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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의 인권이야기] 학교 내 성소수자 학생 네트워크를 꿈꾸며

2012년 학생인권조례 원안통과를 위한 농성과 투쟁을 마무리한 후, 제정된 학생인권조례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이반스쿨'이란 팀을 꾸렸다. 이 팀은 서울시 학교 내 성소수자 차별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 <2012년 서울시 성소수자학생인권실태조사>와 <동성애혐오성 괴롭힘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육정책> 번역 작업을 진행했다. 그 중 <2012년 서울시 성소수자학생인권실태조사>는 여러 차례 신문에 기사화 되었고, 관련 토론회도 개최한 바 있다.(한겨레, 2013년 7월 21일, 친구들에 왕따 당한 성소수자들 “선생님, 왜 우릴 더럽다 했나요?”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96540.html 참고) 학교 내 성소수자 학생 차별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외국처럼 학교 및 정부, 전문가의 협조를 받아 대규모로 조사를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아직 조그마한 모임에 불과한 이반스쿨로서는 부족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관련 기사나 토론회에서는 별반 다루지 않았지만 설문조사 결과를 정리하면서 개인적으로 고민이 들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 있었다. 통계적으로 학교 내 아는 성소수자가 있는 경우 자신의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 관련 개인정보가 알려질 위험이 더 크다고 여기고 실제 비슷한 직간접 경험을 한 경우가 많다고 나타난 부분이었다. 이는 학교 내 알고 지내는 성소수자가 아웃팅 당하거나 등의 경험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수도, 자신의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이 학교 내 같은 성소수자를 통해 알려질까 두려워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학교 안에서 성소수자 존재가 점차 가시화되면서 차별이나 두려움 또한 보다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고도 볼 수 있다.



좀 더 자세한 후속 조사를 해 볼 필요는 있겠지만, 유의하면서 해석해야 할 부분은 성소수자 학생들이, 아는 성소수자가 학교에 있다 하더라도, 학교 안에서는 전혀 네트워크를 가질 수 없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 성소수자 학생들은 현재 학교 안에서 같은 성소수자를 통해서는 서로 힘이 되는 네트워크를 가질 수 없고 설사 힘이 되는 네트워크를 가진다고 해도 그건 학교 밖에서 가질 수밖에 없다. 네트워크를 가질 수 없는 상태에서 성소수자 학생들은 설사 같은 성소수자가 학교 안에 있음을 안다 하더라도 서로 힘이 되기 어렵고, 도리어 두려운 타인으로 여길 가능성이 높다. 보통 학교 내 성소수자 차별 반대 정책이 가지는 목표 중 하나가 학교 내에서 안전하게 커밍아웃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주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한다. 그러나 성소수자 학생들이 고립된 개인으로 남을 때에는 더욱 그 목표는 성취하기 어렵다.

학교 다닐 때 나는 내 주변에 아는 동성애자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컸다. 커뮤니티 존재를 알지 못했던 그 때는 나 혼자 고립과 두려움의 느낌들을 감당해야 하는 고통이 있다. 지금 청소년들은 정보 덕분이든 다른 경로 덕분이든 이미 '나 혼자'는 아니라는 것은 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학교 안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도리어 아웃팅에 대한 두려움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 어느 때보다 학교 안에서 성소수자 학생들에게 힘이 되는 관계와 네트워크가 절실하다.

2012년 서울시 성소수자학생 인권실태조사 설문결과 보고서는 http://lgbtact.org/?p=510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덧붙임

토리 님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이반스쿨 소속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