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이야기

코로나19라서, 우리는 모이고 말하고 행동한다

안전하게 집회할 권리를 위해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바꾼지, 이제 6개월이 넘었다. 여름이 되면 진정될 것이라는 희망섞인 예상이 빗나간지 오래고 기온이 떨어지면 독감과 함께 다시 유행할 거라는 암울한 전망이 많다. 코로나19가 일상을 바꾼 걸 넘어, 정말 일상이 된 시대가 되었다. 그 와중에 ‘집회 시위’는 코로나19의 유행과 함께 가장 큰 비난과 금지요구를 받는 행위가 되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일부 교회가 주도한 도심 집회가 연일 비난의 대상이 되었고, 이를 감염병 예방법을 근거로 금지하고 고발조치하는 서울시의 강경대응이 이어졌다. 다들 방역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에 예정되어 있던 행사들을 줄줄이 취소하면서 보건당국의 조치에 귀기울이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정부와 지자체는 방역을 핑계로 이번 기회에 집회시위, 농성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곳이 아니던 고 문중원 기수 분향소를 비롯한 곳곳의 농성천막이 방역을 이유로 철거당했다. 광화문광장, 서울광장, 신문로, 종로1가, 국회대로, 청량리역 광장 등 도심 곳곳이 집회금지지역으로 설정됐다. 집회규모, 방식에 상관없이 어떤 집회라도 고시한 장소에서는 무기한 금지된 것이다. 서울시의 이런 조치는 성남, 인천, 광주, 대구 등으로 퍼져나갔다. 

집회시위와 방역은 양자택일이 아니다

코로나19 속에서도 우리는 살기 위해서 일터에 나가고, 가게 영업을 지속한다. 일상적 방역조치를 함께 병행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살기 위해서 농성을 하고, 집회시위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 철거에 맞서 오랫동안 농성을 이어오던 상인들, 재개발 사업에 일터와 삶터가 헐리고 쫒겨난 곳곳의 철거민들, 항공산업 위기 속에 가장 먼저 해고된 아시아나 노동자들이 코로나19 속에서도 집회시위와 농성을 이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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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일 서울시청 앞에서 ‘인권단체 공권력감시대응팀’과 함께 방역을 이유로 집회시위의 권리를 원천적으로 봉쇄당한 이들이 모여서, 집회시위와 방역은 양자택일이 아니라는, 우리도 안전하게 집회하고 싶고 코로나19라서 더욱 모여서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언론과 시민들에게 당당하게 전했다. 

코로나19지만, 우리는 방역조치를 하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고 음식점과 술집을 비롯한 다중이용시설을 오간다. 그에 비하면 집회시위는 옥외에서 개최되고, 사전신고체계 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경찰이나 지자체의 조력을 통해 충분한 방역 조치를 취하기가 더욱 용이하다. 대부분의 일상활동이 이뤄지는 가운데, 오직 집회시위에 대해서만 인원, 방식, 기한제한도 없이 무조건 모든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그 의도가 너무 명백했다. 그냥 집회시위가 싫으니 무조건 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행정법원, 무기한 옥외집회 금지는 과도한 제한

해외뉴스인 줄 알았는데, 행정법원이 서울시의 옥외집회금지처분에 대해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는 소식이 들렸다. 감염병 확산 우려가 있음이 합리적인 근거 등에 의해 객관적으로 분명히 예상될 때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감염병 상황에 따른 행정조치에 대한 중간 검토과정도 전무하고 기한 제한도 집회 방식에 대한 규정조차 없는 서울시의 행정명령이 위법하다는 판결이 이제야 나온 것이다. 

감염병 확산 우려를 막기 위해 지자체와 경찰이 해야 하는 일은 일방적인 금지가 아닌, 적절한 방역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력하면서 집회시위의 권리가 충분히 행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정말 일상이 된 시대에 달라진 조건과 환경 속에서, 우리의 기본권이 어떻게 적절하게 행사되고 보호받아야 하는지, 그러기 위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차분히 묻고 따져가야 할 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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