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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인권이야기] “안녕하세요? 민가협 신입회원 입니다."

어느 단체에서는 회원이 늘고,  새로운 사람이 온다는 것은 활력이 되는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민가협의 신입회원은 마냥 반가워 할 수만은 없다. 민가협 회원이 되었다는 것은 누군가의 가족이 구속되었다는 또 다른 이야기와 사연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가협의 회원이 되어서, 민가협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힘을 얻는다는 신입회원이 대거 있다.

2013년 여름, '내란음모'라는 인터넷에서 찾아보고도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웠던, 어마어마한 사건으로 통합진보당 국회의원과 경기도당 위원장을 비롯한 임원진 7명을 구속시킨 소위 ‘내란음모사건’의 구속자 가족대책위 분들이다. 사회 정의와 진보를 이야기하며 이웃과 벗들과 평온한 일상을 살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구속이 되었고, 이들의 부인들은 그날 이후부터 지금까지 거리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현장 곳곳에서 이 사건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국정원에 의한 조작사건임을 강조하며 무죄 석방을 호소하고 있다.그리고 지난 7월 12일, 구속자 7인의 무죄 석방을 촉구하는 문화제가 서울 안국동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열렸다.

북한의 노선을 추종하고 남쪽에서 북쪽과 동일한 구호를 외치고, 한반도 전쟁을 대비하고 유사시에는 국가시설 파괴까지 계획하는 치밀한 지하혁명조직 이른바 ‘RO’에 핵심인물이라는 국정원과 검찰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하며, 소설 속이나 대작 첩보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날조를 극복하고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남편이며 아들이고 형제, 또 주변사람들에게 좋은 이웃이었던 사람들을 하루빨리 석방하라는 일관된 주장의 마당이었고, 이에 마음과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연대에 장으로 펼쳐졌다.

수많은 사회단체와 종교계 인사들이 참가하고, 참가하지 못한 사람들은 영상과 메시지를 보내며 연대의 정을 나누었다. 협소한 장소로 인해 행사장 안에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은 야외에 돗자리를 깔고 삼삼오오 모여앉아 화면을 통해 나오는 노래와 발언들을 소풍이나 온 듯한 모습으로 웃으며 지켜보았다. 진보진영 행사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행사장 안과 밖의 이원생중계를 통해 즐거운 분위기는 더욱 배가되었다. 행사 내용을 잘 모르면, 동네에서 열리는 노래자랑 행사나 큰 회사 단합대회 정도로 생각될 수 있을 것 같다. 국정원의 탄압을 유쾌하고 통쾌하게 비틀어 낸 즐거운 행사였던 것이다.

민가협 활동가로써 구속자 가족들이 이 문화제를 재밌게, 의미 있게, 성과 있게 치러내기 위해 고생하던 약 한 달간의 기간을 바로 옆에서 함께하였다. 전국 곳곳으로 함께해줄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다니고, 짧은 면담과 인사, 초대장을 전해줄 찰나의 순간을 위해 몇 시간을 기다리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흔쾌히 맞아주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지만, 때때로 반갑지만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에게도 짐짓 태연한 척 대하기도 했으며, 가끔은 '왕부담스러움'이 느껴지는 뻣뻣한 태도와 몸짓에 때때로 힘들었을 텐데도, 웃음으로 극복하였다. 이렇게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 구속자 무죄석방 문화제를 통해 힘을 주고, 힘을 받으며 함께한 모두의 기운을 나누었다.

그날의 그 사람들의 기운이 법원에까지 긍정적으로 이어져서, 상식적인 판단이 내려지길 기대한다. 거창하게 ‘정의’와 ‘신념’까지 찾아가며 부르짓지 않아도 상식만으로도 이번 사건은 무죄판결이 당연하다. 이제 이번 달 마지막 주 28일이면 검찰 구형이, 다음달 중순이면 항소심 선고가 나온다. 근현대사 역사에 정통한 한홍구 교수는 이 사건을 철지난 코미디라고 하였고, 인권활동가 박래군님은 내란음모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의 영역 문제라고 단언했다. 많은 진보단체에서 내란음모 현행범은 국정원이라며 국정원의 조작사건을 규탄하고, 나아가는 해체를 주장하였다.

거창하게 말해보면, ‘역사의 진보이냐 과거 독재시대로의 회귀이냐, 상식이냐 비상식이냐, 공안탄압이냐 이에 맞선 저항이냐’라는 구도에서 상식이 진보가 평화가 승리하기 바란다. 그래서 구속자 가족들이 민가협 회원이라는 소속감이 아니라, 울타리로써 느껴지길 바래본다.
덧붙임

김현주 님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사무국장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