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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유혹] 게이월드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들을 위한 안내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한민국은 동해, 남해, 서해에 오해가 추가되어 4면이 바다라고 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허허허 오해입니다.’라고 할 뿐, 그 오해를 풀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그저 오해라고 우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좋은 예로 4대강 사업은 이해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하지만 막상 따지고 들면 ‘완공되고 나면 그 깊은 뜻을 알게 될 거야’라며 ‘너희들은 모르는 뭔가가 있어’하기 일쑤. 다행히도 성적지향은 다를지언정,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우리는 그들과 달라서 흔히 가지고 있는 잘못된 생각을 친절하게도 조목조목 예를 들어 설명한, 게이문화에 대한 책이 나왔다.

‘인생은 아름다워’ 때문일까? 아니면 차별금지법 때문일까? 어느 때보다도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다. 인터넷에 호모포비아 논쟁을 보면 참 다양하다. 근래 들어서는 호모포비아는 시대에 뒤떨어진 쿨하지 못한 인간처럼 인식되는 흐름 때문에 본인은 호모포비아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면서도 <인생은 아름다워>의 그들이 굳이 신성한 성당에서 언약식을 해야할 이유가 있냐는 사람도 봤는데 이처럼 참 다양한 담론과 토론들이 성소수자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다. 그 토론들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면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사람마저도 잘못 알고 있거나, 혹은 완전히 오해하는 것들이 적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는데 물론 그 기저에는 게이를 잘 알고 있지 못할 수 밖에 없는 사회 분위기와 잘못 알려진 사실들이 있다. 혹여 주위에 게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딴에는 그들에게 편견을 갖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아웃팅을 하는 사례부터 시작해서, ‘없어보일까봐’ 차마 직접 묻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또, 그 토론을 보고 있으면 여성보다는 남성이 호모포비아가 많다. 최근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게이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인 반면 레즈비언에 대한 인식은 호의적인 편이었는데 그 이유는 레즈비언의 경우 자신이 그 관계에 개입되어 쓰리썸 플레이를 하는 환상이 있기 때문이라나? 허허허. 꿈도 야무지지. 같은 맥락에서 보자면, 아니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남성 호모포비아가 게이를 혐오하는 이유는 자신이 동성에게 성폭력을 당할 지도 모른다는 정말 아무 근거 없는 두려움이 기저에 있기 때문인 경우도 적지 않다. 『게이컬처홀릭』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명확히 해주고 있다. 이성애자 남성이라고 여성만 보면 무조건 덮치는 게 아닌데 왜 게이는 남성만 보면 덮칠 거라고 생각하는지 매우 적절히 지적한다.

『게이컬처홀릭』은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년 간의 노력 끝에 세상으로 내보낸, 게이가 알려주는 게이들의 세상에 관한 책이다. 책은 크게 2가지 챕터로 나뉘는데 퀴어문화를 소개하는 ‘게이 컬처 랜드’ 부분은 외부 필자들이 게이문화를 문화적인 측면에서 분석한 글이다. 게이가 좋아하는 음악, 영화, 드라마를 이야기하며 게이와 그리 친해보이지 않는 스포츠, 반면 매우 친할 것 같은 패션, 그리고 만화와 책, 미술과 게이스페이스에 대한 내용이 있다. 다른 한 챕터는 진솔한 게이들의 이야기인 ‘게이 컬처 리포트’로 대한민국에서 게이로 산다는 것에 대한 게이 자신들의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이 중에서도 아니 책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당신이 게이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 하지만 묻기엔 망설여지는 것’과 ‘이성애자 상담실’, ‘게이 컬처 용어 사전’이 이 챕터에 담겨있다. 이 부분을 특히나 추천하고 싶은 것은 그간 이성애자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을 매우 정확히 또 친절하게도 설명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했던 일부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과 오해는 물론, 흔히 ‘동인녀’라고 불리는 여성들의 편견. 그리고 나름 게이 문화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가질 수 있는 것들을 꼼꼼하게도 잘 집어냈다. (게이는 꼼꼼하다는 편견은 더해진다.) 부록으로 게이 10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이 책이 진지함은 모자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성소수자 관련 도서 목록, 그리고 성소수자와 함께 하는 단체들이 실려있다. 참 친절한 게이들이다.

당신이 이미 ‘뼈 좀 굵은 게이’라면 이 책은 굳이 볼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당신이 알고 있는 얘기들일 테니. 이제 막 힘든 ‘성정체성 인정’의 시기를 지나 게이 라이프의 첫발을 내딛는 게이라면 거의 성경에 가까운 수준의 안내서다. 하지만 진정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사람들은 게이를 가족으로 친구로 둔, 또는 그들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이성애자들이다. (나 역시 거의 20년 가까이 게이 친구가 있었지만 이 책을 보고 차마 묻지 못했던 것들의 갈증을 해소하고 얼마나 시원했던지.) 서구에서는 이미 모두 포기한 이론임에도 ‘동성애는 치료 받을 수 있는 질병’ 이라며 동성애자를 환자 취급하는 분들도 꽤 많이 계시다고 들었다. 혐오증(Phobia)은 대개 그 실체가 위협적인 경우는 거의 없다. 잘못 형성되어진 기억이나 지식에서 시작된다. 호모포비아 역시 대개 그런 오해에서 스스로 쌓아온 미움들일 뿐이다. 경험상, 미움을 받는 것보다 미워하는 게 더 힘들었다. 기꺼이 그 오해를 풀어주겠다고 팔 걷어붙이고 나선 게이들의 내밀어진 손이 반갑다. 그간의 오해와 미움을 털고 그 손을 반가이 마주 잡는 사람들이 늘었으면 좋겠다.
덧붙임

리나 님은 칼럼니스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