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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삶에 밀착한 인권운동을 위하여

쌍용자동차 이야기를 해볼까요? 조금만 걸어도, 조금만 앉아 있어도 땀이 주륵주륵 흐르는 계절입니다. 얼마 전, 평택에 있는 쌍용자동차 공장에 다녀왔습니다.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지금 평택 공장은 노동자들이 점거파업을 전개하고 있는 곳입니다. 공장안에 들어가면 노동자들이 침탈에 대비해 쌓아놓은 바리케이트와 공장을 지키고 있는 노동자들이 곳곳에 보입니다. 긴장된 분위기와 여유로운 분위기들이 교차합니다. 

이 긴장은 사측이 용역과 구사대를 동원해 파업을 불법화시키고, 무력화하고자 한 자본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공장외부로 철수하면서 소강상태에 들어선 듯합니다. 자본은 인력 구조조정안을 제시하며 노동자들에게 압박을 넣고 있습니다. 또한 공권력 투입을 운운하며 내적 긴장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요. 

하지만 이미 해고통보를 받은 노동자들에게는 해고 자체가 파산선고입니다. 노동을 통해 의식주를 해결하고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자신들의 삶을 지켜나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생존이 달려있는 문제입니다. 이번에 비정규직 개정 문제에서 볼 수 있듯이 노동자들은 한치 앞의 상황도 내다볼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자본이 그런 일방적인 안을 들이대며 위협한다고 한들 어떤 노동자가 그것을 신뢰할 수 있을까요? 

노동자들과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합니다. 땀이 흐르는 계절, 우리가 사는 삶이 매년 그렇듯 2009년 여름에 변하지 않는 세상을 바꾸기 위한 치열한 방안을 말입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진보적인 인권운동과 인권의 감수성, 당사자 권리강화를 어떻게 사람들에게 풀어낼 수 있을까요.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요. 인권운동의 역할에 대한 불분명한 지점을 털어내고 좀 더 분명한 인권운동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부의 쇄신, 비판, 되새김질이 필요하겠지요. 

활동가들, 우리 스스로가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물론 운동하는 단체의 역할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에 앞서 우리가 사람을 만나고 꾸준하게 그 사람들에 대한 작업을 해야 합니다. 삶에 밀착한 운동이 조직화를 낳고, 거기에 함께하는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권리’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경험을 우리가 안고 또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밀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장 인간답게, 따뜻하고 아름답게 사는 삶은 ‘운동’하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섣부르게 판단할 수 있지만 그만큼 운동은 삶에 있어 누구에게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깃발들고 집회에 나가서 도로를 뛰어다니는 것만이 운동이 아닙니다. 운동은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 운동입니다.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무수히 많은 운동의 ‘밀착’, 삶의 밀착을 통해 발전적인 운동을 만들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함께 하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