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줄임말

아해

'버카충'을 듣고 포켓몬이나 유희왕을 떠올렸어도 어쩔 수 없겠네요. ㅎㅎ 줄임말들은 그 시대, 그 세대의 문화이기도 하고, 은어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줄임말이 아니라 아예 말을 줄여버리는 말줄임표는 어떨까요. 아, 그대는 말줄임표에 대한 내용을 알고 있는가요.

<줄임표는 가운데에 여섯 점(……)을 찍는 것이 원칙이나, 아래에 여섯 점(......)을 찍거나 세 점(…, ...)만 찍는 것도 가능하다. 종전의 「한글 맞춤법」(1988)에서는 가운데에 여섯 점을 찍도록 규정되어 있었으나, 그동안 컴퓨터 등에서 입력할 때 불편함이 많았던 것을 반영하여 「한글 맞춤법 일부 개정안」(2015)에서 개선된 것이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것은 점을 아래에 찍더라도 마침표는 생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점을 아래에 찍더라도 마침표가 필요한 경우에는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따라서 마침표를 포함해서 아래에 일곱 점(.......)을 찍거나 네 점(....)을 찍어야 한다. [네** 지식백과]>

"컴퓨터 등에서 입력할 때 불편함이 많았던 것을 반영하여"라니....... (나, 점 7개 찍었어요.) 말이 이런 이유로 변해도 되는 것인가, 아니, 말은 이렇게 변하는 것이겠지요. 근데, 시대도 이렇게 변한다면, 어디에 발을 딛고 서야할지 혼란과 불안이 없지 않구만요. >.<;;;

 

디요

아무도 기억 못 할 테지만, 내가 사랑방에 새로 들어와서 줄임말, 유행어 이런 것들을 아는 척했던 시기가 있었다. 이런 말도 모르냐고 말이다. '나이주의자'라는 지탄까지 받았지만 이 자리를 빌어서 고백하자면, 사실 그때 사랑방 바깥의 친구들에게 왜 이렇게 못 알아듣냐고 혼나면서 배웠던 말들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잘 몰라서 늘 혼나지만 아직은 배우려고 애쓰고 있다.

 

정록

난 줄임말이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SNS를 비롯한 온라인에 담을 쌓고 지내는 것도 큰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어쩌다 긴 문자를 보내다보면 나도 막 줄이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을 때가 있다. 그렇게 말들이 팍팍 줄어든 게 아닐까.

 

세주

평소에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새로운 신조어나 줄임말이 나온 것을 못 알아먹으면 좀 뒤쳐진 느낌입니다. 아싸/인싸니 최근에 UBD? 이것도 줄임말에 들어가나. 아닌가. 이런 것도 팍팍 느낌이 안 올 때, 회사원스럽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습니다. 오래전 영어로 SMS를 작성하기 위해 말을 줄인다는 걸 보고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게 같은 맥락일까요? 엄지족의 유물로서 다시 꽃피워진 줄임말 시대? 사실 일하면서도 온갖 약자를 쓰고, 분야별 언어들이 줄임말인거 보면 새로운 일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인권운동사랑방은 줄일 수 있을까요? 혹시 인싸? ㅋㅋㅋ 인싸 활동가?

 

민선

방송에도 등장하며 일상어가 된 ‘인싸’(인싸이더)와 ‘아싸’(아웃싸이더)도 검색해보고서야 알게 된 만큼 줄임말에 무지하다. 몇 년 전 대학에 편입해 다시 신입생 생활을 시작하게 된 친구는 관계에서 겪는 어려움 중 하나가 줄임말이라고 했다. 버거워하는 친구를 위로하며 소외감을 느낄 게 아니라 ‘학자’(학원자주화)나 ‘등투’(등록금투쟁) 등등 우리가 썼던 줄임말을 알려주자 했다. 새로운 줄임말을 접해도 이제 엔간해서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얼마 전 ‘주노 변증법’을 듣고는 '깜놀'. 그런데 더 놀란 건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을 이렇게 줄여 부르는 게 십 년도 더 됐다는 거였다. 그리하여 다시금 확인한 사실, 난 '인싸'보단 '아싸'다.

 

미류

인사방. 인권운동사랑방을 이렇게 줄여 부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줄임말은, 줄임말을 이해하는 집단의 소속감을 확인하는 데 가장 큰 목적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줄임말에 능숙해지고 싶다가도 말고 싶어지는, 즉 어딘가 끼고 싶다가도 그러고 싶지 않아지는 이유.

 

어쓰

줄임말이 경제적이라는 식의 설명에는 별로 동의가 되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어떤 줄임말을 말하고, 다른 누군가는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고, 다시 누군가는 줄임말을 풀어서 설명하고, 참 별 줄임말이 다 있다고 웃어넘기는, 이제 거의 클리셰에 가까운 그 모든 과정이 참 비경제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어쩌면 사람들은 말을 줄이기 위해 줄임말을 쓰는 게 아니라, 재밌는 줄임말을 써먹고 함께 웃기 위해서 줄임말을 쓰는 건 아닐까요. 물론 모든 줄임말이 재밌지는 않지만요.

 

연애를 하게 되면 자기에게 꼭 알려줘야 한다고 신신당부하는 친구가 있는데(같이 여행가고 싶을 때 자기랑 안 놀아줄까봐) 어느 날 "자만추?"라고 물어서 "네?" 했던 기억이 난다. 자만추... 자유로운 만남 추구. 친구 덕분에 크게 웃었다.

 

가원

웃을 일 없다 한탄할 필요가 없다.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뜨아’라고 줄여 부르는 세상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또 어떤가. ‘아아’ 라니. 웃고 싶은 날은 말을 줄여보자. 황당해서라도 웃음이 난다. 황.웃.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