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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함께 봄을 맞이할 사람을 찾습니다!!

-2차 밀양희망버스 탑승객들이 남긴 이야기를 보며-

사람사랑 3월호에 편지를 썼던 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데 벌써 4월이라니! ‘서서히 봄이 다가오는 것 같은데 여러분들도 밝은 봄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내가 소식지 글 마지막에 썼던 문구다. 지인들과 함께 벚꽃을 보러 가는 둥, 옷차림이 가벼워지고 밝아지는 등 이제는 정말 봄이 온 것 같다. (나도 벚꽃을 보러 갈 예정이지만 올해도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남자친구라는 존재와 함께 가는 건 내 환상에서 멈추어버렸다. 이번에도 역시 친구랑 사진을 찍으러, 나름 취미생활을 하러 간다는 위로와 합리화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본격적으로 봄이 오기 전 어느 날, 사랑방에서 점심을 먹고 멍 때리고 있던 나에게 정리를 해줬으면 한다며 2차 밀양희망버스 때 탑승객들이 남긴 엽서 한 뭉치가 왔다. 보기에는 몰랐는데 하나씩 옮기다보니 한 사람 한 사람 간절한 마음이 느껴졌다. 탑승객들이 남긴 이야기를 정리하며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1월 25일 2차 밀양희망버스를 탄 사람들은 힘이 되어드리고 싶어서, 도움이 되고 싶어서, 밀양의 할매, 할배가 보고 싶어서 등 각자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탑승했다. 누군가는 밀양을 통해 희망을 찾고 싶어 했고, 누군가는 밀양의 현장과 상황을 직접 보고 느끼고 싶었다. 어떤 외국인은 취재를 위해서 탑승하기도 했다. 밀양 주민들께 송전탑 건설 반대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연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정부와 부당한 공권력, 국가폭력에 대한 분노, 인권이 무시당한 채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상황을 함께 싸우고 저항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었다. 밀양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이기에, 우리가 밀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지금 이 순간만을 생각하는 게 아닌 미래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사람들. 그렇기에 엄마는 아이들과 함께, 아이는 엄마를 따라서, 또 아는 지인들과 함께 서로 손을 붙잡고 버스에 올랐다.

 

“단순 돈벌이를 위한 환경파괴, 주민 박해는 국가사업의 공공성에 반하는 것이고, 이는 즉 정당성을 잃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주민에게 행해지는 경찰의 공권력은 그들이 용역인지, 민중의 지팡이인지 의문을 들게 한다.” - 어떤 분의 엽서 중

 

그리고 사람들은 송전탑 건설을 막을 수 있는 기발한 방법들도 다양하게 고민했다.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전 국민 전기사용 줄이기’와 다양한 방법의 ‘캠페인’(한전본사, 지역본부 업무 마비시키는 ‘한전업무마비시키기’ 캠페인, 전기 사용을 줄이겠다는 릴레이 선언), 송전탑을 이용한 ‘퍼포먼스’(플래시몹, 서울 곳곳 송전탑 짓기 퍼포먼스, 765kv 송전탑 거꾸로 세우기 퍼포먼스, 송전탑에 꽃 달기 퍼포먼스, 송전탑 근처 항의 리본 달기) 등 색다르고 해보면 좋을 아이디어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밀양 송전탑에 대해 널리 알리고 지속적인 연대와 투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가장 많았다. 알리는 방법에는 웹자보를 만들어 SNS공간에서 정보 공유, 정기적으로 송전탑을 반대하는 피켓이나 간단한 A4용지 들고 찍은 사진을 SNS공간에서 공유, 예술 문화 공연을 통한 지역주민 홍보 등 여러 방면으로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많았고 송전탑 건설 현장 근처에서 1박2일 희망캠프, 전국 동시다발 한전 1박2일 집회 및 농성 등 연대와 투쟁을 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들도 있었다. 그밖에도 송전탑을 강남, 여의도, 밀양시장, 한전시장, 경찰서장이 살고 있는 동네에 건설하자는 조금은 황당하지만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야기도 있었고, 에너지 자립마을, 지역에 작은 발전소 만들기, 할머니가 들려주는 대학교 특강 등 마을과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고민과 함께 밀양의 이야기를 색다르게 들려주는 방법도 있었다. 특히 캠페인이나 홍보는 필요하기도 하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엽서의 마지막 질문에는 사람들의 힘차고도 부드러운 응원의 목소리가 담겨있었다. “늘 함께 하겠습니다. 몸 건강히 버팁시다. 반드시 이길 수 있습니다.”, “밀양!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밀양! 힘내세요~ 우리가 있어요~♬♪ 밀양 할머니, 할아버지 힘내세요!!”, “우리 도시의 삶을 떠받치기 위해 강요된 고통을 밀양 어르신들이 떠맡고 계신 것에 몸 둘 바를 모르겠고, 이 처참한 파괴의 현장에서, 우리 삶의 각성과 존엄을 지켜내고 일구어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그래도 때 맞춰 진지 꼭꼭 씹어 잡수시고, 잠도 따뜻하게 잘 주무시고 몸 챙기면서 힘내서 싸우세요!! 드러난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응원하고 있어요!!!”, “너무 늦어 죄송합니다. 책임 있는 연대할게요. 다치지 마시고 건강하게 지켜주세요. 많은 이들이 응원합니다. 큰 싸움 앞장 서 주심에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여러분과 동시대에 살고 있어 참 자랑스럽고 고맙습니다. 9년 동안 당신들께서 만들어진 역사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 역사 저희가 함께 만들겠습니다.”, “탐욕에 찌들은 자본주의 세상이 무섭습니다. 그 무서운 세상에서 어르신들은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향할 수 있도록 힘을 주셨습니다. 어르신들과 함께 두려움 이겨내고 힘껏 싸우겠습니다!”, “배운 것이 많습니다. 부디 마음 다치지 않으셨길 바랍니다. 밀양 주민들로부터 배운 것들이 실천, 일상을 바꿔내는 현실로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봐주세요!”, “할매, 할배들 사랑합니다” ......

 

밀양희망버스 엽서를 하나씩 옮기고 읽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멀리서 지켜만 봐왔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희망버스는 밀양에 가려고 했지만 가지 못했던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어주었다. 밀양 주민들을, 송전탑 반대를 함께 응원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지금도 여전히 주민들과 사람들이 연대하며 송전탑 반대 투쟁이 계속 되고 있지만 앞으로 계속 밀양에 관심을 갖고 밀양을 찾는다면, 송전탑보다 더 큰 힘으로 밀양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4월 12일, 밀양에서 열리는 희망콘서트에서 함께 봄을 맞이하고자 한다. 희망버스가 다녀간 자리에 남겨졌던 사람들의 온기와 힘이, 그 자리에서 다시 더 강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사람들이 모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