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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We are here....

“띵똥~ 땡똥~”

(드드드득~ 이었던가..=_=;;)

유난히도 일찍 찾아온 추석연휴의 마지막 날. 양평과 청평사이 국수집에서 맛난 막국수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는데 전화가 한 통 왔더랬지요. “홍이씨 되십니까~?? 병무청에서 고발 건이 하나 들어왔는데요.” 별로 반갑지는 않은 전화로군요.

지난 8월 23일은 병무청이 제게 군대에 오라고 골라준 날이었지요. 그리고 그 날 저는 병무청 담당자에게 소견서와 함께 병역거부의사를 전했어요. 그 것에 대한 고발장 접수가 완료 되었던가 봅니다. 그래도 그렇지, 하필이면 추석 연휴 마지막에 전화를 하고 그래.... 이 사람들은 쉬지도 않나.. 라는 생각들이 꼬물꼬물 이어집니다..^^;;

그리고 며칠 전 9월 21일에 경찰조사에 다녀왔습니다. 여느 병역거부 사건의 조사가 그렇듯 조사 자체는 그저 입영통지서 받은 사실이 있는지, 받고도 입영 안 한 것이 맞는지 등등 사실 확인에 충실한 질문들이 이어지더군요. 다만 조사 마무리하고 조서를 완성하는 단계에서 굳이 조서에 간인하기 위해서는 도장이나 지장을 찍어야 한다고 살짝 심기를 건드리는 이야기를 하네요. 서명으로 대체 가능한걸 뻔히 알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그런데 또 그 상황이 억지스럽다기보다 수사요령을 그런 식으로 배우고 또 그렇게 해왔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느낌이 들기도 하더라구요. 결국엔 사유를 적고 서명하는 것으로 마무리 했지요..^^v

절차들이 하나씩 진행되고 아마도 멀지 않았을 그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굳이 상기하지 않으려 노력 중입니다. 병역거부를 결심한 이유도 그 선택에 앞서 가장 고민했던 것도 나를 놓아버리지 않기 위해서라고 생각을 했는데 요즘 제 생활은 전혀 그렇지가 못 하군요.

앞으로 검찰조사도 남았고 재판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벌써부터 완전 스트레스 만땅에 헉헉대고 있지요..ㅠㅠ 우린 감옥 가는 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던 누군가의 말이 맘 깊이 남습니다. 그래요 아무도 끌려가지 않아도 되는.. 스스로 감옥을 택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대한 꿈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아직도 수많은 이들이 감옥을 택해야 하는 역설적인 세상입니다.

며칠 전 한 병역거부자의 출소 소식이 들려왔다.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이야기 나눠본 적 없지만 무사히 일 년여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출소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지금 감옥에 있는 병역거부자들을 떠올려 본다. 모두가 무사히 튼튼하게 돌아오기를.. 그리고 더 이상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 감옥을 택해야하는 그 역설을 끝낼 수 있기를.....

Dona la Pace Sign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