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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10월의 마지막 밤 - 내 인생의 가을


10월에는 “10월의 마지막 밤 - 내 인생의 가을”을 아그대다그대 이야기합니다.

꼭 무슨 일이 있어야 할 것 같은 날 밤에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게 시월의 마지막 밤이지. 명륜동 시절 늦은 밤까지 컴퓨터 자판 소리만 청명하게 들리는 시월의 마지막 밤, 참다못한 모모 활동가는 새벽까지 술판을 벌였어. 모모 활동가 "시월의 마지막 밤~~"을 튀는 판처럼 되돌이표 하곤 했는데...... 근데 그 노래 제목 '잊혀진 계절'인거 알지? (초화)

'뜻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 뭐 이런 가사들이 흘러 나오는 노래지요. 이상했던건 여름에는 신나게 연애를 하다가 가을이면 시들해져서 혼자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10월을 혼자 남아 앙상한 달이죠. 그래도 가벼워서 나는 좋더이다. 월동준비도 해야 하고 한해 마무리도 슬슬 해야 하는 달인데 올해 특별히 한 게 뭐가 있을까요. 스스로 평가할 때 가슴을 쳐야하는 무서운 달이기도 합니다. 힘냅시다. 월초 3월에도 다시 새해 계획을 싸잡고 가지 않았는가요. 남은 2달까지 최선을 다해서 삽시다. (겨울 가스비 내야 할 테니 술값을 줄여야 할까요? 겨울에는 술도 더 잘 들어가는데요) (일숙)

가을엔 농부들만 바쁜 게 아니다. 운동하는 사람들도 어느 때부턴가 가을은 가장 바쁜 달이고, 겨울은 한 차례 이상의 농성을 해야 지나가는 계절이 되었지. 단풍이 언제 들었다가 낙엽 되어 구르는지 모르게 지나는 가을, 이번 가을도 여전할 것 같아서 쓸쓸한 게야. 그런 가운데 1년이 다 갔구나 하는 절망감도 느끼게 만드는 게 10월의 마지막 밤일걸. (래군)

가을하면 떠오르는 것은 감, 단풍, 은행, 낙엽이에요. 결실의 계절답게 열매들이 내 마음과 손을 유혹해서 뿌리치느라 힘들지요. 그래도 뭐니뭐니 해도 가을의 상징은 해가 뉘엿뉘엿 어스름해질 무렵 플라타너스 낙엽을 밟으며 걸어가는 거겠지요. 봄과 여름은 이겨낸 잎들이 겨울을 나기위해 자기 잎을 떨어뜨리는 그 힘겨운 모습이 낙엽을 밟으면 느껴져요. 춥더라도 우리 함께 10월의 마지막 밤을 함께 걸어요. (명숙)

가을은 그냥 눈물이 많은 계절, 안과에 자주 가야하는 계절, 물대포가 슬슬 두려워지는 계절, 항상 외로웠던 계절, 덕수궁 돌담길을 꼭! 걸어야 하는 계절이었다. 예전에는 항상 외롭고 싱숭생숭한 마음이었는데, 요즘은 별로 그렇지가 않더라~ 희안하게! 밤늦게 버스를 타고 버스 안에서 밖에 풍경을 보다보면 감상에 젖어들고, 음악도 한판 쌔려주면 그만큼 좋은 게 없죠. (재영)

스산한 바람이 가슴을 후빌 때, 멀리 보이는 감나무엔 바알간 감이 주렁주렁, 대롱대롱. 메말라가는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감나무의 잘 익은 감들은, 저녁나절 집집마다 피어오르는 굴뚝의 연기들과 함께 가을의 보석이다. 10년도 더 전에 본 보석 같은 가을의 풍경은 아련한 추억, 그리고 그리움과 함께 나의 기억의 보물이다. 이젠 슬슬 다른 기억을 만들어야 할텐데. ㅎㅎ (씨진)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1년 365일 다르지 않을 텐데 나에게는 10월이 유난하다. 부풀고 설레는 만남만큼이나 가슴 저미는 헤어짐도 깊은 무늬를 남긴 달. 가깝던 후배의 죽음이 언제나 드리워 있을 달이고 마냥 좋기만 했던 친구의 소식을 기웃거리며 늦은 밤 걸었던 은행나무 길의 가로수가 비추고 있을 달. (미류)

허파를 씻어내는 찬 공기와 피부를 데우는 따뜻한 햇볕. 한 해의 누적된 실패들로 혼미해진 정신이 좀 명료해지는 계절. 막판에라도 좀 잘해보자! (유성)

가을인가 싶더니 겨울이 금방 오네~ 가을빛 달은 그 어느 계절보다 오묘함을 주네~ 맛난 과일과 멋진 단풍으로 물든 산이 내 마음을 흔드네~ ‘10월의 어느 멋진 날’ 노래를 들으며 연애를 꿈꾸네~ (승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