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성명] 학내 종교의 자유 보장 촉구 강의석 학생 국가인권위 합의에 관한 성명서

학내 종교의 자유 보장 촉구
강의석 학생 국가인권위 합의에 관한 성명서

'학내 종교의 자유 보장'을 촉구하다 서울 대광고등학교에서 제적된 강의석 학생이 학교장을 상대로 제기한 진정사건과 관련하여 지난 27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중대한 합의가 성사됐다. 우리는 이번 합의 내용이 강의석 학생이 제기했던 주장을 학교측이 어느 정도 수용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하나, 강의석 학생의 복학 조처나 근본적 해결책에 관한 명확한 약속이 담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을 표한다.

강의석 학생은 지난 7월 13일 "학생들에 대한 종교재단 소속 학교들의 강제적인 종교 활동을 금지해 달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낸 바 있다. '종교의 자유'란 민주주의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되어야 할 당연한 권리이자 원칙이며, 헌법 제20조와 유엔아동권리협약 제14조에서도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 인권 가운데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 사립학교에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를 버젓이 침해해 왔으며, 이에 대해 문제제기한 학생들에게 교육권 박탈을 포함한 각종 불이익을 가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이익을 감수하고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까지 진정한 강의석 학생의 행동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침묵과 교육당국의 무책임을 일깨운 매우 용기있는 행동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지난 8월 27일의 합의는 의미있는 진전을 보여주고 있으나, 아쉬움과 함께 여전히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를 환기시키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중재로 이루어진 당일 합의는 1)학생회 회장, 부회장은 교회를 다니는 자만 해야 하는 현 학생회칙을 개정한다는 것과 2)정규 교과시간 이외의 종교활동 문제 등에 대하여는 교단과 기독교연합회 등과 연계하여 협의·검토하여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한다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먼저 대광고측에서 학생의 종교의 자유를 박탈해 온 현 학생회칙을 개정하기로 한 것과 정규교과 시간 이외의 종교활동에 대해서 근본적 해결책을 강구하기로 하는 등 전향적 태도를 보인 것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합의서에서는 징계 당사자인 강의석 학생과 학부모에게 진술기회조차 제대로 주지 않은 채 폭력적으로 이루어졌던 부당한 제적 조치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찾아볼 수 없다. 애초 국가인권위원회가 마련한 합의서 원안에서는 △지금까지 야기되었던 문제에 대해 상호 간에 원만히 협의하여 대외적으로 사과하도록 한다는 것과 △진정인(강의석)을 조기에 재입학 조치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었다. 학교측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명확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면, 당연히 합의서 원안에 포함됐던 사과 부분이나 복학 조치 관련 부문에 합의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측은 정당한 문제제기를 하다 결국 교육권까지 박탈당한 강의석 학생에 대해 어떠한 사과도 표명하지 않았고 강의석 학생을 학교로 받아들이겠다는 약속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학교측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해 온 관행을 당장 시정하겠다는 명확한 약속을 내놓지 않고 단지 '협의·검토하여 근본적 해결책을 강구한다'는 모호한 약속을 내놓은 점도 매우 아쉽다. 교단과 기독교연합회 등과의 협의와 검토를 거치겠다는 것은 앞으로 학내에서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더 소요될지 모르는 험난한 과정을 예고하고 있다. 대광고가 먼저 종교의 자유 보장을 약속함으로써 전국의 다른 종교재단 사립학교에 모범을 보이고 추후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할망정 모호한 약속으로 책임을 면하겠다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간다.

결국 이번 합의는 학교측이 최초로 전향적 자세를 보여준 점에서는 의미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학교측의 명확한 개선 의지가 담기지 못했고 그 결과 매우 미진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는 점에서 많은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미진한 내용에 강의석 학생이 합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수 차례의 협의 과정에서 학교측이 계속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약자인 강의석 학생에게 많은 심적 부담을 안겨주었기 때문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

이에 우리는 이번 합의서 체결에 강의석 학생이 주장해 온 정당한 요구를 학교측이 전면적으로 수용할 것과 학내 종교의 자유 침해를 근절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와 교육당국이 책임있는 자세로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하나. 대광고측은 강의석 학생이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도록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나. 국가인권위원회는 강의석 학생 개인의 개별 진정사건 처리로 이 사건을 마무리해서는 안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전국의 사립학교에서 종교의 자유를 침해당하고 있는 학생들의 인권 보장을 위해 입법적, 제도적, 정책적 개선책을 제시하는 정책 권고를 내놓아야 한다.

하나.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은 학생들의 종교과목에 대한 선택권과 종교활동을 강요받지 않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전국의 종교계 사립학교에 대한 철저한 감독에 나서야 한다. 또한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등 근본적 해결책 마련에 즉각 나서야 할 것이다.


2004. 8. 30
강의석군 징계 철회와 학내 종교 자유를 위한 연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