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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인 인터뷰

‘활동가 정체성’을 스스로에게 일깨우며 살아가는

따이루 님을 만났어요

이번 달 후원인 인터뷰에서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투명가방끈’이자 주거협동조합 이사장, 거리청소년과 만나는 활동가인 따이루 님을 만나봤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하면서도 본인이 가진 여러 정체성 중 ‘활동가’라는 정체성을 일깨우려 노력한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활동에 대한 고민부터 사랑방 후원인 여러분께 남기는 말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과 ‘다다다 협동조합’, ‘움직이는청소년센터 EXIT’에서 활동하는 따이루라고 합니다.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고 계시네요. 따이루가 활동하는 단체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시겠어요?

투명가방끈은 2011년 대학입시거부선언을 계기로 만들어진 사회운동단체에요. 2011년 당시 제가 19살일 때 대학 진학 여부를 고민하다가 가지 않기로 결정하고, 이왕 안 갈 거면 시끄럽게 안 가보자 싶어서 동료 활동가들과 함께 대학입시거부선언을 제안했어요. 그대로 투명가방끈 결성에 함께했죠. 이후에는 나름 의무감을 가지고 투명가방끈 회원으로 있다가, 지금은 운영회원으로 함께 하고 있어요. 대학 비진학자들의 가시화와 학력·학벌차별 반대, 경쟁과 능력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활동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다다다 협동조합은 투명가방끈의 ‘공동주거 프로젝트’로 출발해서 올해 독립 출범한 협동조합이에요. 기존 주거 정책에서 소외되어 있는 대학 비진학 1인 가구, 미취업 청년을 포함하는 주거 사업을 해 보고 싶다는 고민에서 만든 ‘청년창업체’입니다.

대학 비진학자와 미취업자 주거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계기는 무엇인가요?

투명가방끈이 그동안 겪어온 어려움과도 연결되어 있는데요. 한국 사회에서 비진학자들이라는 존재가 인식조차 되고 있지 않고 있잖아요?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들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아요. 투명가방끈 활동이 어려워졌던 이유가 다들 대학을 가지 않고 20대가 되었을 때, 20대 초반의 나이에 돈과 기반이 부족하고 먹고 살기 힘드니까 활동에 쏟을 여력이 없었던 거였어요. 그렇다면 이에 대한 현실적 대책이 있어야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뭘 할 수 있을까? 일단 한 몸 뉘일 수 있는 집이라도 있으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그런데 현재 주거 정책이 대부분 대학생과 취업자에게 맞춰져 있으니, 이에 대한 활동을 해보자는 고민을 가지고 처음 공동주거사업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요즘 가장 열중해서 하고 있는 일은 다다다 협동조합인가요?

다다다 협동조합 창립총회투명가방끈과 다다다 협동조합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특히 다다다 협동조합은 출범 초기라서 이것저것 챙길 일이 많더라구요. ‘사회적 협동조합’, ‘청년 창업’이라는 게 지금까지 하던 활동과는 분위기나 방식이 완전히 달라서 그에 적응해나가는 게 일이에요. 요즘 다다다 협동조합 일로 어딘가에 갈 때마다 “왜 이렇게 돈 안 되는 일만 하려 하냐”는 말을 들으며 눈치를 보게 되는데요. 기존에 하던 인권활동과 지금 하는 ‘사회적 경제’나 ‘소셜 벤처’, 양쪽 모두 사회적 가치나 취약계층의 권리를 이야기하지만 각각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거권 운동과 지금 하는 주거협동조합이 연결된다고 생각하지만, 주거권 운동이 훨씬 더 포괄적인 사회 구조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주거협동조합은 현실적인 당장의 대책과 방법을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해준다는 느낌이에요. 사실 아직 창업 새내기라서 사회적 경제에 대해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이 좋다 나쁘다 이야기하지는 못 하겠지만, 활동으로써 주거협동조합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가려고 해요.

청소년 인권활동가,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투명가방끈, 협동조합 이사장 등 다양한 정체성 중 따이루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은 무엇인가요?

요즘 자기소개 할 때 가장 많이 이야기하게 되는 건 ‘협동조합 이사장’인데 사실 지금도 너무 낯부끄러운 명칭이에요. 협동조합도 저의 활동을 풀어나가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출범한 거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활동가로써의 정체성이 저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것 같아요. 또 의식적으로도 활동가 정체성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일깨우려고 하고 있어요. 협동조합을 만들고 청년 창업 멘토링 같은 걸 받으면서 ‘수익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계속 듣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제가 주거협동조합을 통해서 하고 싶었던 활동조차 수익성의 논리로 바라보게 될 수도 있겠다 싶어요. 예를 들어서 주거협동조합을 통해서 만들려고 하는 집에 집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모으는 게 아니라, 안정적인 직장이나 수입이 있는 사람들만 모으려 하게 되지는 않을까 싶은 거죠. 그렇게 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2011년에 대학입시거부선언을 하셨는데요, 투명가방끈으로 살아가는 것은 따이루에게 어떤 경험이나 고민을 남기나요?

2011년 대학입시거부선언어디에 가나 그 자리의 평균 학력을 깎아먹는 존재가 된다는 것? (웃음) 예비창업 지원 사업에 가도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이 다 대학생이거나 대학 졸업 후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고, EXIT 활동 하면서 만나는 거리청소년들도 저를 대학 졸업한 사람일 것이라고 가정하는 일을 일상적으로 겪게 되죠. 학력·학벌차별이 없어졌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차별이 없어진 게 아니라 더 교묘해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노골적이었던 학력·학벌차별이 지금은 능력에 따른 차별, 공정성 담론으로 바뀌었다고 할까요? 차별이 노골적이지 않은 만큼 더 교묘해져서 그만큼 맞서 싸우기 어려운 시대에, 중졸로써 제가 있는 모든 공간에 존재만으로 다양성을 불어넣으며 살아가고 있어요.

그래도 다행히 주변에 괜찮은 사람들이 많았어요. 활동하던 곳이든, 가족이든, 제가 학력·학벌차별을 정면으로 당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저를 안타까워하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대학에 갔으면 더 큰 일을 했을 텐데”, “더 잘 됐을 텐데” 이런 식으로요. 그래서 지금 저의 목표는 중졸 투명가방끈으로서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하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공간에 다양성을 불어넣으며 잘 살아남는 것이에요.

어떤 인연으로 사랑방 후원인이 되셨나요?

사랑방 사무실이 혜화동에 있을 때 처음 가봤어요. 그 당시 중학교 교과서에서 보던 인권단체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죠. 낡은 건물에 철문이 있고, 어두침침한 사무실 벽에는 자료가 빼곡하게 차있던 모습이 기억나요. 첫인상은 엄청 비밀스럽고 신비한 곳이라는 느낌이었어요. 이후에 활동하면서 사랑방의 활동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죠. 기업과 정부의 후원은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집요하게 가져가며, 상임활동가들이 각자 알바를 하면서 적은 활동비를 쪼개는 등 열악한 조건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봤어요.

사랑방에 후원한지는 2~3년 정도 된 듯해요. 당시에 하고 있던 활동을 정리하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여러 단체에 후원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그 때 사랑방 후원을 시작했어요. 사랑방 활동가들이 다들 너무 힘들게 활동하는 걸 옆에서 봐서 그런지, 십시일반 후원을 보태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었던 기억이 나요.

사랑방 활동 중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게 있으신가요?

사랑방이 노동 이슈나 노동권에 접근하는 방식과 관점, 노동 이슈에 대해서 인권단체로서 꾸준하게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좋았어요. 인권이 자칫 너무 먼 이야기나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곤 한다면, 사랑방에서 노동 현장을 통해 이야기하는 인권은 저에게 더 근접하고 필요한 것이라는 느낌을 받곤 해요. 인권운동이 고학력자나 교수들이 나와서 좋은 말씀 하는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데, 반면 사회적으로 목소리내기 어려운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아서 사회에 외치는 인권운동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사랑방이 쓰는 <인권으로 읽는 세상>이나 공단 노동자와 만나는 활동을 통해 인권운동은 누구를 향해야 할까 하는 방향성을 고민하게 되기도 합니다.

사랑방이 후원인 모집사업을 앞두고 있는데, 혹시 후원인 입장에서 조언해주실 수 있을까요?

‘진보적 인권운동’이라는 단체 정체성을 가지고 가면서 후원인의 외연을 확장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인권운동을 ‘어려운 사람 도와주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바꾸는 일’이라고 잘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결국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은 온라인이지 않을까요? 물론 사회운동이 온라인을 활용하는 데 취약한 측면이 있고, 영리 영역과 기술 격차도 크기는 하지만요. 현대 사회에서 온라인 공간을 접하거나 활용하는 방식이 점점 확장되고 있는데, 저에게도 여전히 온라인은 낯설고 어려운 공간이거든요. 그런데 결국 활동이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조직하는 일이라고 한다면, 활동을 위해서라도 온라인 공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아요.

오랜 시간동안 열정적으로 활동을 하고 계신데,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한 본인의 노하우나 팁이 있으신가요?

제가 원체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처음 활동을 시작했을 때 저희 어머니는 “얘가 한 달 정도 하다가 말겠거니” 하셨는데, 이후 15년 동안 이러고 있는 걸 보며 놀라워하고 계세요. 그런데 이렇게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었던 건 활동이 틀에 갇히거나 정형화되지 않고 다양한 의제와 프로젝트를 상상하고 도전해볼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또 조금 뻔한 이야기지만, 같이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내 활동의 방향이나 필요성을 계속 고민하고 확인하고 다듬어가는 과정이 저에게 힘이 되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활동에 대한 욕구와 상상력이 자극되기도 해요.

마지막으로 사랑방에 남기고 싶은 말은?

몇 년째 하는 고민인데요, 저는 인권운동이나 인권단체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만날 여력과 조건을 가진 사람들만 만나게 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인권운동사랑방이 지금처럼 인권운동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만나고 조직하는 고민을 이어가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막막하고 어려운 부탁이지만요.

저는 노후연금 대신 사랑방에 후원한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알아서 연금에 가입하는 식으로 노후를 대비하는 각자도생의 사회가 아니라, 권리로써 노후를 보장하는 사회를 사랑방이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현재 사랑방 후원인 중 여력이 되시는 분들께는 후원금 증액을, 아직 후원하지 않는 분들께는 신규 후원인 가입을 권합니다. 사랑방 후원, 모두가 어려운 시대에 살아남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