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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인 인터뷰

강북 북한산 자락에 살고 있는 인권활동가들을 만나는 방법

불나비 님과의 인터뷰

강북 북한산 자락에 살고 있는 인권활동가들을 만나는 방법
불나비 님과의 인터뷰

2010년 1월부터 강북에 살고 있는 몇몇 인권활동가들은 매달 첫번째 일요일날 북한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419묘지를 시작으로 진달래능선을 넘어 대동문으로 올라갑니다. 오르면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산밑에 놓인 강북 마을을 내려다 봅니다. 내 인생을 살았던 곳. 저곳에 살고 있는 후원인들도 언제가는 이 산행에서 만날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 응답해 주신 '불나비'님도 그곳에 살고 있는 분입니다. '불나비'라는 후원명도 인상적이어서 첫 인사를 드렸습니다. 반갑습니다. 늦게 요청드린 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정리 : 일숙(상임활동가)


◇ 불나비님은 어느 지역을 자주 가시는지요? 그곳에서 어떤 일을 하시나요?
저는 사실 북한산 산자락을 떠나 서울의 남부, 경기도와 맞닿아 있는 지역에서 지낸지 벌써 반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부가 아니라, 남부의 회원이라고 해야 맞는 것 같습니다.^^ 저는 대학교 졸업 후 2년간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지금은 공부를 시작한지 이년 정도 되어갑니다. 대학교 때 학생회를 통해 사회운동과 접하게 되었고, 다양한 사회 불평등의 문제와 인권의 문제를 고민하며 지냈습니다. 그런데, 운동의 과정 속에서 풀지 못한 숙제들이 점점 늘어가고, 졸업 후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자본주의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지 못해 결국 돈 버는 일부터 시작을 하게 되었지요. 보다 현실적이고 지속적인 사회운동을 할 수 있는 틀을 찾아내지 못했던 것 같아요. 회사에서 지내는 시간 동안은 '자본주의적' 인간관계와 계약들 속에서 '인간'으로서 살아간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절감했던 시기였고, 이 사회에서 자기분열을 겪지 않기 위해 해야 하는 것들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시간이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너무 거대한 신념과 목표보다, 그동안 겪었던 여러 가지 문제들을 되새겨보고, 좀 더 여유 있게 세상을 이해하는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나 활동 속에서 저처럼 자기분열을 넘어서려 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힘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봄이라는 계절이 다가옵니다. 불나비님은 계절에 대한 어떤 멋진 기억(추억)을 간직하고 계신가요?
신영복 선생님은 감옥에서 인간적으로 지내기에는 여름보다는 겨울이 낫다고 했습니다. 여름은 서로의 몸둥아리가 36도의 열덩어리로밖에 느껴지지 않지만, 겨울에는 서로의 체온이 서로를 보듬어주고 안아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것이죠. 하지만, 저는 집회하기에는 겨울보다는 여름이 낫다고 생각합니다.ㅋ 재작년의 촛불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를 했었는데, 여름의 물대포는 '어디 한번 뿜어봐라'하는 통쾌함과 시원함도 가져다주었지요. 그러나 가을로 접어들면서는, 온몸이 젖어 추위에 떨며 새벽까지 서로의 마음만을 믿고 견디어야 했던 시간은 무척이나 괴롭고 울분이 나오더라고요. 추운 겨울의 집회에서는 막차시간이 나를 시험하는 시간이 될 때도 많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춥던 덥던 우리의 마음이 광장에서 열기를 지피고, 날씨 따위가 모이거나 흩어지게 하지 않는 그런 날을 꿈꾸어봅니다. 아스팔트 거리가 이골이 나도록 자신안의 열기를 내뿜으시는 활동가 분들과 다른 회원분들의 노고에 언제나 감사와 격려의 마음을 보냅니다.

◇ 불나비님의 '건강'을 위해 어떤 생활 원칙을 갖고 계신가요? 목표와 어려움이 있다면?
어느 날 우리 조상의 영혼을 믿는 어느 민간종교 신도의 권유에 의해 가게 되었던 곳에서, 조상과 저의 생활습관을 점쳐주었던 적이 있었는데요, 대대로 술을 좋아하고, 저도 술과 평생 친구가 될 거라고 하더군요.ㅋ 다른 말은 안 믿어도 그 말은 맞는 것 같다 생각할 정도로 저는 술을 즐겨 먹는 편인데요;;; 나이가 들어가고 체력이 쇠하면서 이러한 습관을 고치려고 오래전부터 "일주일에 두 번, 5병 이하" 뭐 이런 식으로 규칙을 정하고 시도를 한지는 몇십번도 넘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노력한지는 몇 년이 되어가지만 음... 습관 자체가 그렇게 크게 바뀌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날 술의 문제가 양의 문제가 아니라, 술을 어떻게 먹느냐의 문제라는 걸 알았습니다. 몇주간 몸과 마음의 상태가 바닥을 향해 있던 어느날,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솔직하고 유쾌하게 술을 먹으며, 동이틀 때까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다음 날 몸과 마음이 예상과 달리 가뿐하고 상쾌해져서 잠 한숨 자지 않고, 다음 날의 일을 할 수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여러차례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술을 적게 먹자는 결심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술을 먹자는 결심으로 '술을 통해 건강'을 챙기고 있습니다. 그래도 술없이 건강해지는 것이 제일 좋겠죠?

◇ 인권운동사랑방을 후원하시게 된 계기는?
지인들의 활동이 무척 많은 곳으로서, 이런저런 고민과 활동들을 지켜보면서, 함께 하지는 못해도 작은 돈으로나마 지원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후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ㅋ학생의 입장이라 일자리가 없어질 때면 후원을 잠시 중단하고 싶은 충동이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 친구들의 얼굴이 눈앞을 가려 그렇게 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ㅋ;; 살림살이 좀 나아지면, 더욱 든든한 후원인이 되어주겠다고 약속해 봅니다. 그럼 모두 힘내시고, 운동하면서 지치지 않게 더욱 건강하고 여유있게 분투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