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의 편지

짜깁기를 리스펙트(RESPECT)!

"... 이번 대책은 과거 정책들을 짜깁기한 것에 불과하다. ..."

이런 경우가 워낙 흔한 현실이라서, 나 스스로도 이런 표현을 써보기도 했을 겁니다. 그러면서 짜'집'기가 아닌, 짜'깁'기가 표준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은근히(라고 쓰고 쓸데없다고 읽지요) 뿌듯하게 생각을 했겠지요. 어쩌다가 누군가의 글에서 '짜집기'가 보이기라도 하면, '쯧쯧쯧~ 아직 이것도 모르시고...'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나는 실제 짜깁기에 대해서 뭐라도 알고 있기나 했던 걸까요.

생○의 달인이라는 (뭐랄까요, 6○ 내고향과 별반 다르지 않은 소박한(?) 느낌의)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짜깁기하는 분의 내용을 보았습니다. 빠지직 컬쳐쇼크. 문화적 충격에 빠진 채 TV를 뚫어져라 쳐다보았습니다. 화면 속에 보이는 짜깁기는 "논문을 짜깁기 했다" 따위의 뉘앙스로 쓰일 수 없는, 아름답고 고귀한 작업이었습니다.

짜깁기의 사전적 의미가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1. 직물의 찢어진 곳을 그 감의 올을 살려 본디대로 흠집 없이 짜서 깁는 일.

2. 기존의 글이나 영화 따위를 편집하여 하나의 완성품으로 만드는 일.

 

TV의 주인공은 사전적 의미 그대로 "올"의 수준에서(!) 한 올 한 올 끼워 맞춤으로써 기존 옷감과 덧대는 옷감을 완전히 일치시켜 수선하고 있었습니다. 수선 후에는 전혀 티가 나지 않았고, 누덕누덕 기운 누더기와는 질적으로 달랐습니다. 그래서 영어로는 invisible mending 이라고 한답니다. 안보이게 수선하는 것. 헐.

그러니까 인생의 의문점 중 하나가 풀립니다. 양복이나 코트를 사면 단추와 함께 작은 지퍼 백에 들어있는 그 작은 옷감. 나는 그건 대체 왜 주는 것일까, 빵꾸나면 그 위에 덧대어 꿰매라는 뜻일까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고, 문제가 생기면 짜깁기를 하라고 주었던 것입니다. 헐헐.

지금까지 나는 짜깁기를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고 글 속에 써넣곤 했던 걸까요. 내 머리 속에 짜깁기와 누더기가 비슷한 이미지로 들어있는 것은 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부끄럽네요.

그러고 보면 나는 아는 게 참 없는 것 같습니다. 내가 난민에 대해서 알고 있을까요. 난민을 욕하는 사람들이 왜 욕하는지는 알고 있을까요. 이주노동자에 대해서, 성소수자에 대해서, 내 친구들에 대해서, 나에 대해서... 내가 '짜깁기'라고 글에도 쓰고 말도 했어도, 사실 짜깁기가 무엇인지 전혀 몰랐던 것처럼, 사람들에 대해서도 아무 것도 모르는 건 아닐까 싶네요. 무언가 알기 위해서는 서로 만나고, 얘기하고, 공감하고, 노력하는 시간들이 필요할 텐데, 그리 쉽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하지만, '은수저'라는 만화에 나온 대사처럼, "그래도 알려고 하는 노력을 멈추고 싶지는 않아"라는 마음입니다.

요즘 어느 광고에서 얘기하듯, 짜깁기도 능력이야. 짜깁기를 리스펙트.

너/나/우리를, 리스펙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