하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한 사실은 위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 줄 올인원 프로그램 따위는 없다는 점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사랑방이 가진 회의 문화나 회의 구조에서 부족한 부분을 공식화하고 이를 채우기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노력일 것 같다는 의견을 제안했다. 구성원이 서로 기질적으로 안 맞을 수 있고, 사사건건 싸울 수밖에 없는 건 달리 방도가 없지만 회의에 시스템이 존재하면 그 싸움을 감정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예방하는데 분명 도움이 될 거라는 거다. 결코 제도화가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주지 않지만 문제의 중요도를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되어주는 건 분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고민을 총회에 풀어 놓았다. 사랑방은 올해 더 나은 회의를 위한 워크숍을 한다. 신입활동가의 고민을 조직의 고민으로 받아 안은 것이다.

꽤나 오랜만에 신입활동가가 되었고, 앞으로 다시 신입활동가가 될 수 있는 날이 올지 모르겠다. 그리 생각하니, 저절로 신입활동가라는 지위(?)가 고맙게 느껴졌다. 모르는 게 많아도 부담스럽기 보다는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부담 보다는 알아가는 재미에 집중할 수 있게 보살펴 준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활동을 시작한 전후로 신입활동가가 늘었다. 변혁 운동을 하는 단체는 지금 나름 변혁적 시기를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