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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19금


뭔가 같이 나눈 이야기들이 많아서 이 주제로 정했었는데, 막상 기억이 안 나네요. ㅠㅠ 제 인생의 19금이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지금은 사라진, 당시 일산의 유일한 영화관이었던 나운시네마에서 '아이즈와이드샷'이라는 영화를 친구들과 함께 야자를 땡땡이치고 봤던 기억입니다. 내용이 어려워서였는지, 스토리에 집중하지 않고 머릿속 뭉게뭉게 다른 그림들을 그려서였는지 영화는 잘 기억이 나질 않아요. 그 당시 비디오 대여점에서 보고 싶던 수많은 빨간 띠의 19금 영화들을 언젠가 꼭 챙겨보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때 그 영화리스트를 써서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바람소리
중고등학교 시절, 나는 19금은 꼭 넘고 싶은 호기가 많았다. 법적으로 금기되지 않더라도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것들 말이다. 예를 들어 화장하기, 미니스커트입기, 연애 등등... 술 마시기, 담배피기,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보기와 같은 것은 물론이고 말이다. 그런 것들을 할 때면 일탈의 기쁨을 느꼈다. 내가 정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정한 나이 기준이 나는 왠지 싫었던 듯하다.


미류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보러 간 연극 <내 사랑 히로시마>. 연극을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 우연히 받은 팜플렛에 배우 박정자의 고등학교 시절 사진이 나랑 너무나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이가 든 그녀의 모습이 궁금했을 뿐. 히로시마와 평화와 사랑에 대해서 이해하기에는 난 너무 어렸고, 알몸의 뒷모습을 봤는지 어쨌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고, 다만 꽤 시간이 흐른 후 교복을 입은 나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쳐다봤을지 궁금해졌을 뿐. 못 볼 걸 본 건 아닌 듯한데~


유성
웹툰을 즐겨보는데 최근에 챙겨보던 만화가 19금이 되었다. 갑자기 고등학생들이 전쟁에 내몰려 죽는 내용인데……. 이 만화가 19금이 된 진짜 이유는 <리얼>하기 때문인 것 같다.


초코파이
어릴 때 19금을 접한다는 건 어른이 되는 것처럼 여겨졌다. 누군가 19금 영화를 본 이야기를 하거나 성관계 이야기를 하면 영웅처럼 아이들이 떠받들던……. 내가 19금을 깬 건 술이 유일했다. 그걸 마시면 왠지 어른 같다고 느꼈던 건지 애들이 마시니 같이 마셨던 건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런데 웃긴 건 당시에도 담배는 양아치가 하는 거로 생각해서 하지 않았다는 거, 그러나 정작 19세부터 담배와 너무 친해졌다는 ㅠㅠ


ㅎㅊ
몰래 숨어서 19금이라고 불리는 비됴, 잡지, 술, 담배를 해 본 건 그닥 재미도 감동도 없는 이야기이다. 남들이 딱 처음 시작하는 시기에 그런 건 다 해 본 것 같다. 뭐 비디오가게에서 에로영화를 훔친거나, 남들보다 조금 빨리 클럽을 간 것 정도는 그래도 재미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웃긴 기억으로 남은 건, 명절에 온 친척들이 다 온 날 거실 컴퓨터를 잘못 눌러서 성인싸이트 화면이 순간 다다다다다다다닥!!! 떴을 때이다. 순간 너무 놀라 모니터를 발로 찰 뻔했다 ㅋㅋㅋ 근데 그 싸이트 절대 내가 들어간 곳이 아니었다. 나는 모든 기록과 흔적을 다 지웠기에 절대 흔적을 남기지 않았는데…… 난 절대 아닌데…….


정록
대학 신입생 환영회 술자리에서, 총학생회장이 와서 자기가 지역 경찰서장이랑 잘 이야기해서 미성년자 술집 출입단속에서 학교 학생들은 빼달라고 했다며 자랑을 했었다. 당연히 대학 들어가면 성인이 되는 줄 알았다가 아니라는 거 첨 알고, 같은 나이라도 재수생이나 고졸과 달리 대학생은 성인대접 받는다는 걸 요상하게 알게 된 경험이었다.

승은
19세 미만이라는 이유로 딱히 금지된 것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입시제도에 매여 살았기 때문에 욕망이라는 것, 자극이라는 것에 둔했던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 87년 민주화운동이 명동성당이라는 곳에서 벌어지면서 그곳에서 10대를 보낸 나에게 한국사회에서 금지되었던 정치적 이슈에 대해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그래서 그 시절 나에게 19금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