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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나마스떼~저는 지금 인도에 와 있습니다.^^

나마스떼~저는 지금 인도에 와 있습니다.^^

윤미(돋움활동가)

안녕하세요. 다들 잘 지내고 있나요?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고 있겠지요. 저는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인도에 와 있습니다. 맥그로드 간지,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곳이에요. 많은 나라들이 티베트를 거부할 때 인도가 그들에게 땅을 허락해 많은 티벳인들이 이곳에 이주해서 함께 섞여 살고 있습니다. 달라이 라마야 워낙 유명해서 알고 있었지만 티베트 사정을 잘 알진 못했어요. 이곳에 와서 중국에 빼앗긴 이야기, 사람들 표정,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고 있습니다. 동시대에 일어나는 비극, 이 비극의 크기가 있다고 한다면 우리보다 훨씬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겠지요. 국가의 비극이 개개인의 삶에 어느 정도까지 전해지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들이 늘 프리티벳(Free Tibet)을 소망하고 있다는 마음은 느낄 수가 있습니다. 아마 이국땅에서 태어났을 조그만 아이들을 보면 짠해집니다.

사실, 이런 사정에 감응하는데 집중하기보다 하루하루 놀고먹기 바쁘긴 해요. 인도라는 곳은 많이 더럽고 냉방도 안 되니 자다 깨기 일쑤지만 낮 동안 햇살 바라보고 앉아 멍 때리고 있으면 어느새 해가 저뭅니다. 여행의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그러지 않으려 했지만 뭔가 얻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지내다보니 그런 것에서도 자유로워지네요. 여기서 만난 한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애써 찾지 않아도 때가 되면 필요한 게 찾아오더라고, 물론 찾아오는 그 무엇을 발견하는 것도 능력이겠지만, 어딘가에 매달려있지 않은 그 말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아, 오늘 버스를 타고 이동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인도라는 곳을 마음에 들어 하고 불편함에 짜증나지도 않은 건, 이곳은 불필요한 것을 계속해서 만들어내지 않기 때문이라는 걸요. 많은 것들이 불필요해 보였습니다. 발전된 한국의 편리를 내가 느끼면서도 굳이 필요하지 않은 걸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또 부수고 또 만들어 내는 것 같았습니다. 외로워서 그런다는 재밌는 해석을 책에서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단지 후진국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하기에는 쉬운 해석인, 간소하고 담백한 느낌입니다. 이것저것 덧대어지기 이전의 본연에 충실한 것들의 모임, 그리고 제가 이런 느낌을 지향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편리해져서 시간이 단축되고, 그럼으로 인해 여백의 시간을 또 다른 무엇으로 채우기 위해 또 무언가를 만들고, 그렇게 도시가 만들어지고 하지 않아도 될,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 일어나고... 조금 본래적이고 중요한 것들에 집중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이곳은 차분한 인도라서 그런 걸까요. 아마 앞으로 더욱 치열한 인도의 모습을 보게 될 것 같습니다. 그들의 욕망이 어떻든 간에 배울 점이 많을 것 같아요. 또 뭘 얻어 갈 궁리를 하고 있네요. 그럼 많이 생각하고 다르게 느끼고 아주 조금이라도 성숙해져 돌아가겠습니다. 다들 하루하루, 매일매일, 잘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