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이야기

기후위기 시대, 무엇을 할 것인가?

들과 사랑방 활동가를 위한 기후행동학교 후기

3월 19일, 삭풍이 부는 날이었다. 다들 오돌오돌 떨면서 신길역 앞에 있는 아이쿱 생협 교육장으로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이 날은 기후위기비상행동의 ‘찾아가는 기후행동학교’ 프로그램으로, 인권교육센터 들과 사랑방 활동가들을 위한 교육이 열리는 날이었다. 기후위기 교육이라서 날씨가 이런 건가 하는 생각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날씨와 기후는 다르다

이 날 강사로 온 김현우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은 ‘날씨와 기후는 다르다’는 말로 교육을 시작했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날씨가 그날의 기분이라면 기후는 성격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후가 변한다는 것은 ‘오늘 날씨가 왜 이래?’라는 말처럼 내일이면 달라지거나 좋아질 수 있는 게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의 거대한 구조적 변화를 뜻한다는 것이다. 지난 수 만 년 동안 지구기후에 적응하며 진화하고 살아온 인간을 비롯한 대부분의 생물종들에게 이런 변화는 ‘위기’가 된다. 이런 변화가 앞으로 수 만년에 걸쳐 이루어진다면 인류는 이를 ‘위기’로 직면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미 시작된 변화가 길어야 십 수 년 안에 더 큰 기후변화로 나타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리의 상상을 돕기 위해 김현우 님은 영화 <인터스텔라>를 떠올려보자고 했다. 기후변화로 재배가능한 곡식이 점점 줄어들어 옥수수만 재배할 수 있게 된 상황, 야구경기 중 모래폭풍이 몰려오고, 먼지가 아니라 모래와 함께 살아가는 집안 풍경 말이다.

공룡 대멸종이 아닌 저감과 적응

기후위기의 심각성,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절박감은 지구가 시한폭탄처럼 곧 터질 것이라는 이미지와 연결된다.(과학자들이 이야기하는 10년 내 기후변화의 변곡점은 분명 그런 의미가 있다.) 영국의 기후위기대응 단체의 이름도 ‘멸종저항’이다. 운석의 지구 대충돌로 인한 빙하기의 시작이 공룡의 멸종을 가져왔던 것처럼 인류도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될까? 10년 내에 온실가스의 대폭감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온실가스가 지구평균온도를 계속 올리고 있다는 사실 외에는 말이다. 다만 운석 충돌로 인한 공룡 멸종과는 다를 가능성이 크다. <인터스텔라>의 풍경은 향후 50년 뒤가 될 수도 있고, 그렇게 100년, 200년을 인류는 더 살아가게 될 수도 있다.

많은 기후활동가들이 ‘기후우울’을 겪는다고 한다. 보수적인 추산인 유엔의 발표에 따라도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달성해야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 가능하다고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김현우 님 역시 1.5도 상승이라는 목표치 달성에 회의적이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내심 놀랐다. 너무 솔직하신 거 아닌가? 그런데 나도 회의적이다. 중요한 건 기후변화의 현실이 순식간에 벌어질 사고가 아닌 인간의 시간 지평에서는 점진적인 변화로 나타날 때, 근본적으로 달라질 자연환경이라는 확률 속에서 우리는 온실가스 저감과 환경에 대한 적응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결코 ‘모 아니면 도’가 아니다.

 

어떤 적응인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이 때 온실가스 저감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미 온실가스를 줄일 수많은 과학기술적 정책과 방법들이 나와 있지만 국가와 자본의 이윤과 권력 구도 속에서 채택되지 않고 버려지고 있듯이 말이다. 그런데 적응은 어떤가? 몇 가지 환경변화 모델을 가지고 시나리오를 작성해볼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 경험한 적 없는 ‘도래할 미래’라서 모든 게 불확실하다. 그런 와중에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는 기후위기 시대 적응이라는 게 무엇일지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주는 것 같다.

일단 코로나19처럼 기후위기도 우리의 생활 전반에 구체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강제하게 될 것이다. 식생활, 여행, 교통수단 이용 방법도 달라질 것이고, 물과 에너지(냉난방), 의료자원의 배분 문제도 당장의 현안으로 등장할 것이다. 우리가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배급부터 겪었던 작은 일들이 생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국경봉쇄와 지역봉쇄가 전면화 되는 것처럼, 기후난민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발생할 것이며, 이들이 재정착하는 과정 자체가 커다란 정치적 도전이 될 것이다. (드라마 years&years에서 이는 실감나게 드러난다.) 세계 각 국의 코로나19 대응은 천차만별이다. 중국, 싱가포르 같은 강력한 국가통제부터 스웨덴의 집단면역 방침까지. 또한 방역에 머물지 않고 재난소득처럼 전체 경제사회 시스템의 문제로 확대되었다. 기후위기도 그렇다. 기존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게 되는 상황이 되면, 우리를 둘러싼 모든 사안이 정치적인 문제가 된다. 시스템-체제의 정당성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 적응이 ‘평등하고 존엄한 인간’ 공동체를 새롭게 구축해나갈 기회가 될지, 악화된 조건 속에서 자원과 권력의 독점과 수탈이 더욱 폭력적으로 이루어지게 될지는 결국 ‘운동’에 달려있다는 생각만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