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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인권의 역사에서 위로를 받다

인권운동사랑방의 주거권 활동을 하고 있는 ‘집들이’에서 하반기 활동 방향과 내용을 고민하면서 저는 ‘아 역시 주거권은 어려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도 ‘나 역시 마찬가지’라고 하겠지만, 주거를 권리로서 문제로 설정하고 제기하는 과정은 여전히 저에겐 어려운 주제입니다. 

한국사회에서 근대화 이후 ‘주거’는 소유이자 재산으로 인식되어왔고, 많은 사람들이 개인이 열심히 해결해야 할 영역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주거를 권리로서 보는 것에 대한 공감과 사회적 인식은 높지 않은 편입니다. 최근 신문기사를 보니, 한국의 은행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2009년 1분기 현재 250조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2005년 1분기 171조원에 비해 45% 증가한 수치입니다. 또한 최근 전세시장은 서울을 중심으로 물량 부족 현상이 심해지면서 전셋값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처럼 현실에서는 많은 세입자들이 2년마다 새로 전세 계약을 해야 하고, 그때마다 올라간 전세 가격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주택담보대출금으로 가계부담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거문제는 국가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닌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주거권을 생각하는 활동가인 저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우리 사회에서 인식이 변화되고 변화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을 하게 됩니다. 많은 경우, 이러한 고민의 과정은 조급함으로 드러날 때도 있고, 답답한 마음에 ‘아 다른 거 할까’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얼마 전 있었던 연대회의에서 주거권을 고민하는 다른 단체 활동가들에게도 저와 비슷한 답답함과 조급함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 마음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용산참사와 계속 진행되고 있는 개발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진지한 물음과 고민이 있었던 것이지요. 

아마 요즘 많은 다른 활동가도 현실에 대한 답답함과 구체적인 활동에 대한 고민으로 머리가 아프지 싶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뭘까요? 글쎄요 적어도 저에겐 얼마 전 부터 하고 있는 신입 돋움 활동가 교육 중 인권의 역사 교육이 조금은 위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정말 단순한 것인데요. 한국 사회에서 종합적으로 자유권과 사회권의 문제를 제기하고 구체적인 사업으로 실천하기 시작한 것이 그렇게 오래된 일은 아니라는 겁니다. 대략 10년에서 20년 사이라고 할까요? 더구나 사회권, 그 중에서도 주거권은 2000년 이후에야 운동의제로 제기되어 왔다는 점에서 현재 주거권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활동에 대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권의 역사를 볼 때, 주거문제에 대한 기존의 틀에 틈새를 벌이고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앞으로도 쭉 더 열심히 할 일이기에 조급함보다는 지속성이 필요하고,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활동을 준비하고 계획하는 착실함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동안 인권의 역사가 권리 주체의 확장을 통해 변화 발전해 온 것처럼, 변화와 발전은 늘 직선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함께 힘을 내서 계속해서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모두 힘을 내요! 아자 아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