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댓글

정록

원래 댓글을 안봤다. 최근에 스포츠 관련한 칼럼에 달리는 댓글을 보다보니, 뭔가 온라인의 진짜 분위기라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 엄청 유치하기도 하고, 감정의 배설구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원래 이런 게 아닌데 이게 다 국정원의 댓글공작 때문인 건가......

바람소리

댓글에 민감해진 건 세월호 참사 이후였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과 생존자들에게 던지는 혐오발언에 너무 놀라고 절망스러웠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저토록 모질 수 있는가! 세월호참사 기록작업을 하면서 사랑하는 이를 잃거나 겨우 목숨을 건진 사람들을 탓하는 말들에 말이 주먹보다 세다는 걸 깊이 깨달았다. 그 말들은 다리의 멍처럼 지워지기보다 가슴 깊이 각인돼 사람을 움츠리게 하고 동굴로 들어가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후에도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댓글은 혐오가 제지되지 않는 속에서 늘어갔다. 혐오와 댓글의 상관관계를 알아버린 지금 나는 혐오에 더 맞서 싸워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악성댓글 문제는 연예뉴스에서 주로 접했던 것이었다. 누군가의 고통이지만 나와는 별 상관없는 것처럼 생각했다. 하지만 국정원 댓글공작으로 정치적 무기로서 ‘댓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잘 살피지 않았던 댓글을 이젠 대충이라도 살피게 된다. <댓글부대>가 단지 소설제목이 아닌 현실에서 목적을 갖고 어떤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움직이는 집단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참 무섭다. 

디요

내 인생의 댓글은 드라군? 내가 기억하는 댓글은 기능이 아니라 댓글 놀이에서 시작한다. 요즘 다시 재조명되는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에 나오는 외계 생명체의 이름 중 하나가 드라군이다. 이 드라군을 아무 이유도 없이 사람들은 댓글로 한 글자씩 드! 라! 군!을 반복해서 단다. 그리곤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들이 드라군을 반복한다. 그러다 도대체 드라군이 뭐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나타나면 게임은 끝이나고 아무도 드라군이 무엇인지, 이 놀이를 왜 하는지 설명해주지 않는다. 신기했다. 이 사람들 제정신인가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10년도 넘게 지나 아무도 이 놀이를 궁금해 하지 않고 그저 즐기는 사람끼리 즐기는 놀이가 되었다. 그때는 그게 인터넷 문화의 등장이고 파격이었는데 이제는 아무것도 아니다. 국정원 댓글 조작을 생각한다. 국정원이 정말 이런 일 따위를 한단 말인가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도 아니게 되려나. 그러면 왠지 당혹스러울 것 같다.

미류

최근 어디에선가 댓글알바라는 표현을 쓰지 말자는 주장을 본 적 있다. 댓글알바가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할 때는 국정원이 지휘하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까지 포함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돈 받고 시키는대로 댓글을 다는 것에 대한 비아냥과 비하의 뉘앙스를 그렇게 표현했던 듯. 내게는 입에 잘 붙지 않는 표현이기도 했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보지는 못했다. 댓글알바라는 말을 쓰지 말자는 주장은 최근 드러난 국정원 활동이 범죄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취지도 있지만, 그 말이 알바에 대한 비하이기도 하다는 의견이었다. 아... 그렇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