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으로 읽는 세상

동산초와 스쿨미투가 던지는 질문

[인권으로 읽는 세상] 더 많은 '정치적 교육'이 필요하다

지난 3월 11일, 광주지방법원으로 출석하던 전두환에게 동산초등학교 학생들이 "전두환은 물러가라, 전두환을 구속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관련 동영상과 기사는 같은 날 전두환의 "이거 왜 이래" 발언과 대비되며 순식간에 이슈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대견하고 기특한 초등학생들'에 대한 칭찬과 '초등학생만도 못한 전두환'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는 중에 '아무리 그래도 초등학생인데' 라는 식의 우려도 적지 않았다. 바로 며칠 뒤에는 극우 단체 회원들이 동산초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학생들이 정치 구호를 외쳤으므로 교육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동산초 학생들에 대한 칭찬과 우려에 비난까지, 넘쳐나는 반응 속에서 무엇에 주목해야 할까.

  
 
동산초와 스쿨미투, 청소년의 정치적 말하기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망언 이후 현재 5.18은 가장 뜨거운 정치적 이슈 중 하나이다. 5.18을 어떻게 정의하는지가 곧 정치적 성향을 나타내는 리트머스처럼 여겨지고 있으며, 이는 극우 세력이 빨갱이나 동성애를 들먹였던 방식과 유사하다. 동산초 학생들에 대해서 '아무리 그래도 초등학생'이 5.18이라는 '정치적 구호'를 외치면 안 된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시각은 최근 한국 사회를 뒤흔든 또 하나의 이슈, 스쿨미투에서도 드러난다. 1년 전 용화여고 창문에 붙은 ME TOO 포스트잇으로 시작해 들불처럼 번진 스쿨미투는 학교에 만연한 성폭력을 수면 위로 드러냈다. 미투 운동이 개인 간의 성폭력뿐만 아니라 남성 중심적인 사회 전체를 고발했듯이, 스쿨미투 또한 남성 중심적이고 권위적인 학교를 고발하는 움직임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을 통한 여성의 말하기를 변질시키고 왜곡시키려는 움직임도 존재했다. 동산초 학생들의 구호가 518에 관한 정치적 구호였다는 이유로 우려의 대상이 되었듯이, 스쿨미투를 통한 청소년의 말하기는 민감한 페미니즘 이슈라는 이유로 축소되거나 가로막히곤 했다.
 
그러나 이미 청소년들은 5.18과 페미니즘 등 한국 사회 정치적 이슈의 한복판을 살아가고 있다. 매년 5.18에 관련된 수업에 참여하기도 했던 광주 동산초 학생들에게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망언과 전두환 재판은 남의 일이 아니었다. 연일 뉴스를 채우는 미투 운동과 터져 나오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통해 여성 청소년들은 스스로의 일상과 학교를 비춰보게 된다. 이러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청소년은 정치적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는 공허할 뿐이다. 동산초 학생들과 스쿨미투 당사자들은 스스로 살아가는 현실에 대해서 말했다. 우려할 문제가 있다면 정치적 이슈에 대해 말하는 청소년들이 아니라 청소년의 정치적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는 사회와 교육을 우려해야 한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환상 
 
동산초 학생들을 칭찬하고 기특해하는 광주에서 정작 2011년 학생인권조례 제정 당시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집회시위의 자유를 삭제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명절에 모였을 때 정치 얘기는 하는 게 아니다"라는 이야기가 명절마다 회자되듯이 한국 사회는 유독 정치를 어려운 것, 복잡하고 민감한 것, 서로 편을 가르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으로 여겨왔다. 이러한 시각은 교육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정치와 교육을 철저히 분리하는 방식으로 요구되곤 했다. 마치 현실의 사회나 정치와는 격리된 무균실 같은 교육이 존재하고, 그렇게 잘 교육받으면 청소년이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자라날 것이라는 상상이다. 이러한 상상이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는 교육'이라는 환상을 낳고, 이 환상이 실제 사회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말하기를 가로막는다.  

그러나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국가 권력이 교육을 마음대로 휘두르지 못하게 하는 데 의의가 있는 주장이다. 학교와 교육은 현실 정치와 사회 속에 존재하며 그로부터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기계적 중립을 강요받는 교육은 현실에서 오히려 보수적이고 폭력적인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지금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이나 페미니즘 교육이 배제된 학교는 교육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믿음 속에서 정치적 이슈에 대한 교육을 배제해온 결과이기도 하다. 
 

 
정치적 중립이 아닌 정치적 주체를 위한 교육 
 
한국 정치의 좌우 대립 등 특수성 때문에라도 교육과 정치를 분리해야 한다는 믿음도 있다. 그러나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 고민하는 교육의 문제는 이미 그 자체로 정치의 문제이다. 청소년은 올바른 교육을 통해 정치적 주체로 성장한 뒤에야 정치적으로 말할 수 있다는 식의 접근은, 지금 말하고 있는 청소년의 존재를 지운다는 점에서 더욱 나쁘다, 교육이 고민해야 할 방향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게 아니라 정치적 주체인 청소년들의 말하기를 어떻게 들으며 북돋을 것인가이다. 중요한 건 탈정치가 아니라 더 많은 정치적 교육이다.  

교육은 스스로의 존엄과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과정이고, 이는 교사와 학생이라는 교육 주체간의 상호 작용이어야 한다. 그렇기에 교육에 대한 고민은 단순히 어떤 텍스트를 전달할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청소년의 말하기를 듣고 북돋는다는 것은 행동과 실천을 동반해야 한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동산초와 스쿨미투를 기특해하는 건 해답이 아니다. 이미 말하며 정치하고 있는 청소년들과 동료로서 어떤 교육을 만들 것인가? 교육을 만드는 주체들과 어떻게 함께 정치할 것인가? 이를 위해 교직원 등 학교 구성원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동산초와 스쿨미투가 한국 사회와 교육에 던지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