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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림의 인권이야기] 마을 신문의 험난한 길, 뜨거운 반응

동네에 주민들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고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잘 알릴 수 있는 신문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마음들이 모여 마을신문을 만들었다. 지난 16일 창간준비호가 나왔으니 이제 막 첫 걸음을 뗀 셈이다.

“1면 기사는 뭐로 해야 하지”, “인터뷰도 있으면 좋겠는데 누구를 할까?”, “동네 주민들의 목소리를 생생히 전하는 방법은 없을까?”, “풀뿌리 단체들의 소식을 받아야지”,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어”,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는 꼭 담아야 해”, “가치지향이 분명해야 해”,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 공동체”, “생태, 평화, 인권, 생명, 성평등 이런 키워드가 담겨야지”, “구청장과 구의원들 감시도 잘 해야지”, “주민들이 참여해서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마을신문을 읽고 있는 지역 주민들

▲ 마을신문을 읽고 있는 지역 주민들


기나긴 여정의 시작

여러 가지 생각과 아이디어는 쏟아져 나오는데, 그것을 신문으로 만드는 과정은 그냥 되는 게 아니다. 취재도 하고 기사도 작성하고 편집도 해야 하는 일은 초짜들에게는 버거운 일임에 분명했다. 세 달 넘게 회의와 토론을 하고 창간준비호에 실을 기사에 대한 토론만 한 달을 했다. 하지만 편집 마감일까지 원고는 채 반도 들어오지 않는다(지금 내가 쓰는 이 원고도 그렇다. 마감을 지나고도 원고가 안 들어올 때 느끼는 편집자의 마음을 알기에 너무너무 미안하다.) 겨우 원고를 다 받아서 편집을 했는데, 신문판형 4쪽 중 반면이 빈다 . 어찌어찌 하여 지면을 채우고 인쇄를 했다.

신문을 받아 보니 생각보다 잘 나와서 놀랐다. 놀람과 기쁨은 잠시. 배포가 남았다. 총 1만 5천부를 인쇄했는데 이 정도면 도봉구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발행부수다. 도봉구민이 38만 명, 세대수가 11만 세대 정도라니 대략 열 집에 한 부 정도는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조금 무리해서 발행부수를 정했다. 그러고 나니 배포가 문제다. 일단 지역단체와 생협매장에 500부씩 비치했다. 회원들 중 가능한 분들이 자신이 사는 곳 아파트 라인과 집 주변, 미용실, 상가 등에 배포하기로 했다. 아침 출근길 지하철 역 앞에서 직접 나눠주기도 했다. 쟁쟁한 무가지들과의 경쟁이 쉽지 않아 경쟁이 덜 한 퇴근길에 나눠주는 게 낫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뜨거운 반응들

신문을 받아본 어떤 주민은 “왜 변전소 문제는 싣지 않았냐”며 자기네 동네 이야기도 실어주길 요청했고, “우리 동네 이런 일이?”라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나도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싶다”며 방법을 물어왔고, “돈은 어떻게 마련하냐?”며 궁금해 하기도 했다. 인터뷰에 실린 인물이 예전 은사라며 주소를 물어오기도 했고, 도봉숲길 주민들은 대체로 “마을신문이라는 것도 있네”라며 관심을 나타냈다. 시민단체에서 낸 강좌 홍보도 효과적이었는지 ,마을신문 보고 강좌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하니 다행이다.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인 사례는 사실 씁쓸하다. 지역 시민단체 회원이 운영하는 한 음식점에 마을신문을 비치 해 두는데, 그 사장님께서 내용을 잘 보이도록 신문을 벽에 붙여 두었다고 한다. 마침 식사를 하러 온 손님이 기사 내용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신문을 찢고 비치된 신문도 가져갔다고 한다. 도봉구의원이라고 밝힌 그 손님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도봉구청과 도봉구의회가 부당인상한 의정비를 반환하라는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한다는 내용의 기사리라. 그동안 본인들의 활동에 대해서 칭찬만 하던 지역신문에 익숙한 분들이라 당황하셨나보다. 반론을 하시지 애써 만든 신문을 가져가실 건 뭐람?

그 손님은 ‘위생 점검’ 등을 운운하면서 ‘장사 그만 하고 싶냐’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자신의 화를 표출한 것일 수 있겠지만, 음식점을 하는 입장에서 들으면 명백한 협박성 언사다. 나쁜 건 가르쳐 주지 않아도 배운다고 했던가. 이명박 정부에서 행해지는 일이 그대로 지역에 투영되어서 나타나는 것 같다. 이명박 정부와 국민들의 간극만큼 지역사회에서 권력을 갖고 있는 이들과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마을을 일구고자 하는 주민들의 간극이 크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마을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의 고민이 깊다.

최초로 나온 마을신문

▲ 최초로 나온 마을신문


가야할 길이 멀지만, 한 걸음씩

아마추어들이 부대끼며 만드는 4쪽 짜리 마을신문이지만, 주민들의 삶을 전하고 소통하길 꿈꾼다. 앞으로도 우여곡절 많은 험난한 길이 마을신문 앞에 펼쳐지겠지만, 즐거운 마음과 여유와 끈기를 가지고 만들어가려고 한다. 혹시 마을신문 시민기자가 되고 싶으면 홈페이지(http://www.dobongn.kr)을 방문하시라. ‘풉’하는 웃음과 함께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리라.

덧붙임

이창림님은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