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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의 한달

[꿈사마당] 음주 (휠체어) 운전 하시는 분들, 조심하세요. (^.^)

저번 주 꿈꾸는사람들 모임에서는 사랑방 막내 상근자 혜영 언니의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사랑방 길 건너에 있는 예쁜 찻집에서 산만하지만 즐겁게 모임을 하고 나오는 길이었어요. 모임 내내 내리던 비는 어느새 그쳐 있었고, 깨끗해진 밤바람이 맑게 개인 하늘에서 시원하게 불어왔습니다. 자리를 사랑방으로 옮겨 시원한 캔 맥주라도 하나씩 할까 하며, 길을 건너가기로 했습니다. 혜화 로터리로 걸음을 옮기는데, 휠체어를 타고 계신 분과 밀어주시는 분, 두 분이 앞에 가시는게 보였습니다. 두 분 다 뇌성마비셨는데, 서로 밀어주고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 때, 휠체어가 갑자기 앞으로 고꾸라졌습니다. 하필이면 휠체어가 엎어진 자리는 내린 비가 고인 큰 물웅덩이였습니다. 두 분은 몸이 불편하셔서 쉽사리 일어나질 못하고 계셨어요. 철벅철벅, 우리는 물웅덩이로 뛰어들어 두 분과 휠체어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모두 흠뻑 젖어 상처투성이었습니다. 휠체어에 앉아 계셨던 분은 바닥에 얼굴이 부딪혀 입술이 터져 피가 흐르고 볼이 크게 긁혀 있었습니다.
    "어디로 가는 길이세요? 노들 야학 가시는 길이세요?"
    앉아계신 분이 흠뻑 젖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저희도 그 쪽 가는 길이에요.(노들 장애인 야학은 사랑방 근처에 있죠) 같이 가요."
    휠체어에 제대로 앉혀드리고 휴지로 대강 얼굴을 닦아드리고 밴드를 붙여드리며, 다들 안타깝고 난감한 마음이 들어 말이 없었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아이구~ 술을 많이 드셨나봐요." (웃음)
꿈사 중 한 분이 건넨 농담에, 전 죽대로 얻어맞아 머리가 깨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농담은 몸이 불편함을 안타까워하는 말도, 애꿎은 길에 핑계를 돌리는 말도 아니었습니다. 동정이나 값싼 위로는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그 말로 빗길에 엎어진 일은 누구나 한번쯤 일어날 수 있는, 그냥 좀 억세게 운 나쁜 일에 지나지 않는 일로 바꾸어 진 것입니다. ‘장애'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닌 것입니다.
모두의 얼굴엔 웃음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몇 사람이 실수로 넘어지고 다른 몇 사람이 그 사람들을 일으켜 세워준, 그저 그런 일이 일어났던 맑고 깨끗한 여름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