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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지진, 원전, 방사능... 그리고 ‘소소한모임’의 시작

오랜만에 돋움활동가 편지를 쓰는 아해입니다. ^-^ 저는 최근 일본에서 일어난 지진과 해일 피해, 거기에 원자력발전소 폭발 위험과 방사능 유출 등을 보면서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1人이랍니다. 아무리 인간이 과학기술을 자랑하며 차도녀/차도남 행세를 해도 이렇게 한 번에 훅 갈 수 있구나, 지금까지 인류역사에서 이런 식으로 몇 개의 문명이 한순간에 사라졌을 수도 있겠구나, 드디어 종말의 시기가 시작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곧 백두산도 분화할 거고, 그 다음 사건은 뭘까, 한반도에는 별일 없을까, 북한은 어떻게 될까, 만약 하나의 큰 시대를 마감하는 혼란의 시기가 눈앞에 닥쳐오면 난 뭘 해야 할까, 아니, 뭘 해야 할지 생각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재난영화 속 엑스트라처럼 될까 등등. 이러나저러나 참 안타깝고 참 재앙스런 슬픈 일이기는 하지만, 2004년에 쓰나미로 인도네시아 주변에서 20만 명 이상 사망했을 때보다, 가까운 일본에서 이런 일이 터지니까"음, 큰일은 큰일이군."싶은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간사함도 느껴지네요.

그러면서 정말 2012년 인류멸망설처럼 묘한 불안감을 갖게 되기도 하는데요, 사실 막연하게 이런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어차피 자연의 힘 앞에 인간이란 참 무력할 수밖에 없구나 싶은 생각을 하는 편이라 어떻게든 되겠지 싶어서 크게 괘념치 않고 지내고 있기도 합니다. 

근데, 화가 난다고 해야할지 답답하다고 해야할지 하는 부분은 역시 사람이 하는 일에 대한 부분입니다. 아니, 지진이 자주 나는 나라 바닷가에, 내진설계 좀 했다고 떠~억하니 원자력발전소 왕창 지어두고 언제까지나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정말 좀 이상한 거 아닌가요? 게다가 그걸 "민영화"해서 <이윤>이 제1목표인 민간 기업에게 넘겨주고 나서 안전에 대해서는 도대체 뭘 기대했던 건지......"기업"이란 놈은 더 이상 이윤이 안 생긴다고 판단되는 순간, 핵폐기물이고 뭐고 다 버려두고 도망갈걸!! 결국 지금 일본 원전 사태는, 아무리 원자력발전이 안전하다고 우겨도 문제가 생겼을 때 방사능에 대해서 속수무책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원자력발전에 매달려 온 것의 당연한 귀결인 것 같아요. 그냥 지진과 쓰나미 피해로 끝날 수 있었을 것을 앞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수십 년 이상 방사능 공포에 떨게 된 것은 결국 인간의 잘못이지요. 독일에서는 2017까지 무(無)원전 계획을 세우고, 수력·풍력·태양열·태양광·바이오매스·지열 등의 재생에너지를 통해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려고 한다는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몇몇 나라들에서는 아직도 원자력!원자력!하고 있으니, 원전건설로 돈을 버는 "원전마피아"가 있다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합니다. 아... 바다 아래에서 방사능에 피폭당한 생명들, 또 그 생명들이 전세계 바다를 오가며 미칠 영향들은 과연 얼마나 지나야 괜찮아질까요.
하지만 천재(天災)를 인재(人災)로 바꾸는 능력에 대해서는, 역시 대한민국 이명박 정부도 빠질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아랍에미리트 연합에 원전 수출했다고 자랑하는 것이나, 원전은 안전하다고, 한국에서는 한번도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다고 <새빨간 거짓말>을 하는 것이나, 편서풍 때문에 방사능은 한국에 오지 않는다고 우기는 것이나, 정말 무식하고 무지한 집단임이 틀림없습니다. 게다가 더욱 가관인 것은!! 한국에 방사능 온다고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냈던 사람을 유언비어 어쩌구 하면서 체포했다는 사실!!"방사능물질 한국상륙설 최초 유포자"라는 거창한 이름까지 붙여서 말이죠. 내 참 어이가 없어서... 이미 실제로 방사성 물질이 한국에 들어온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게 친구들한테 문자 보내고 트윗질 하고 이런 것들까지 일일이 유언비어니 뭐니 단속한다고 하면 도대체 이 나라에서 할 수 있는 게 뭐냐고요."자유"의 권리가"국익"이니"질서"니 하는 거짓말 따위에 이렇게까지 쉽게 침해당하는 현실이 개탄스럽군요. 한 사람의 인권활동가로서 조금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헤헤

그래서,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마음하고는 조금 다를 수도 있겠지만, (>.< ㅋㅋ) 올해 사랑방에서는"소소한 모임"을 만들어서 2주일에 한번 모임을 갖기로 했어요. 제가 소소한 모임의 코디를 맡기로 했구요."소소한 모임"은 처음 인권운동을 접하거나 처음 사랑방에 온 자원활동가들이 인권과 사랑방활동에 쉽게 친해질 수 있도록, 말 그대로 소소하게 여러 가지 인권주제에 대해서 여러 가지 형식으로 탐색해보는 모임이랍니다. 작년 자원활동가 설문조사 결과에서 나온 몇 가지 어려움들을 해결하고, 팀 활동과 자원활동을 안정적으로 꾸려나가려고 만든 모임이지요. 아직 참여하는 자원활동가들이 많지는 않지만, 차차 많은 자원활동가들이 본격적인 팀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거쳐갈 수 있는 ‘사랑방 속의 사랑방’이 될 수 있게 차근차근 진행해나갈 생각입니다.

여러분은, 내일 지구가 망한다고 하면, 오늘 무엇을 하실 건가요? ^^ 소소한 모임으로 놀러오시는 건 어떠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