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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보자 폴짝] (2) ‘빨간 커튼’ 뒤에 숨겨진 이야기

“대~한민국” 큰 함성만 들리나요?

콜롬비아 축구 수비수인 에스코바르 아저씨는 1994년 월드컵 경기에서 자기 팀 골키퍼에게 공을 건넨다는 것이 그만, 자책골을 넣습니다. 그리고 그 경기에서 콜롬비아는 집니다. 콜롬비아 사람들도 ‘콜~롬비아’를 외치며 월드컵에 열광했던 터라, 그 사실에 화가 단단히 났지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요? 고향으로 돌아와 쉬고 있던 에스코바르 아저씨는 어떤 사람이 쏜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답니다. 월드컵이 뭐길래 사람의 생명도 앗아가는 걸까요.

자책골을 넣었다는 이유로 에스코바르 아저씨는 목숨을 잃어야 했어요.

▲ 자책골을 넣었다는 이유로 에스코바르 아저씨는 목숨을 잃어야 했어요.



너무 심하다고요? 우리나라는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요? 음, 글쎄요~ 하지만 생명만큼 소중한, 사람들의 삶(생활)을 빼앗는 일을 월드컵 뒤에 숨어 쉬쉬 벌이고 있다면요? 바로 여기 우리나라에서요. 무슨 말이냐고요?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는 온통 월드컵 이야기뿐이었습니다. 핸드폰 광고도, 아이스크림 광고도, 뉴스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쇼프로에서도, 온통 빨간 색이 넘실대고 ‘대~한민국’을 외쳤지요. 하지만 스위스와의 축구경기에서 지는 바람에 16강에 오르지 못하게 되었고, 그 실망감에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썰물 빠지듯 빠져나가 조용해졌습니다. 두리번두리번, 지나다니는 거리에서도 온통 월드컵 이야기로 넘쳐났었는데 말이지요. 하지만 월드컵 축구에 대한 이야기꽃은 아직도 생생하고, 벌써부터 4년 후를 기약하자며(4년마다 월드컵이 치러지거든요) 월드컵의 빨간 물결은 여전히 넘실거립니다. 근데 그거 아나요? 월드컵 소식 뒤에 가려져 있던, 참 많은, 다른 소식들을요?!


지금 여기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지금 대~한민국은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농사짓는 땅을 마을 사람들에게 내놓으라고 하고 있어요. 40여 년 동안 농사짓던 땅을 내놓으라는 대~한민국 이야기에, 마을 사람들은 당연히 싫다고 했지요.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위한 일’이라며, 농사짓는 이들의 땅에 철조망을 치고 많은 군인과 경찰을 마을에 머물게 하면서 농사를 못 짓게 하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대~한민국은, 농사지을 땅이 부족하다면서 새만금 갯벌로 들어오는 바닷물을 모두 막았어요. 갯벌을 단단한 땅으로 만들기 위해서 말이지요. 그 바람에 새만금 갯벌은 사막처럼 말라가고, 갯벌과 함께 살아가던 어민들의 살 길도 막혀 버렸어요. 많은 사람들이 그것은 생명을 파괴하는 일이라고 외쳤지만 정부에서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위한 일’이라며 갯벌을 메우고 있답니다.

한편, 대~한민국은 지금 미국과 자유 무역 협상(*)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 생활을 더 힘들게 만들 수 있대요. 농민들도 더 살기 어려워지고 아파도 비싼 약값 때문에 병을 고치지 못하는 사람들도 생겨난대요. 그래서 정말 많은 어른들이 협상을 맺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어찌된 것인지 많은 이들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으면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위한 일’이라며 계속 협상을 추진하고 있어요.

이러한 일들이 월드컵과 무슨 상관이지? 라고 생각할 동무도 있을 거예요. 맞아요, 어떤 어른들도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이러한 일들이 월드컵이라는 빨간 커튼 뒤에서 더 빠르게 얼렁뚱땅 벌어지고 있었답니다.


‘빨간 커튼’ 뒤에 숨기려고 해요!

텔레비전, 학교, 거리, 집. 모두 ‘대~한민국’을 외치며 ‘달라진 애국가’를 4절까지 부릅니다.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달리는 선수들을 보며 ‘우리나라가 이기길’ 바랍니다. 월드컵의 축구는, 축구가 아니라 어느새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의 싸움이 됩니다. 모두가 우리나라를 위해 열심히 응원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를 응원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에스코바르 아저씨의 실수도 경기 중 언제나 있을 수 있는 것인데, 마치 나라를 망하게 한 일인 양 엄청난 잘못으로 여겨져 목숨까지 잃게 된 것이겠지요.

이번 우리나라 사람들의 응원 소리에 가만 귀 기울여보았다면, 축구 자체보다는 우리나라를 응원하는 데에서 오는 재미에 푹 빠져 있음을 알 수 있었을 겁니다. 축구선수를 ‘전사’(전투에 나선 군인)라고 부르며 오로지 다른 나라를 이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우리나라만을 응원합니다. 원래 월드컵은 축구를 통해 세계 평화를 꿈꾸자는 것이었다는데도 마치 나라와 나라 사이의 전쟁처럼 되어버린 것이지요.

이렇게 많은 이들이 월드컵 전쟁에 빠져있는 사이, 바로 이때를 놓치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걸 아나요? 이 사람들은 모두에게, 복잡하고 머리 아픈 문제는 잠시 내려놓고 놀자고 합니다. 재미있지 않냐며 텔레비전을 온통 빨간 색으로, 학교를 거리를 집을 부추겨 ‘대~한민국’ 구호로 채웁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며, 이 축제를 즐기라고 속삭입니다. 그리고 그 빨간 커튼 같은 월드컵 열기 뒤에 숨어, 우리 삶(생활)에 계속 영향을 미치게 될 중대한 문제들을 자기끼리 추진해 버리는 겁니다.


월드컵의 큰 함성만 들리나요?

그러니 달콤한 속삭임에, 많은 이들이 눈과 귀를 월드컵에만 맞춘다면? 평화를 원한다는 소리, 새만금이 신음하는 소리, 모두가 같이 행복해져야 한다는 목소리는 월드컵 응원소리에 묻힐 테지요. ‘대~한민국’을 외치게 부추기는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말이지요. 또 월드컵 큰 함성에 함께 하지 않는다면, 월드컵에 관심 없다면, 우리나라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여겨 ‘나는 월드컵이 별로야!’ 또는 ‘나는 월드컵이 싫어!’라고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도 바뀌어야 할 거예요. 많은 이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모두가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니까요.

어때요? 동무들에게는 월드컵의 큰 함성만 들렸나요? 우리 같이, 월드컵의 큰 함성 속에 숨어있던, 달콤한 듯 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를 더 화나게 만드는 일들이 없었는지 찾아보자고요! 그리고 ‘대~한민국’에 맞선, 우리 모두를 살리는 고운 목소리들에 힘을 실어주는 것에 소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자유무역협상 :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값싸게 제공하기 위해 각 나라에서 만들어온 보호규정을 모두 없애고 수출과 수입을 모두 개방하려는 것을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