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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의 인권이야기] 전투기가 우리 집 변기를 깼다?

변기조차 깨뜨린 굉음의 정체

올 봄 소위 ‘전주굉음’으로 전주가 떠들썩한 적이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잠을 자고 있는데갑자기 집이 흔들릴 정도로 크게 “쾅~!”하고 소리가 울렸다. 번쩍 눈을 떠보니 옆에 자고 있던 친구도 놀라 눈이 휘둥그레져 있고, 옆집 사람들도 이를 느꼈는지 현관 문 앞 복도가 부산스럽다. 소리에 놀라긴 했지만 다시 조용해졌기 때문에 전주에 지진이 있었나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날 아침부터 우리 집 화장실 변기에 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진이 변기를 깨뜨렸구나.’

친구가 기상청에 전화를 해보니 지진이 아니라 이건 전주의 하늘 위 어디선가 난 소리라고 그 원인은 모르겠단다. 전주를 흔들었던 이 소리는 ‘굉음’이 되었지만 원인을 알 수 없어 불안을 함께 주었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했다는 둥, 외계인이 침략한 것이라는 둥 어처구니없는 상상력들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결국 전주를 떠들썩하게 했던 전주굉음은 미 공군 전투기가 비행규정을 어기고 음속돌파를 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상공에서 음속돌파는 금지되어 있다. 음속돌파를 하려면 허가를 받아서 육지에서 37km 이상 떨어진 바다의 1만 피트 이상 상공에서 하도록 되어있다. 미군 측에서는 해당 군인에게 주의를 주겠다는 정도에서 사건은 유야무야되었다.

언제부턴가 전주에서도 익산에서도 전투기 소음이 점점 더 잦아지고 있다. 군산의 직도가 국제폭격장으로 승인된 이후 군산으로 세계 미군들의 훈련이 집중되고 전투기 훈련 횟수는 물론이고, 저공비행에 야간훈련, 야간 엔진테스트 등도 늘면서 군산미군기지 주변은 거의 폭음지역이 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군산미공군기지로 인한 소음이 더 강해지고, 더 넓어지면서 군산뿐만 아니라 전주와 익산도 전투기 소음은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생명도 죽어나가지만 대책 없는 지자체

주민들은 더욱 심해진 전투기 소음 탓에 고통도 그만큼 늘었고, 토끼 농장을 하던 이 모씨의 농장에서 5차례에 걸쳐 토끼 수백 마리가 집단폐사하는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피해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대책은 무력하기만 하다. 전투기 소음을 규제할 수 있도록 하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는 전주 굉음사건이 있은 지 20일이 지나서야 겨우 그 원인을 밝혔고, 기지주변으로 더욱 심각해진 소음은 이미 익숙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주민들의 피해를 방치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우리가 하고 있고, 또 사람들에게 권하는 일은 전투기 소음이 있을 때마다 전화 걸어 항의를 하자는 것이다. 소음 때문에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데 지방자치단체로서 나서서 뭔가 해야 되지 않느냐! 기지 때문에 주민들 피해가 이렇게 많은데 어찌 기지 담당부서도 하나 없이 책임을 방기한단 말이냐!

사실 지방자치단체로서도 민원이 들어와도 뭔가 하는 일은 없다. 잘 모른다며 이리저리 관련부서를 연결해준다며 전화를 돌리다가 민원인을 지치게 만드는 일을 할 뿐이다. 어떤 친구를 전투기 소음이 너무 시끄럽다고 전주시에 민원전화를 했더니, 소방서를 연결해주더니 소방서도 이건 모르는 일이라 관련 전문가와 연결해주겠다며 소방서의 헬기를 담당하는 부서와 통화를 한 일도 있었다. 한번은 민원전화를 했다가 국방부로 넘겨졌고, 다시 한미연합사령부로 연락하라해서 했더니 샬라샬라하는 통에 기가 죽었던 일도 있었다.

9월 12일 열리는 <2009 군산 평화행진>를 알리는 웹자보

▲ 9월 12일 열리는 <2009 군산 평화행진>를 알리는 웹자보


온 몸으로 느끼는 평화행진, 함께 할래요?

헛발질 같은 지방자치단체 항의전화는 무감하고 무책임한 지방자치단체에 주민들의 평화로운 삶에 관심을 가지라는 촉구이기도 하지만 일상에서 군산의 미군기지 문제로 다가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전투기 소음 때문에 깨진 나의 조용한 일상에서부터 말이다. 기지가 확장되면서 그 역할도 확장되어, 그만큼 평화로운 삶에 대한 위협도 커지고 있는 현실이니까.

얼마 후면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군산 평화대행진’이 열린다. 기지 주변을 순례하면서 기지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주민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전쟁기지로 인해 어떤 위험들이 늘어나고 있는지 등을 알리는 행진이다. 함께 참여해 기지주변을 걸으면서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문제들에 눈으로 확인하고 공감하며 ‘전쟁기지는 싫다’고 목소리를 높이면 어떨까.
덧붙임

오이 님은 전북 평화인권연대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