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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아의 인권이야기] 개발 광풍에 숭례문 스러지다

최근 모든 방송과 신문, 인터넷을 장식하는 첫 기사는 숭례문 화재사건이다. 소실된 숭례문 터를 보면서 모든 사람의 마음도 타 들어갔다. 설사 아무리 복원을 한들 세월이 주는 역사의 무게를 다시 세울 수는 없을 것이다. 있어서는 안 될 사건이 발생한 후 이에 대응하는 우리 사회 시스템은 과연 정상인가를 물을 정도로 상식에 어긋났다. 정치권은 책임을 서로 떠넘기기에 바쁘고, 국가지정문화재에 대한 관리감독은 위탁에 위탁을 거쳐 도대체 누가 책임을 갖고 있는지조차 보이지 않으며,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200억으로 추정되는 복원비용을 국민성금으로 걷자는 웃지 못 할 제안까지 하고 있다. 방화를 낸 것으로 추정되는 피의자에게 테러에 해당하는 죄를 적용해 엄벌하자는 주장부터 사형까지 여론은 ‘방화사건’ 그 자체에 대한 책임론과 응징론이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한발짝 물러서서 보면 개발의 광풍이 몰고 올 비극이 시작되고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용의자는 개발과정에서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했고 이에 관해 수차례 관계기관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불만을 품고 숭례문에 불을 질렀다고 한다.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이른바 ‘개발주의’를 통해 돈을 벌고, 그 먹이사슬 안에서 먹고 먹히는 관계가 형성되는 정글에서 피의자는 자신의 몫이 충분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을 방화로 표현한 것이다. 이것이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이라면, 그 단면을 치유할 방법은 무엇일까?

지금 한국에서는 개발이 ‘미친 듯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서울에서 재개발이 추진되는 곳은 327곳에 이른다. 서울의 어디를 가든 포크레인 소리가 끊이질 않고 ‘공사 중’이라는 팻말은 익숙하기 조차 하다. 현재 진행되는 개발은 한마디로 ‘묻지마 개발’로 요약된다. 집값 올려줄 테니까, 부자 되게 해줄테니까, 과정과 절차는 필요없다는 것이다. 개발하면 잘 살게 된다는 환상은 빚을 내서라도 재건축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이라는 꿈을 타고 대운하 건설의 프로젝트를 밀어붙이게 하는 힘을 주고 있다. 살던 집을 내주고, 곡식을 기르던 농토를 빼앗겨도 잘 살게 해준다는 엉터리 약속과 기대감이 뒤엉켜 브레이크 없는 고속질주가 이어지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는 쉽게 개발이 가져온 폐해를 확인할 수 있다. 댐 수몰로 인해 고향을 등진 수몰지구 지역주민, 신도시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살아온 터전을 빼앗긴 상계동, 목동 등의 철거민들, 강북뉴타운 개발로 서울 주변으로 밀려난 80%에 이르는 원주민들의 존재가 과거 그리고 현재 개발이 우리에게 어떤 모습인지 똑똑히 그려준다. 마을 공동체가 파괴되고, 더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내몰리며, 주변화 된 삶을 살아가는 나와 너의 존재는 이제 ‘묻지마 개발’의 굴레로부터 나오라고 요구한다.

서로가 서로를 파괴하고 갉아먹는 개발주의는 어느 누구에게도 만족을 주지 않는다. 숭례문 화재는 우리에게 ‘개발주의’라는 쳇바퀴로부터 나오라고, 국민소득이 올라가도 빈곤이 확산되고 삶이 불안한 이유에 대한 구조적인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호소하는 것은 아닐까. 불타버린 숭례문을 보면서, 개발주의로 인해 파괴될 인권을 복원시키는 일이 숭례문 복원 못지않게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임을 기억해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아직 새 정부가 출범하지도 않았지만,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선보이는 개발 정책은 한국사회를 있는 자와 없는 자로 분할하고, 개발로 이익을 얻는 사람과 살 터전을 상실한 사람으로 분리시킨다. 이러한 분할과 분리를 선진과 실용으로 포장하고, 개발로 인한 단기경기부양책이 가져올 성장으로 누구나 잘 살 수 있게 된다는 환상을 유포한다. 이러한 환상이 막상 깨졌을 때, 과연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덧붙임

최은아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