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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인권이야기] 국가보안법 철폐와 양심수 석방을 위한 목요집회

매주 목요일 오후 2시면, 국가보안법 완전 철폐와 양심수 전원 석방을 외치며 종로 3가 탑골 공원 앞에서 집회를 한다. 그리고 매주 목요일 오후 2시면, 난 그 곳에서 어김없이 사회를 본다. 민가협 활동을 시작하고 200번 정도의 사회를 봤으니, 나름 전문사회자 아닐까싶다.

2010년 초, 민가협 활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 우리 단체에 대한 가장 큰 영상은 당연히 목요집회였다. 한겨울 너무 추워서 손발이 다 없어질 것 같은 날씨에 70~80대 선생님들과 어머니들이 양심수 피켓을 손에 들고 집회를 하는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2004년 이후, 희망이 보일 것 같지 않은 국가보안법 폐지 싸움에서, 사실은 나부터도 국가보안법을 앞세운 탄압에 익숙해져가고 폐지가 과연 될까하는 의구심만 앞서고 있었는데, 이렇게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니……. 그것도 평생을 바쳐서 현장을 지키시는 분들이라니……. 너무 감동적이고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어머니들은 국가보안법으로 탄압받는 사람들, 그들의 가족들이 있는 곳에는 힘을 보태고자 끊임없이 노력하였다. 한총련 활동으로 젊은 시기에 수배와 연행, 구속을 거친 학생들을 안타까워하고 그들의 어린 부모들을 위로했다. 예전에 어머니들이 처음 민가협을 왔을 때, 자식이 구속되었을 때, 이야기를 들려주시며 걱정 말라고 다독거렸다. 갓 돌을 지난 아이를 두고 구속된 젊은 엄마, 70이 넘는 고령의 나이에 구속된 선생님들, 인터넷에 글 몇 개 옮긴 이유로 구속된 사람들 등 가족과 사회의 일원으로 즐겁고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 있을 시간에 감옥에 격리되어 안타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사연에 진심으로 마음 아파하고 최선을 다해서 그들을 위로하는 모습은 양심수 가족들의 따스한 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가협에서의 활동은 그 자체가 나에게 실천의 공간이며, 진심의 운동, 진정성을 배울 수 있는 학습의 공간이기도 하였다.


980번째 목요집회.

1993년 9월 23일 시작된 목요집회가 980회를 맞이했다. 처음 목요집회를 시작한 1993년도부터 현재까지, 탑골공원 앞 목요집회를 지켰던 그 분들은 아직도 그 자리이다. 물론 세월이 흐름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나이를 들기에 건강상의 이유로 함께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많아졌지만, 마음은 여전히 함께하며 현장을 지키고 있다.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건재하며 우리사회 진보진영을 탄압하는 도구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객관적 조건도 변함이 없다.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 진보의 목소리, 정의와 평화를 위한 목소리를 탄압하고 수많은 양심수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여전히 국가보안법은 나라의 안보를 위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 북한 때문에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양심수라는 단어를 생소해하며 그런 것이 있냐고 물어오는 사람들도 있다.

어머니들은 매해 나이를 더하는 만큼 1시간이 채 되지 않는 목요집회가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이 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아직 국가안보, 정권안보 논리에 의해 작동하고 그 속에서 여전히 고통 받는 사람들이 계속 생기어 목요집회는 멈출 수가 없다.

곧 1000번째 목요집회를 앞두고 있다. 목요집회 1000차는 진정성과 진심으로 이어 온 민가협의 활동의 그대로이다. 어머니들이 그동안 묵묵히 보여준 그 진정성에 이제 뭔가 새로운 활력과 대안으로 화답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아직은 마음만 크지, 뭘 어떻게 구체적으로 할 것인지,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는 여전히 물음표만 가득하다. 현재는 내가 어머니들의 활동을 통해 느꼈던 이 진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도 전해져 함께하고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기대만 가지고 있다.

상상조차 쉽지 않은 20년의 세월, 천 번의 목요일을 그렇게 묵묵히 국가보안법 철폐! 양심수 석방! 을 외쳐 오신 어머니들과 함께, 1000차 목요집회를 함께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구구절절 목요집회 이야기만 한 것은 결국, 이 글을 읽는 분들과 1000차를 함께 만들어 보고픈 저의 작은 욕심 때문입니다.
덧붙임

김현주 님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사무국장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