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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13회 인권영화제, 청계광장에서 합니다

2009년 6월 5일(금)~7일(일) 서울 청계광장(소라탑 앞)

후원인 여러분 안녕하세요. 인권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는 김일숙입니다. 13회 인권영화제 개막 소식을 전하는 편지를 보낼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올해 인권영화제는 촛불의 광장이었던 '청계광장'에서 개막합니다. 올해도 여전히 극장들은 영화진흥위원회의 면제추천을 받지 않으면 대관해 줄 수 없다고 합니다. 여기저기서 분노할 일이 쏟아지는 터라 작년과 같은 상황에 그리 놀라지도 않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올해 영화제는 청계광장에서 개막해야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서울시시설관리공단에 청계광장 사용허가 신청을 했습니다. 5월 중순 쯤 개막하려고 했으나 '하이페스티발' 기간이라며 허가를 내주지 않았어요. 사용규정과 심사 기준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더니 6월 첫째 주 주말(6월 5일~7일)을 끼고 3일을 허가해 주었습니다. 인권영화제는 통상 7일간 했던 터라 7일을 신청했지만, 청계광장은 한 단체의 한 행사에 대해서는 최대 3일만 허가한다고 합니다. 장기기간을 독점하지 않도록 하는 규정에 동의가 되기도 해서 3일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장소 대관료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새벽에 행사를 하지 않아도 시설을 점거하고 있는 것이라 대관료를 지불해야 한답니다. 3일간(총 63시간) 광장사용료는 약 130만원입니다. 7일간 한다면 장소 대관료와 시설 장비 대여로가 두 배가 되겠지요. 거리상영은 낭만적으로 보일지 모르나 개막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많아서 피하고 싶은 일입니다. 영화제를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영리 영화제 심의제도를 포함한 영비법 개정을 해야만 합니다. 

청계광장 3일 상영으로 올해 영화제는 예년과 다른 방식으로 기획했습니다. 6월 5일(금)부터 7일(일)까지 낮 12시부터 밤 11시까지 상영하며, 총 28편(해외작 12편/ 국내작 11편/ 비디오로 행동하라 5편)을 1회 상영합니다. 그래서 낮에도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스크린 대신 LED장비로 상영 합니다. 여러분이 거리를 다니실 때 보셨을 건물 외벽에서 설치된 대형 전광판 같은 것입니다. 장비대여료가 비싸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거리에서 낮에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으니까요. 상영시간이 축소되어 감독과의 대화는 생략합니다. 서운해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을 예상해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앙코르 상영회'(6월 11일~14일_성미산 마을극장)를 할 예정입니다. 극장 운영측은 기꺼이 인권영화제를 후원해 주기로 하셨습니다. '앙코르 상영회'에서는 국내작 작품을 상영한 후, '감독/관객과의 대화'를 갖습니다. 국내작 공모하고 심사했던 시간을 떠올리면 기운이 납니다. 올해 공모에는 예년보다 두 배 가량 많은 작품이 들어왔습니다. 상영시간 단축으로 몇몇 작품들을 상영작에서 제외해야 하는 힘든 시간들을 거쳐야 했지만, 인권영화가 더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마음 든든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황금 같은 5월 초 연휴가 훌쩍 지나갔습니다. 중간 점검할 일들이 수북이 쌓여 있어 바짝 긴장하는 시기에 사랑방 활동가들이 줄줄이 연행되었다 풀려나 맥이 풀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우울해 할 시간도 없으니 금세 정신을 바짝 차렸지요. 해결되지 않는 용산문제와 곧 닥쳐올 미디어악법을 막아내는데 인권영화제가 할 수 있는 무엇인지 찾아내어 기획하고 활동하는 게 인권활동가인 제가 해야 할 일이고 살 길이니까요. 영화제 개막 한 달 전에는 일일이 열거할 시간도 없이 할 일이 많습니다. 여러분께 영화제 준비과정을 재미있게 풀어서 써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대신 13회 인권영화제를 알리는 브로셔를 '사람사랑' 소식지에 동봉해서 보내드립니다. 늘 일찍 보내드리지 못해 후회를 했었지요. 올해는 좀 더 서둘러 준비를 했습니다. 그래도 아주 이르지는 않네요. 주위에 맘과 뜻이 통하는 분들과 함께 청계광장으로 영화 보러 오세요. 그런데, 비를 피할 처마도 없고, 대낮 땡볕을 가릴 나무 그늘도 없어 걱정입니다. 청계광장에서 편안하게 영화를 보실 수 있도록 구름이 태양을 가려주면 좋겠어요. 소나기가 쏟아질 듯하지만 끝내 비는 오지 않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시원한 날이요. 틈나는 대로 하늘을 보며 기도합니다. 

후원인 여러분, 숨통 막히고 맥 빠지게 하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늘 건강 잘 챙기시고 웃음 잃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힘찬 기운으로 청계광장에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