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이야기

지구온난화, 기후위기, 기후불평등

9.21 서울 대학로, 기후위기 비상행동에서 만나요

7월 말,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시민사회단체 집담회’가 있다며 인권활동가들의 참여를 요청한다는 소식을 듣고 참석하게 됐습니다. 저에게도 기후변화와 관련된 소식들은 그 동안 국제뉴스에 가까운 이야기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인권으로 읽는 세상 주제로 미세먼지에 대해 쓰게 되면서 기후변화 관련 자료들을 접하게 됐던 차에 마침 집담회 소식을 들었습니다.

 

벌써 30년

집담회에는 60여 명의 단체 활동가와 개인 참여자가 모였습니다. 오랫동안 기후변화대응운동을 해왔던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이슈로 운동이 시작된 건 국제적으로는 30년이 넘었고, 한국에서는 20여 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구온도는 계속 오르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기는커녕 더 늘어나는 현실 속에서 활동가들은 대응운동이 실패했다고 고백합니다. 온난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것도 아니고, 실현가능한 재생에너지 발전기술이나 정책이 없는 것도 아닌데, 사회는 꿈쩍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기후대응운동에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돌아보게 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이런저런 사회문제에 관심도 많고, 주변에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도 기후변화나 지구온난화는 날씨가 변화무쌍해지고 달라지는 것일 뿐, 사회를 바꿔야 할 과제로 인식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말입니다. 사랑방도 기후문제를 인권문제와 별개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사안이라고 생각해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인간의 생활양식이 지구의 기후를 급격히 변화시킨 원인이고, 달라진 기후가 앞으로 인간이 살아갈 기본 조건이 된다면, 기후문제야말로 지구가 아닌 사회의 문제이고 그 해결책도 사회에 있을 텐데 말이죠. 사실 수십억 년 된 지구의 관점에서 보면 인류의 지속 시기는 작은 점도 안 될 정도이고, 지금의 기후변화는 그리 큰 변화도 아닙니다.

 

기후변화가 아닌 기후위기

지구온난화라는 말은 우리에게 낯선 말이 아닙니다. 30년 전부터 들어왔으니까요. 하지만 최근에야 온난화의 효과인 기후변화를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의 온도차가 갈수록 커지고 봄, 가을은 점점 짧아지고 열대성 폭우는 일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그냥 ‘기후변화’가 아닙니다. 신이라면 그렇게 표현해도 되겠지만, 인간에겐 ‘기후위기’입니다. 이미 남반구 지역주민이 겪고 있듯이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사막화로 식량생산이 힘들어지고, 작은 섬나라들은 해수면 상승과 폭풍 피해로 인해 살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습니다. 이렇게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기후난민’이 되고 있습니다.

작년 인천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 보고서에서 과학자들은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들어야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남반부가 겪고 있는 재난보다 훨씬 큰 재난이 닥칠 거라고 합니다. 그런데 탄소배출량을 제로로 만든다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불가능합니다.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한국도 2014년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해오고 있습니다. 탄소배출권을 부여한 다음, 탄소배출을 줄이면 남는 배출권을 시장에서 거래 가능하도록 해 탄소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는 대실패입니다. 배출 가능한 탄소량을 정해놓고 이를 지키도록 강제하지 않고, 시장에서 거래를 통해 줄이겠다는 자본주의적 방식으로는 탄소를 줄일 수 없었던 것입니다. 화석연료를 활활 태우며 이윤을 쌓아 온 자본주의 200년이 이제 인간을 비롯한 여러 생물종에게 가혹한 환경이라는 부메랑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기후위기에서 기후불평등으로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절박함에 다시 전 세계 기후운동이 결집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멸종저항’이라는 단체가 활발한 활동을 해 의회의 ‘기후비상사태’ 선언을 이끌어냈다고 합니다. 저는 인류가 다른 생물들처럼 멸종하게 될지 살아남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지구가 폭발하지 않는 이상, 기후위기는 인류멸종보다는 영화 ‘매드맥스’와 같은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불평등하고 폭력적인 인간사회의 모습에 가깝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기후변화는 인류 모두의 위기라기보다는 그런 가혹한 환경을 온몸으로 겪어야 하는 이들의 위기일 것입니다. 기후운동 30년이 남긴 교훈은 근본적인 사회변화가 아니고서는 기후위기를 막기 어렵다는 통찰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설령 지금까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게 되더라도 자연을 수탈하고 인간을 착취해 온 이 사회를 바꾸지 않고서는 인류가 함께 살아가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집담회 이후 108개 단체와 개인들이 모여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꾸렸습니다. 9월 21일 대학로에서 정부와 한국사회를 향해 외치는 것으로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기후변화를 위기이자 사회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행동이 절실한 문제라는 공감을 만들어가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9월 21일 3시 대학로에서 인권운동사랑방 깃발을 찾아주세요~

 

*** 기후위기 비상행동 홈페이지: https://www.climate-strik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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