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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우중산책

8월에는 “내 인생의 우중산책”을 아그대다그대 이야기합니다.

 몸이 얼지 않고, 
갈아 입을 옷 있고, 
멀지 않은 거리에 쉴 터가 있으면즐겁지. 
그렇지 않다면 우중은 두려운 곳이기도 해. 
비는 내 뜻대로 할 수 없고, 계속 무겁게 나를 누르니까. 
우중산행으로 스킨처럼 짝 달라붙은 옷과 몸을 보며 
친구들과 민망하게 보다 시원하게 웃던 날들 
그러나 힘들어 쳐져 있으며, 
꼭꼭 가슴을 엉덩이를 콕 찌르거나 
손바닥으로 찰싹 때려가며 
기운내서 산을 올랐던 날들이 떠올라. 
비 아래 서 있는 나... 
바람은.. '비나이다.. 
이 비가 계속 오기를...' 
'비나이다... 이 비가 그치기를...' 
(일숙) 

 중고등학교때 
비를 좋아했던 거 같다. 
왠지 비는 낭만적인 느낌이어서 비오는 날을 좋아했다. 
미친척 옷이 흠뻑 젖도록 
비를 맞은 적도 있고 
비오는 날 노란 장미를 한아름 샀던 기억들,,, 
비가 낭만처럼 느껴지던 그때의 나의 모습은 
문학소녀!낭만소녀? 
(바람소리) 

 도시아이치고는 
야외에서 많이 놀았던지라, 
비내리고 비맞고 하는 자체에 대해 
별 거부감도 별 감흥도 없는 것 같다. 
오면 오나보다, 
우산을 쓰면 쓰나보다, 
그냥 맞으면 맞나보다... ㅋㅋ 
게다가 장대비나 물대포가 아니라면 비를 맞게 되더라도 
아예 흠뻑 젖게 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흠... 
서쪽에서 비구름이 천천히 다가오면 
구름과 함께 비가 내리고, 
비구름이 바람에 실려 동쪽으로 
가버리면 햇님이 방긋해주시고, 
또 그 다음 구름이 와서 비를 내리고 하는 걸 
5분마다 반복하던 
땅끝마을의 풍광은 
무척이나 인상깊었다. 흠... 
(아해) 

 장마철. 
비맞고 버티기 내기를 했던 기억이. 
잔디에 누워 누가 오래있나 였는데 
결국 모두 감기로 고생스런 여름을 보내야했다. 
그래도 그 때로 돌아간다면 
끝까지 버텨서 내기에 이기고 싶다. 
(민선) 

 웬만큼 오시는 비는 우산으로 막지 않고 
그냥 맞기도 했는데, 
서울 왔더니 "비 맞고 다니면 머리 빠진다."는 얘기를 
주위에서 해주더군. 
그후로는 
일부러 비 맞고 다녔던 적은 없는 듯하다. ㅋ 
그래도 
머리숱이 많아지는 건 아니었다. 
(미류) 

 어릴 적에는 
우산도 없어서 비 오면 아버지가 
비료푸대 양 귀퉁이를 터준 것을 입고 다녀야 했다. 
머리는 그냥 맞는 거지, 뭐. 
애들이 비웃는 거 같아 
아예 던져버리고 비 맞고 뛴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비를 여유 있게 맞았던 것은 
고등학생 때, 그리고 대학교 1학년 때 정도, 
괜히 낭만적인 것 같아서였지, 겉멋이 들어서. 
비오는 걸 맞는 것보다야 비오는 날에는 
파전에 막걸리를 먹는 걸 훨씬 좋아했고, 
지금도 그렇지. 
비는 왜 맞아, 쓸데없이(나이 들었다는 티를 팍팍 내는가 보다). 
(래군)

 8년 전쯤 
비를 맞으면서 지리산 자락을 종주했다. 
여름에 지리산에서 비를 맞는 거야 즐거운 일이니 
신나게 비를 맞고 나서 세석쯤 왔을 때 
고열과 설사로 가던 길을 멈추어야 했다. 
2일 동안 
물만 겨우 삼키면서, 
나 때문에 발이 묶인 친구들에게 미안했다. 
산장 직원들만 이용하는 숙소에서 
몸을 추스르고 있는데, 
직원들과 라면에 소주를 마시던 친구들이 
어찌나 부럽던지. 
에잉~ 난 모든 얘기가 먹는 얘기로 끝나지? 
(승은) 

 감상에 젖을 때가 가끔 있다. 
춘천집에 갈 때 타고 가는 기차와 버스, 
비가 와준다면 완전 제대로 된 감상에 푹 빠질 수 있다. 
예전부터 비를 맞는 게 참 멋지다라고 생각을 했는데, 
온 몸이 흠뻑 젖는 거 말고 
고어텍스를 입고 비를 맞아 주시면 
그 옷 위로 흘러내리는 물방울들이 내겐 정말 환상이었다. 
근데 막상 고어텍스와 생활하다보니 젖긴 젖는다. 
신소재가 필요할 때가 아닐까ㅋ. 
(재영)

 난 우중산책보다는 
우중행군(?)이라는 말이 맞을 듯. 
4년 전 서울에서 남해까지 도보 여행을 하던 중 
하루는 정말 비가 많이 내렸다. 
새벽부터 저녁에 숙소로 들어갈 때까지 
원없이 비를 맞았다.^^;; 
그런데 비만 오면 다행인데 
천둥번개가 무섭게 쳤다. 
전봇대 밖에 없는 넓은 벌판을 걷는 데 
몇 백미터 앞에서 
번개가 내려 꽂히는 걸 보니 얼마나 무섭던지. 
걷다가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부랴부랴 비닐하우스로 들어갔다가 
번개가 비닐하우스를 칠까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다시 나와서 걷는데 
정말 온몸이 천근만근 같았다. 
그래도 요새도 비만 오면 
그날의 추억이 생각난다. 
비를 맞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렇게 장시간 비를 맞는 일은 
앞으로도 없을 듯^^ 
(초코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