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의 편지

[자원활동가 일기] 기록으로 되살린 인권의 역사, 데이터베이스 작업을 하며...

1. 들어가며
오늘의 신문은 정보요 어제의 신문은 역사라 누가 말했던가. 내가 자원 활동을 하면서 가장 뼈저리게 느꼈던 말이다. 아마 <인권하루소식>(아래 하루소식)이 없었다면 이렇게 참담하기 그지없는 사실들 중 많은 것들이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이러한 소식만을 골라서 실어 주는 하루소식의 재주는 얼마나 대단한가. 정말이지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이 신문을 10년 동안이나 만들고 배송하고 독자를 관리한 기자 분들은 얼마나 많은 재주를 갖고 있을까? 상상도 안 간다. 이 분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었고 나아가 한국의 인권 상황을 이만큼이나 기록할 수 있었을 게다. 지면을 빌어 지금까지 수고하신 (그리고 수고하고 계신) 기자님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2. 내가 했던 일은......
아마 눈치 빠르신 분들은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다 아실 게다. 담당자님의 말을 빌어 설명하자면 편집되어 있는 하루소식을 데이터 베이스화 할 수 있도록 텍스트로 바꾸는 일이다. 팩스로 제공되고 있는 인권하루소식의 편집틀을 받아서 글상자와 박스를 풀어 기사 하나하나를 한글 화일에 옮기는 일이다.
지금 와서 고백하건데 당시 담당자님의 작업 설명을 들으면서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일이 무척이나 쉽네’라고. 그러나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던가. 작업하는 것이 쉬우면 작업의 분량은 늘어나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이것은 여지없이 나에게도 적용되었다. 작업이 쉽다고 신나게 달려들었던 나는 얼마 안 가서 혀를 내둘렀다. 해도 해도 끝이 안 보이는 작업량은 사람을 먼저 지치게 하기는 충분했다. 더구나 원 자료 데이터가 엉망이 되어 있는 1996, 1994년 하루소식은 정말 생각하기 싫다. 합본호를 보면서 일일이 기사 확인하고 없거나 제목과 겹쳐 버린 기사는 일일이 손으로 입력하고. 에효~~~~ 이렇게 2년 치의 분량의 하루소식을 정리했다.

3. 소식지를 정리하면서.....
처음 정리했던 하루소식은 98년 치였다. 철들고 나서 어렴풋이나마 알았던 소식이 대부분 들어있기에 그리 많은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그러나 주인공은 뒤에 나온다고 했던가. 96년 하반기와 94년 하루소식은 정말이지 나에게는 아직까지 ‘뉴스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이 부분에서 나는 반성할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연대사태를 비롯해서 감옥의 인권상황, 의문사, 신공안정국 이라는 웃기지도 않는 사건, 양심수, 그리고 장애인 이동권 문제와 외국인 노동자 문제 등.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인 (혹은 끝나버린) 많은 사건들을 정리하며 든 생각은 단 하나였다. 도대체 이 세상이 변한 게 하나도 없다고. 다들 살만해졌다고 IMF를 졸업했다고 떠들어 대지만 아직까지 감옥에서 고생하고 계신 분들이 계시고, 장애인 인권은 여전히 개판 5분전이며, 외국인 노동자는 그저 일하는 기계를 수입하고 있음을.
그리고 연탄가스로 죽어 가는 처참한 빈민들이 있음을. 변한 게 있으면 과거 권력형 인권탄압이 주종을 이루었다면 자본형 인권탄압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는 것뿐이다. (아! 이것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생각임을 밝혀 둔다.) 최소한 이렇게 개판으로 흘러가는 세상 앞에서 속지 않고 살아갈 기회를 준 하루소식과 기자님들에게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한다.

* 손득원 씨는 2002년 10월부터 인권하루소식 데이터베이스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