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활동가의 편지

사랑방의 첫 느낌은 어수선함

#1
인권운동사랑방은 어수선했다.
현관문에 어지럽게 벗어던진 신발들을 헤치고 들어가자 책상에 앉아있는 사람을 가릴 만큼 높게 쌓여있는 자료집과 온갖 출력물 너머 모니터를 보며 맹렬히(!) 무언가를 작업하고 있는 사람. 큰 회의실과 주방, 작은 회의실, 거실의 사무공간을 쉴 새 없이 왔다 갔다 하는 사람.
누군가를 맞이하고 또 인사를 건네고 배웅을 하고 어느 샌가 다시 제자리로 가 있곤 했다.
또한, 설거지 당번을 기다리며 주방 싱크대에 다소곳이 들어차있는 많은 양의 설거지까지..
2년 전 겨울, 처음 인권운동사랑방에 처음 가서 보았던 이미지들이다.

#2
처음 인권운동사랑방 자원활동가라는 이름을 달고 인권운동사랑방에서 결합하는/주도하는 일들에 불성실하게 참여하였지만 그 안에서 주거권을 고민하고, 사회권지표개발을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과 나름의 고민들을 품게 되었다.
이런 고민의 결들은 내가 활동하는 다른 공간으로도 이어져서 이미 만들어진 제도나 정책, 통념이라 체념하고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였던 것들에 대하여 딴지를 걸어보자는 심보가 발동하기도 했다.
누군가의 권리가 아니라 나의 인권으로의 권리를 말하는 것에 거칠 것이 없어진 것이다.
(사실은 그러려고 노력하는 단계 ^^;;)

#3
사회권지표개발-주거권지표개발이 3년여의 대장정(>.<) 끄트머리에 다다랐다.
‘보편적’이라는 말처럼 애매한 의미가 있을까 
‘살만한 주거’는 ‘보편적’인 권리인데도 ‘주거권’은 빼앗긴 채, 아니 처음부터 우리들의 것이 아니었다.
경제지표나 환경요인 조사로의 주거권지표가 아닌 인권적 의미의 주거권 지표개발을 하면서 연구자적 소양이 필요 없다고 ‘주거권지표개발팀’을 소개한 활동가에게 툴툴거리기도 했지만 팀활동을 마무리하는 지금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각각의 다양한 당사자들과 활동가들이 ‘주거권’을 현장에서 고민하고 논의가 풍부해지길 바라지만 충분히 지표개발을 통해 이 과정을 거치지 못했고, ‘주거권’의 ㅈ도 몰랐던 내가 이제 겨우 입을 떼는 것처럼 ‘인권’의 언어를 습득해 나가기 때문이다.

#4
쓰고 보니 자원활동가를 접으며 쓰는 글 같으나 결론은 앞으로도 부지런히 달려봐야겠다는 생각이다.
인권운동사랑방은 처음 그 이미지처럼 여전히 어수선하다. 
책장도 사고 부엌바닥도 깔고 많이 깔끔해진 줄 알지만 사실 나에겐 처음 사랑방에 들어섰던 그모습 그대로이다. 복작거리면서 사람들과 부대끼고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하고 끄덕이기도 하면서 온전히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붓는데 주저하지 않는 자원/돋움활동가들과 내가 돈벼락만 맞으면 보약 한 재씩은 따논 당상인 상임활동가들과 건강하고 재미있게 활동해야겠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