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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인 인터뷰

몇 번을 망설인 끝에 후원 중단 연락을 하게 됐다는

살림 님과의 인터뷰


살림 님은 얼마 전에 후원을 중단한 ‘후원인’입니다. 최근 ‘밥벌이를 잃는 바람에’ 후원을 어쩔 수 없이 중단하게 됐다며 거듭 죄송하다고 했어요. “몇 번을 망설인” 끝에 후원 중단 연락을 하게 됐다며 일자리를 얻는 대로 후원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사랑방으로 보낸 메일에는 고심과 진심이 묻어났습니다. 메일을 읽는 제가 오히려 더 죄송해졌어요. “시리고 삿된 시절, 꿈꾸는 이들 가슴마다 뜨거운 씨앗 하나 굳건하길 기원합니다.”란 살림 님이 보낸 메일의 마지막 말에 꽂혀 이번 달에는 살림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정리 : 석진(상임활동가)



◇ 밥벌이를 잃었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일단 좀 쉬고 있는 중이에요. 지금은 쉬는 게 목적이라, 잘 쉬면서 이것저것 책도 읽고 공부도 좀 하려구요. 공부도 하고 싶고 책도 읽고 싶어서 일을 그만 둔 거거든요. 일을 하면서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을 읽고 배워야 꼭 잘 아는 건 아닌데, 1년 6개월 정도 일하는 동안 책을 한 권도 안 읽고 너무 바쁘게 보낸 것 같아서 나를 잘 보듬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참, 여행도 가고 싶었고요.
조만간 '자전거 메신저'를 해볼 계획이에요. '자전거 메신저'라고 들어봤나요? 퀵서비스를 자전거로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돼요. 자전거로 할 수 있는 일은 뭐든지 하죠. 주로 서류 배달이나 물품 배달을 하게 돼요. 당분간은 그 일을 하면서 천천히 가보려고 하고 있어요.

◇ 멋진 휴식 계획이네요! 여행 계획도 있나요?
며칠 씩 나눠서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었어요. 며칠 자전거 여행을 하다가 돌아오고 다음에 다시 떠날 때에는 지난 여행이 끝난 지점에서 다시 출발하는 것이죠. 다음에는 남해에서 출발해 동해안 쪽으로 돌아가 볼 계획이에요.

◇ 사랑방 후원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평소 알고 지내던 선배와 농담처럼 돈을 벌면 사회단체에 십일조를 (후원)해야겠다고 말했어요. 그러다가 결심을 하게 돼서 전에 들어서 알고 있던 데 중에서 몇 군데 후원을 하게 됐죠. 사랑방은 다른 공부방 교사들을 통해 인권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서 친숙하게 접할 수 있었어요.

◇ 사랑방을 전부터 알고 있었나요?
두리하나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어요. 그러면서 교사들이 먼저 인권교육에 대해 알아야겠다고 생각해서 관심을 갖게 됐고 그때 처음 알게 됐어요. 중간에 군대에 가는 바람에 교사 인권교육을 받지는 못했네요.

◇ 사랑방 행사나 활동에 와본 적도 있나요?
마음으로 지지하기는 하지만 사랑방 활동에 특별히 관심을 갖지는 못했어요...참, 최근 몇 년 동안 인권영화제는 거의 매년 갔어요. 올해에도 성미산 마을극장에서 인권영화제를 할 때 갔죠. 그때 <국경은 없다>를 봤어요. 몇 해 전에 인권영화제에서 봤던 <이반검열 2: 아웃팅>이 기억에 많이 남네요. 그 전에 일일호프에도 갔었어요. 사랑방 후원의 밤 '은행 터는 날'이요. 사랑방 행사에 가본 건 그 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네요. 후원의 밤 제목이 마음에 쏙 들었어요. '은행 터는 날'이 '은행(금융기관)'과 '은행(나무)'의 중의적인 의미가 있잖아요. 아이디어가 반짝반짝한 것 같아서 사랑방에 있는 분들은 재밌는 분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공부방 사람들과 같이 가서 공연도 잘 봤어요.

◇ 인권교육 외에 혹시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가 있나요?
양심적 병역거부를 포함해서 군대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어요. 군 입대했을 때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다가 총검술을 하게 됐는데, 사람 모형을 갖다 놓고 사람을 찌르는 훈련을 했는데 그런 게 너무 싫었어요. 저는 의무소방으로 입대해서 훈련소에서 4주 훈련을 받은 후 소방서에서 4주 훈련을 받았는데, 4주는 사람을 죽이는 훈련을 받다가 다음 4주는 사람을 살리는 훈련을 받으니 여러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군대 자체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사람을 죽이도록 훈련시키는 것 자체가 마음 아픈 일이에요. 군대나 사격은 눈에 보이는 폭력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도 무서워요. 그런 폭력에 좀 더 예민해져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 네, 참 힘든 일이지요. 인권운동도 그런 데 더 예민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사랑방에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일을 다시 시작하면 다시 후원할께요.^^;; 더 많이 관심 갖고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힘내세요. 시절이 시절인지라 잠이 잘 안 올 때도 있지요. 다들 힘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