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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서] 국가인권위 ‘북한주민의 자유로운 정보 접근’ 논의안에 대한 의견서(100715)

국가인권위 ‘북한주민의 자유로운 정보 접근’ 논의안에 대한 의견서


지난 6월 28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 전원위원회에서는 ‘북한주민의 자유로운 정보 접근’에 관한 안이 김태훈 위원의 제안으로 논의되었습니다. 우리 인권 사회단체들은 이 제안이 전혀 ‘인권’적 관점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부적절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논의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진행된다는 것 자체에 대해 심각하게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에 다음과 같은 의견을 무거운 마음으로 전달합니다.



1> 대북방송 재개, 대북전단 발송 등은 한반도의 평화적 생존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것입니다.

현 정부 들어 남북 관계는 갈등과 대립으로 점점 악화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남북 관계가 더 악화되자 상징적으로 대북방송을 재개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도 있었습니다. 이에 북한은 대북방송 시설에 대한 군사적 공격까지 운운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한반도 평화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까지 내몰리고 있습니다. ‘전쟁은 인권의 무덤’이란 말이 있습니다. 전쟁으로부터의 자유, 평화적 생존권은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권리입니다. 대북전단 발송 역시 남북관계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전쟁을 선동하는 인권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인권은 인권적 수단에 의해서만 증진될 수 있다는 원칙을 국가인권위가 먼저 확고히 설정해야 합니다.



2> 대북전단 발송 등과 같이 남북대결만을 부추기는 반인권적 행위에 대한 지원 권고는 부당합니다.

대북전단 발송 등은 그 자체로 남북대결을 초래하는 반인권적 행위입니다. 아무리 인권개선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지만 인권개선은 인권적인 접근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인권을 명분으로 전쟁까지 일으킨 미국 부시 정부의 반인권적 결과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반인권적인 민간 행위를 지원하도록 정부에 권고하는 것은 더욱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오히려 대북전단 발송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여론의 반대에 직면해 북한인권법안에서도 빠지자 이를 다시 추진하고자 하는 시도가 아닌가 하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반인권적인 반북단체들의 활동을 왜 그렇게 지원하고자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인권’을 내걸었다고 모두 인권이 될 수는 없습니다. 국가인권위가 견지하고 있는 인권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3> 국가인권위원회의 북인권(북한인권)에 대한 입장이 우려스럽습니다.

김태훈 위원이 제출한 의안을 살펴보면, “북한에서는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인간의 존엄과 기본적 인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여러 인권침해 사례들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북한사회에서의 인권침해 상황은 우려스럽습니다. 하지만 인권침해 상황은 특정 사회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남한사회도 수많은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어느 한 나라의 인권현실을 낙인찍는 방식은 인권적인 접근이 아닙니다. 그런 방식으로는 실질적인 인권개선도 기대하기 힘듭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에서는 기본적 인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선언하면서, 정확한 사실로 입증되지 않은 부정확한 의혹들만을 나열하는 것은 오히려 이후 인권개선을 위한 인권대화의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하는 것입니다. 대화와 협력을 통한 한반도 전체의 인권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국가인권위원회가 스스로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리고 김태훈 위원의 의안와 같은 내용을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에서 채택한다면, 의안에 나열된 북한인권 상황에 대해 국가인권위가 공식적으로 승인하고 있다는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국가인권위에서는 그런 점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아직 정확한 사실로 입증되지 않은 부정확한 의혹들을 공식적인 입장으로 승인하는 것은 매우 경솔한 결정이 될 것입니다.



4> 국가인권위원회는 오히려 남북관계 악화로 인해 대북 인도적 지원이 모두 중단된 상황에 대해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남북관계 악화로 대북 인도적 지원이 중단되었습니다. 이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 하에서는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의 중단은 북한인민들의 인권침해를 초래할 것입니다. 말 그대로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인도적’ 지원이 중단되었기 때문입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의 중단은 북한의 인권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오히려 이 점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북한인권에 대한 정치적인 접근에만 갇힐 것이 아니라, 북한 인민들의 인권현실에 대한 진정성있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5> 이번 일을 계기로 국가인권위원회 내에서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에 대한 새로운 논의와 합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김태훈 위원이 제출한 논의안과 전원위원회 논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가인권위원회 내에서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 다른 이해의 지점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고서는 이후 논의와 합의도 겉돌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이 지점에서 인권에 대한 근본적인 토론이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류전파를 통한 인권의식 함양’, ‘북한 주민 계몽’, ‘북한 주민의 자유로운 정보 접근’ 등의 주장은 인권의 관점으로 좀처럼 이해하기 힘듭니다. 한류문화를 전파하면 어떻게 인권의식이 함양될 수 있는지 인권적 설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북한 주민을 타자화하고 열등한 집단으로 일방적으로 규정하면서 “계몽”하고자 하는 태도는 ‘교사-학생’의 이분법적 구도를 깨고자 부단히 노력했던 인권교육의 기본 정신에도 어긋나는 반인권적인 발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북한 주민의 자유로운 정보 접근’에서 자유를 향유하는 주체와 주장하는 주체가 모순적입니다. 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권은 북한 주민들이 갖게 되겠지만, 이를 주장하며 정보를 ‘자유롭게’ 전달하고자 하는 주체는 남한 민간단체가 될 것입니다. 아무도 다른 사람의 자유와 권리를 대리해서 실현할 수는 없습니다. 대리와 대변이 아니라 ‘연대’만이 인권에 기반한 원칙임을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논의들은 필연적으로 인권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을 전제로 하게 됩니다. 국가인권위 전원위원회 회의가 서로의 입장 차이만을 확인하는 평행선만을 그릴 것이 아니라 생산적인 토론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인권의 근본적인 관점에 대한 토론과 확인이 먼저 필요할 것입니다.



6> 현병철 위원장 취임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의 방향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인권사회단체들은 현병철 위원장이 취임할 때부터 현 위원장이 인권에 대한 무자격자임을 비판하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명박 대통령의 ‘북한인권 강화’라는 주문을 무리하게 수행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해왔습니다. 인권 사회단체들의 이와 같은 우려가 이번 권고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북한 정부 또는 북한 사회와 소통하기 위한 창구를 열기 위한 정책 연구, 대화와 협력을 위해 필요한 환경을 남한사회에서부터 만들기 위해 필요한 권고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국가인권위 행보에서 국가인권위가 북한인권 상황 증진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심각한 의구심이 듭니다. 현병철 위원장 취임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의 전반적인 방향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됩니다.



이 안건은 결국 위원들 사이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좀더 연구하고 보완한 후 재상정하는 것으로 결론났습니다. 비록 지금 당장 이 안건이 국가인권위에서 다시 추진되고 있지는 않지만, ‘인권’의 이름으로 진행된 이번 논의가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 왜 전혀 인권적이지 않은지 반드시 확인하고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다소 완화된 의안이 재상정되더라도 기본 취지에 대한 문제점은 여전히 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기구로서 시민사회와 함께 인권의 기준을 정하고 인권의 가치를 논의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가기구가 갖는 위상을 고려했을 때 국가인권위원회의 논의와 결정은 중요한 시사점을 갖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의 논의와 결정에 보다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적인 접근으로 인권을 논의할 때에만 국가인권위원회로서의 존재 가치를 지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인권 사회단체들은,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훼손하는 국가인권위원회에게 엄중하게 책임을 물으면서, 이상과 같은 의견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전달합니다.




2010년 7월 15일

전쟁없는세상,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가인권위원회제자리찾기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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